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위원회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를 확정하면서 차기 회장 추천 권한을 가진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금융위의 중징계 의결로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 회장은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연임 도전을 위해선 금융당국을 상대로 징계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을 포함한 행정소송이 불가피하지만, 자칫 새 정부에 반기를 드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우리금융으로서도 부담이 큰 상황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김상문 기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오는 24일 사전간담회를 시작으로 25일까지 이틀간 정기 이사회를 개최하는데, 본회의가 열리는 25일 손 회장의 거취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9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손 회장에 문책경고를 결정한 금융감독원 제재 원안을 의결했다. 또 우리은행에 사모펀드 신규판매를 3개월간 정지하도록 하는 업무 일부 정지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지난해 4월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손 회장에게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에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금융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 권고, 직무 정지, 문책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은 3∼5년 금융사 취업을 제한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다만 손 회장이 금융위 제재에 불복해 금융당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연임 도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앞서 손 회장은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가 확정됐을 때 금감원을 상대로 징계 취소소송을 벌여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은 관계자는 “향후 대응 방안과 관련해 현재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관련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을 둘러싼 당국의 연이은 압박 발언이 쏟아지면서 이른바 ‘외풍’ 논란에 불을 더욱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은 금융위 중징계 이튿날인 지난 1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금융사 글로벌 사업 담당 임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 측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건 것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원장은 지난 14일 은행지주 이사회 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금융사 CEO 선임과 관련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승계 절차”를 재차 주문하고 나서면서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손 회장의 거취를 두고 재차 압박성 구두경고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금융사 CEO 선임과 관련한 관치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입장으로서 CEO 선임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을 강조했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손 회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 인사를 앉히기 위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말이 무성하다.
이와 관련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8일 성명서를 내고 “라임펀드 판매를 빌미로 무리한 중징계를 통해 현 회장을 몰아내고 전직 관료를 앉히려 한다는 소문이 시장에서 파다하다”고 우려를 나타며 “지금은 정권이 CEO 인선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각 회사 내부의 승계프로그램이 정상 작동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된다는 안정감을 국내외 시장에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