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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에 꽉 막힌 안보리…사이버 대북제재 빨라질 가능성

2022-11-22 18:12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의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1일(현지시간) 소집됐지만 성과없이 끝났다. 이에 따라 당초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비해 검토되어온 정부의 대북 독자제재 조치가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번 정부의 추가 제재는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안보리 회의가 열린 것은 올해 들어 11번째이다. 참석자들의 발언 내용이 모두 언론에 공개되는 ‘공개회의’ 방식으로는 6번째이다. 우리나라도 이날 회의에 ‘직접 이해당사국’ 자격으로 참석했다. 이해당사국은 안보리 회의에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지만 안건에 대한 표결권은 갖지 않는다.

그러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의 주요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는 이번 회의에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한 ‘미국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실상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에 제동을 걸었다. 특히 장쥔 중국대사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도록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오히려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나 에브스티그니바 러시아 차석대사는 한미연합훈련을 언급하면서 북한이 아닌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19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2022.11.19./사진=뉴스1


이에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대사는 “안보리에서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2개 국가가 북한 도발을 조장하고 있다”면서 중국·러시아의 행동에 대해 ‘비토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안보리는 2017년 채택한 대북제재 결의 2397호에 따라 북한이 ICBM을 발사했을 때 자동으로 대북제재를 강화해야 한다. 하지만 ‘자동 강화’ 규정이 현재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황준국 한국대사는 “북한이 안보리의 무대응과 분열을 이용해 핵무기를 개발했다”며 중국·러시아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미국대사가 제안한 의장성명 채택을 재요청했다.

또다시 중국·러시아에 막혀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가 무산되자 안보리 회의 직후 한미일을 비롯한 14개국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반복되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대해 긴밀히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정부는 지난 10월 14일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대북제재를 회피한 북한의 개인 15명과 기관 16명에 대해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독자제재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미국, 일본을 비롯한 우방국들과 함께 독자제재 조치의 효과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특히 “우리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에 전례없이 강력한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 하에 북한의 사이버 활동 관여 인사에 대한 제재 대상 지정, 사이버 분야 제재 조치 부과 등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한의 7차 핵실험 감행에 대비해 최근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으로 떠오른 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에 대한 제재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동남아 국가에서 암호화폐시장 규모가 급증하고 있어 이들 국가와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17일 한미 공동으로 서울에서 북한 암호화폐 탈취 대응 민관 심포지엄을 연 바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사진=유엔 홈페이지


이 심포지엄에 다수의 동남아 국가를 비롯한 16개국 인사들이 참가해 북한의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공격 사례와 이에 대한 모범적인 대응 사례를 공유했다. 임 대변인은 “정부는 앞으로도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정부의 추가 독자제재도 북한의 암호화폐 탈취 등 불법 사이버 활동을 막는 방안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북한이 올 3월 블록체인 기반 게임 ‘엑시인피니티’ 해킹을 통해서만 올 상반기에 쏜 31발의 탄도미사일 비용(4억~6억 5000만달러)과 맞먹는 6억2000만달러(약 8286억원)를 탈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북한의 7차 핵실험 이전 정부의 독자제재 추진 가능성에 대해 “핵실험이 아니라도 북한이 거듭된 불법 활동을 이어가고,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중대 도발을 감행한다면 정부는 이에 걸맞는 제재 조치를 검토하게 될 것”이라면서 정부의 추가 독자 대북제재 조치가 빨라질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또 “이번에 안보리 회의 직후 공동성명을 낸 14개국 외에도 캐나다, 호주, 뉴지랜드, 유럽연합 등 우리와 입장을 같이하는 우방국과 긴밀히 협력해나가고 있다. 각각 대북 추가제재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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