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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헤리티지펀드, 판매사 전액 반환해야" 피해자 "중재안 환영"

2022-11-22 13:51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2019년 6월 환매 중단으로 투자 원금 손실 위기에 놓였던 독일 헤리티지 펀드 사태에 대해 금융당국이 피해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펀드를 기획한 해외운용사가 중요 부분의 대부분을 허위 작성한 것을 국내 금융사들이 그대로 수용·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은 21일 본원 기자실에서 김범준 부원장보 주재로 열린 브리핑을 통해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사가 판매한 헤리티지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 6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민법 제109조)'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범준 금감원 부원장보는 22일 본원 기자실에서 헤리티지펀드 사태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민법 상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펀드사와 고객 간 계약체결 시점에 이미 존재하는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착오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만큼 중요한 경우 적용된다. 이에 따라 판매사가 펀드 판매계약을 취소하고, 피해자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해당 펀드는 독일 정부가 문화재로 지정한 '기념물보존등재건물'을 현지 시행사인 저먼프로퍼티그룹(GPG)이 매입·개발해 수익을 내는 구조로 설계돼, 이 사업에 투자한 펀드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하지만 독일 정부의 헤리티지 건물 재개발 인허가는 불분명했고, 개발 사업을 맡은 현지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 결국 해당 펀드는 2019년 6월부터 환매 중단됐다. 

국내에서 이 펀드를 판매한 금융사는 6개사로 △신한투자증권(9월 말 현재 분쟁조정 신청 건수 153건, 판매 좌수 1523좌, 판매액 3907억원) △NH투자증권(17건, 85좌, 243억원) △하나은행(4건, 73좌, 233억원) △우리은행(4건, 71좌, 223억원) △현대차증권(11건, 82좌, 124억원) △SK증권(1건, 15좌, 105억원) 등이다. 이들은 2017년 4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펀드를 판매했다. 

피해자와 펀드 판매사의 중재를 맡으며 3년 넘게 시간을 끌어왔던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시행사의 헤리티지 사업이력 및 신용도 관련 허위·과장 사실 △투자금 회수구조의 실현 가능성 △이면계약에 따른 높은 수수료 지급 구조 △시행사의 헤리티지 부동산 개발 인허가 미신청 등을 내걸어, 사실상 해당 펀드가 '사기'임을 인정했다. 

우선 상품에 거론되는 시행사의 헤리티지 사업이력 및 신용도는 허위·과장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펀드 판매 당시 시행사는 현지 '톱5'로 알려져 있었다. 2008년 설립 후 총 52개의 프로젝트를 '완료', 50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소개됐다. 더불어 현지 유명 기업협회 자료를 인용해 건전한 재무상태와 밝은 사업전망을 가진 '독일 상위 4.4%'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둔갑시켰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었다. 분조위가 시행사를 살펴본 결과, △현지 톱5 시행사 사실 여부 △사업 이력 △기업평가 내용 등이 모두 검증되지 않았고, 제시한 사업이력도 시행사 설립 이전 또는 헤리티지 사업과 무관한 사업 등으로 확인됐다. 

투자금 회수구조의 실현 가능성도 쟁점으로 꼽혔다. 해당 펀드는 부동산 매입시 시행사가 매입금액의 20%를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분양률이 65% 미만일 경우 은행 대출을 통해 상환하고 '인허가·분양과 무관하게' 시행사의 신용으로 상환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시행사가 부도날 경우, 부동산에 대한 담보권 행사나 시행사 'SPV(각 헤리티지 사업별 법인)' 주식에 대한 질권 행사로 상환이 가능하다고 밝혀 '매우 안정적인' 상품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확인한 결과, 시행사의 자금력 등에 의존한 투자금 회수 안전장치 이행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담보권 및 질권 확보도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행사의 신용등급 및 재무상태로는 20%의 투자가 어려웠고, 실제 투자한 사실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또 지난 2014년 재무제표상 시행사 및 자회사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시행사의 신용을 통한 투자금 상환도 사실상 불가능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해당 시행사는 투자금이 투입된 리모델링 대상 물건 23개 중 12개의 소유권만 취득해, 담보권 및 질권도 일부만 설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면계약으로 피해자가 높은 수수료를 지불한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6개사는 펀드 판매 당시 2년간 약 5.5%의 수수료만 지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판매사가 선취수수료로 2.5%, 싱가포르 해외 운용사가 운용수수료로 2년간 3%를 각각 수취하는 구조다. 하지만 금감원이 확인한 결과, 이면 수수료를 포함해 총 24.3%의 수수료를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24.3%의 수수료로도 시행사가 투자를 예정했던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시행사가 헤리티지 부동산 개발에 대한 인허가도 미신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판매사들은 투자자들에게 판매 당시 "부동산 취득 후 1년 이내에 설계 및 변경인가를 완료했다"고 설명했지만, 막상 시행사가 취득한 부동산 중 인허가를 신청한 부동산은 전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금감원 측은 "계약체결 시점에 상품제안서에 기재된 투자계획대로의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함에도, 신한투자증권 등 6개 금융회사는 상품제안서 등을 통해 독일 시행사의 사업이력, 신용도 및 재무상태가 우수해 계획한 투자구조대로 사업이 가능하다고 설명해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한 것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브리핑을 맡은 김 부원장보는 "이 같은 구조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았다면 신청인은 물론 누구라도 이 상품에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법률행위의 중요 부분에 해당한다"고 이번 중재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또 일반투자자가 독일 시행사의 시행능력 등을 직접 검증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일반투자자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분조위는 상품 판매 6개사에게 펀드 판매계약을 취소하고 피해자드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권고했다. 피해자와 판매사는 이번 조정을 20일 이내로 수용해야 한다. 조정이 일단락될 경우, 분조위는 나머지 투자자에 대해서도 분조위 결정내용에 따라 자율조정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모든 절차가 원만히 이뤄질 경우 약 4300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전망이다. 다만 판매사 측이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민사상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김 부원장보는 "헤리티지 펀드 분쟁조정 결정을 마지막으로 많은 투자 피해가 발생한 소위 '5대 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이 일단락됐다"며 "앞으로 남은 분쟁민원에 대해서도 사실관계가 충분히 확인되는 대로 신속히 분쟁조정을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독일 헤리티지펀드 환매 중단으로 3년 넘게 고통을 입었던 피해자들은 이번 금감원 결정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사진=류준현 기자



한편 펀드 환매 중단으로 3년 넘게 고통을 입었던 피해자들은 이번 금감원 결정에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전국 사모펀드 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금융정의연대, 독일헤리티지 피해자연대 등 피해자단체 측은 이날 브리핑 직후 금감원 앞에서 "오랜 기간 피해자들의 고통을 고려하면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분조위 결과를 환영한다"고 평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만시지탄이지만, 금감원이 오늘 계약취소 결정을 내렸다"며 "(라임무역금융, 옵티머스에 이어) 세 번째 계약취소인데 금액은 4300억원으로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전례를 비춰 판매사들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대표는 "신한투자증권은 피해자에게 분조위 결정이 나오면 적극 수용하겠다고 했었지만, (금감원이) 계약취소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서 판단하겠다'는 얘기를 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금감원이 조정안을 내놓더라도 판매사는 법에 따라, 조정안 수용 여부를 20일 연기할 수 있다. 지난 두 계약취소 사건에서도 판매사들은 상환 결정을 미뤘다. 피해자 측은 분조위 결과까지 3년 이상 지체된 만큼, 이번 결정을 판매사가 적극 수용해주길 고대하고 있다. 

신동화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금융사들이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결정, 금융당국의 제재결정에 대해 불복하고 소송으로 사태를 장기화시키는 상황을 무수히 봐왔다"며 "금융회사들이 본인 책임을 인정하고 즉각 원금배상에 나설 것을 다시 촉구드린다"고 말했다.

이의환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오늘 금감원의 결정에 의해 우리가 그동안 얘기했던 것이 정의로웠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복현 금감원장이 내린 첫 결정이지만, 이 결단을 통해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5조원에 가까운 사모펀드 문제를 신속하게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결정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피해자 측은 판매사가 중재안을 수용하지 않고 민사 재판으로 끌고 갈 경우를 고려해, 앞으로 시민사회와 '분조위 결과 수용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원금 전액 배상촉구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항의투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해당 펀드 최다 판매사인 신한투증을 타깃해 피해자들은 이 회사 주식을 10주씩 사모아 내년 3월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홍영표 헤리티지 피해자연대 대표는 "은행을 믿고 투자한 피해자들은 이러한 결정이 나오기 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 피눈물 나는 고통을 겪어왔다. 지금이라도 너무 당연한 계약취소 결정에 환영한다"면서도 "금감원 결정이 나온 것에 대해 판매사들은 이유 없이 조속히 수용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만약 이 문제를 안고 가겠다는 판매사가 있다면 내년 봄, 주총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고 경고했다. 

김득의 대표도 "'10주 주식갖기 운동'을 벌여 내년 3월 주총에 참석해 (조정안을) 수용하지 않고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계획"이라며 "판매사들은 어차피 지급할 돈, 늦지 않게 전액 원금 반환 상환결정을 먼저 하고, 기업 이미지 제고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판단할 것을 호소드린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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