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 피할 수 없는 노인의 시간
"할머니하고 아들뿐이었는데… 보기에는 그 사람이 친자식… 그것같이 잘했어." - 요양보호사 이 씨 지인 -
"나도 그 친구가 있어서 됐어. 그래서 나는 마음이 든든해." - 김윤희 할머니 기록 중 -
한국전쟁 당시 아들과 함께 북에서 내려와 서울에 정착하게 되었다는 김윤희 씨. 원래 고향은 개성이었다. 딸과는 생이별을 하며 이산가족의 비극을 경험해야 했지만, 그녀는 좌절하지 않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한다. 그렇게 가족들을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며 세월은 흘렀고, 지난해 100세의 할머니가 된 김윤희씨. 그녀의 아들 최광우 씨도 77세의 노인이 되어 있었다.
남에게 의지하는 일 없이 평생 서로를 돌보며 살아온 모자였지만, 고령의 나이가 되어감에 따라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는데… 최광우 씨가 결혼을 하지 않은 관계로 다른 직계가족이 없던 그 때, 모자의 곁에 있었던 사람은 요양보호사 이경자(가명) 씨였다.
아들 최 씨가 치매 증상까지 보이기 시작했지만, 요양보호사 이 씨는 변함없이 모자를 열심히 돌봤다고 한다. 이경자(가명) 씨의 지인은 물론, 모자가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비원도 매일같이 방문하던 요양보호사 이 씨의 헌신적인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김윤희 할머니가 살던 집에 갑자기 소란이 일어났다. 김윤희 할머니의 조카들과 요양보호사 이 씨 사이에 싸움이 일어났던 것.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 수양딸이 된 요양보호사, 그리고 수백억 원의 유산
"할머니 돌아가시면 재산 여기로 가는 거 아세요? 지금 할머니 재산 노리고 왔다고요." - 김윤희 할머니의 조카손주 -
"말조심해요. 어떻게 말을 함부로 해!" - 요양보호사 이경자(가명) 씨 -
1.4후퇴 당시 월남한 김윤희 할머니 곁에는 아들 말고도 여동생 김옥희 씨가 있었다. 조카들은 바로 김옥희 씨의 자식들이었다. 조카들이 이모인 김윤희 할머니 집에서 요양보호사와 다투게 된 까닭은 요양보호사 이경자(가명) 씨가 김윤희 할머니의 딸로 지난해 10월 입양이 된 사실 때문이었다.
게다가 치매가 발병한 아들 최광우 씨의 성년후견인이 되겠다고 신청까지 했다는 요양보호사 이 씨. 조카들은 그녀가 김윤희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판단력이 흐려진 김윤희 할머니를 속여 입양 절차를 밟았다고 보고 있다.
반면, 요양보호사 이 씨는 김윤희 할머니와 친엄마와 딸처럼 지냈다며 입양은 김윤희 할머니의 결정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 안타깝게도 진실을 정확히 알고 있을 김윤희 할머니는 올해 8월, 101세의 나이로 수백억 원의 재산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 후, 지금까지 김윤희 할머니의 조카들과 요양보호사 이 씨, 양측은 서로가 김윤희 할머니의 재산을 노리고 악의적으로 접근한 거라며 다투고 있는 중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 비밀을 알고 있는 목격자와 또 다른 사건
"거기는 요양보호사 이 씨의 왕국이에요. 은행에 가서 '내가 딸입니다' 이러고 돈도 찾아 쓰고 그랬어요." - 목격자 -
요양보호사 이 씨가 김윤희 할머니를 돌보기 시작했던 건 지난 2019년 5월. 그동안 김윤희 할머니와 요양보호사 이 씨 사이에는 무슨 일들이 있었던 걸까. 요양보호사 이경자(가명) 씨의 입양은 과연 김윤희 할머니 본인의 의지였을까.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 그곳에 남겨진 사람들의 기억들과 기록들을 살펴보며 진실을 추적한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 그러던 중 김윤희 할머니와 치매에 걸린 아들 최광우 씨, 그리고 요양보호사 이 씨, 세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본 목격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 과연 그가 털어놓은 비밀은 무엇일까. 그리고 요양보호사 이 씨가 관련된 또 다른 사건도 확인할 수 있었는데…
▲ '실버 칼라 크라임'의 시대, 포식자는 누구인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지. 포식자와 사냥감." - 영화 <퍼펙트 케어> 중 -
세계적으로 전체 인구 중 노인 자산가의 비중이 상당 비율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것은 고령층이 젊은 세대보다 부자일 확률이 높아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에 따라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가족이 없는 외로운 노인을 먹잇감으로 삼아 그들의 재산을 약탈하는 '실버 칼라 크라임_Silver Collar Crime'이 선진국일수록 급증하고 있다.
노령 자산가들의 은퇴 후 거주지로 유명한 미국 플로리다주 같은 경우에는, 이들을 노린 이른바 '노인 사냥꾼'들이 득실대서 따로 부서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기도 하다. 영화 '퍼펙트 케어(2021)'에서는 이런 노인 사냥꾼들이 얼마나 치밀한지 그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실버 칼라 크라임'이 급증하고 있지만, 합법적 접근을 가장한 범행을 인지하지조차 못하거나, 수사 기관에서는 남의 가정사 정도로 여겨지면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과연, '실버 칼라 크라임'의 포식자를 멈추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 걸까.
오늘(26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그것이 알고 싶다'는 '약탈인간 2부-노인 사냥꾼'편으로 고 김윤희 할머니를 돌본 요양보호사 이 씨의 진실은 무엇인지 추적한다. 한편, 합법을 가장하여 노인을 약탈하는 범죄인 이른바 '실버 칼라 크라임(Silver Collar Crimes)'에 대해 알아보고,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구조 변화에 맞춰 우리가 준비해야 할 대응책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