[미디어펜=조한진 기자]가파른 금리 인상과 재고 증가에 기업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경기 회복 시그널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폭증하는 모습이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의 ‘금리인상에 따른 민간부채 상환부담 분석’에 따르면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기업대출에 대한 연간 이자부담액이 올해 9월부터 내년 연말까지 최소 16조2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상과 재고 증가에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남산에서 내려다본 서울시내 모습.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금리인상에 취약한 한계기업은 내년 연말 이자부담액(연 9조7000억 원)이 올해 9월(연 5조 원) 대비 94.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연은 최근 가파른 금리인상으로 대출 연체율이 두 배 이상(현 0.27% → 0.555%)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한계기업의 부실 위험도가 크게 상승할 전망이다.
최근 경기둔화, 원자재가격 급등, 환율상승 등으로 기업 경영환경이 악화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에 따른 원리금 상환부담까지 커지면서 기업 재무상황은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금융환경 변화에 취약한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타격에 이어 이자폭탄까지 맞아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잠재 리스크의 현실화를 막기 위해서는 재무건전성과 부실위험지표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고정금리 대출비중 확대 등 부채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재고도 기업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의 재고 자산만 83조원 규모다.
재고 급증 원인으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특수 대응 차원에서 공급을 늘렸고 △국제유가·원자재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이 원자재를 초과 확보해 제품 생산에 투입한데다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제품 출하가 늦어진 것 등이 꼽힌다.
일반적으로 판매가 줄면 재고가 쌓이고, 기업들이 이에 맞춰 생산을 감소해 생산과 판매가 비슷한 흐름을 유지한다. 그러나 최근 판매 감소폭이 생산감소폭 보다 크고, 격차가 계속 벌어지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전반이 침체 되면서 경기 회복을 당장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들도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1월 BSI 전망치는 86.7을 기록했다. 11월 BSI 전망치는 2020년 10월(84.6) 이후 25개월 만에 최저치다.
재계에서는 앞으로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긴축,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미․중 분쟁 등으로 압박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재고 수준을 낮추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활로를 찾기 어럽다”며 “기업의 생산 급감이 국가 경제에 악영항을 줄 수 있는 만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