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금융당국이 또 한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 기간도 길어질 전망이다. 직전 대비 인상폭이 줄었고 정부가 규제지역 해제, 세 부담 완화 등 적극적으로 족쇄를 풀고 있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4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현재 연 3.00%에서 3.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8월부터 인상되기 시작한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1·4·5·7·8·10월에 이어 이날까지 약 1년 3개월간 9차례 올랐다. 인상폭은 도합 2.75%포인트다.
지속되는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시장은 크게 침체됐다. 거래는 절벽 수준으로 감소했고 가격은 끝도 없이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주 서울 아파트값은 0.52% 내렸다. 26주 연속 하락과 동시에 2012년 5월 부동산원이 시세 조사를 시작한 이후 3주 연속 최대 하락 기록을 경신했다.
거래량도 하락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월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1071건에서 7월 644건으로 감소한 이후 이달까지 5개월 연속 세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 기준 11월 거래량은 155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김열매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부동산시장 전망과 투자전략’ 보고서에서 “세계적으로 가파른 금리 인상과 급격한 긴축으로 당분간 전 세계 주택가격 조정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금리 인상은 12~15개월 시차를 두고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이번에는 역대 가장 가파른 인상 여파로 빠른 속도로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고 시장이 침체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나마 위안거리가 있다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에서 0.25%포인트 인상하는 ‘베이비 스텝’으로 인상폭이 줄었다는 점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 자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베이비 스텝보다는 금리가 오른 부분에 초점을 둬야 한다”며 “내년 상반기까지는 금리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시장이 적응할 시간 내지는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때까지는 수요자들이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대출 이자 부담도 크기 때문에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 위주로 간간이 움직이는 시장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시장 정상화를 위해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이 또한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정부는 최근 서울과 경기 일부(성남 분당·수정, 과천, 하남, 광명)를 제외한 전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고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여 수석연구원은 “규제 완화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봐야 한다”며 “자금 부담이 있고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다 보니 섣불리 집을 마련하기 보다는 전월세로 머물면서 매수 시점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기수요는 있되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시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좀처럼 시장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내 집 마련’ 타이밍을 잡기 위해선 전세시장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 주장이다.
여 수석연구원은 “수요자들이 매수를 꺼리고 전월세 시장에 머물게 되면 (전세가격이) 어느 정도 오르면서 전세가율이 줄어드는 시점이 나올 수 있다”며 “그때는 전세 수요자가 매수로 이동할 여지가 있기 때문에 해당 시점이 주목해야 할 매수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