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가 1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행보를 비판하고 바른사회가 바라보는 민변의 정치적 편법 행위를 공론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른사회는 1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대한민국 법질서에 도전하는 민변을 말한다’ 토론회를 주최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 및 패널들은 민변의 각종 활동에 관하여 공권력을 허물고 대한민국 법질서에 도전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바른사회는 “민변의 여러 정치적 편법 행위들을 공론화하고, 우리나라에서의 변호사집단이 갖춰야 할 올바른 역할을 논의하고자 한다”는 토론회 주최의 취지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패널로 참석한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은 토론을 통해 “법과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률전문가 단체, 민변이 현행 법질서의 결과에 대해 비난을 일삼고 북한의 인권과 도발에 침묵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 |
Ⅰ. 들어가며
우리나라 헌법 제1조 제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이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공화국을 말하며, 공화국은 일인 통치와 독재를 부정하는 국가형태를 말한다. 또한 한반도가 분단된 현실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염원하는 우리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토대로 하여 통일할 것을 헌법에 명문화함으로써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북한의 존재를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헌법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정당의 존재도 인정하지 않는다.
헌법은 인간의 존엄부터 시작하여 자유권과 참여권, 청구권과 사회권 등 국민의 기본권을 규정하고 이에 대한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그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법률로 제한할 수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기본권이 국가공동체에서 절대적으로 보장될 수 없고, 국가의 법질서와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존중함으로써 보장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권력을 입법·행정·사법으로 분리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절대적 권력을 인정하지 않고 국민을 위한 국가기능의 효율성을 괴하고 있다.
1948년 남북분단과 어려운 국내외 환경 속에서 우리는 대한민국을 건국하였다.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6·25전쟁의 참혹함을 경험하였고, 일천한 민주주의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국가권력으로부터 괴로움도 경험하였다. 그렇지만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경제발전을 이루고 1987년 헌법을 개정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며 오늘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과거에 집착하면서 이념적 갈등이 사라지지 않고 있고, 실정법체계가 구축되어 있음에도 법을 부정하거나 공권력을 불신하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현상에는 사회지도층의 부정부패나 자기중심적 이기심이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부정하거나 왜곡되게 바라보는 일부의 행태에도 원인이 있다.
▲ 지난 1월 29일 과거사 부당 수임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민변 소속 변호사를 불러 조사했다. "수임비리에 있어 명백한 규정위반"이라며 검찰이 민변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
우리 사회에서 법조계는 엄청난 영향력을 갖고 있다. 변호사의 자격을 갖게 되면 사법부나 검찰로 진입하여 공무원이 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 각 분야에서 변호사로서 활동하게 된다. 1949년 변호사법이 제정되고, 이 법에 근거하여 대한변호사회가 1952년 창설되어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다. 변호사가 변호사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대한변호사회에 변호사 자격등록을 하고 본인이 입회하고자 하는 지방변호사회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과정에서 많은 변호사들이 활동을 하였다. 그동안 재조·재야 법조인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시각이 상당했음에도 국민의 권익보호를 위하여 노력한 변호사들도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화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질서를 부정적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일부의 변호사들도 있다. 그들의 그러한 태도는 인권을 보호하고 법치질서를 확립하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며, 법질서에 대한 국민의 혼란만 야기하게 된다.
Ⅱ. 변호사의 책무와 민변
변호사법은 제1조에서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고, 이를 위하여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하고 사회질서 유지와 법률제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법 제2조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변호사는 독립하여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법조인으로서 활동을 위한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여 있으며, 특히 법은 변호사에게 품위유지의무와 직무수행시 진실은폐나 거짓 진술을 해서는 안 되는 의무, 직무상 취득한 비밀유지의무 등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부터 뜻을 같이 하는 변호사모임이 만들어졌고, 그 출발점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이 만들어졌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 사회에 민주화가 어느 정도 정착하는 시기에 민변은 많은 활동을 하였다. 그렇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소위 진보를 추구하면서 민변의 활동은 법률가의 단체로서가 아니라 사회단체처럼 변하였다.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불법·폭력시위현장에서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의 공권력 행사를 방해하거나 불법시위대를 옹호하고, 북한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침묵하면서 우리나라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법질서를 넘어서 과도한 행태를 보이고, 법정에 증인으로 채택된 자에 대한 묵비권 종용, 지난 통진당 사건에서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보인 소속의 변호사의 법정소란행위 등 사회 여러 분야에 걸쳐 대한민국의 법질서에 부합되지 않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 지난 3월 9일 서울 광화문 KT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개최한 '테러범 옹호하는 변호사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민화협 해체’, ‘리퍼트 대사를 피습한 김기종 씨의 변호를 담당하는 황상현 변호사를 법조계에서 추방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논란이 불거지자, 민변은 황상현 변호사가 민변 소속이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
민변은 회칙 제3조에서 “모임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민주주의의 발전에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라고 하여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민주주의 발전을 그 설립의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민변이 언급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 민주주의 발전이 헌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기본권 보장과 민주주의와 그 의미나 내용이 결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또한 민변 회칙 제4조는 모임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기본적 인권의 옹호를 위한 변론 등 법률지원사업, 법률 및 제도에 대한 연구와 조사사업, 이런 사업을 위한 교육·출판·홍보 및 연대 등에 관한 사업과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을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변호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사업에 다름 아니라고 본다.
민변은 회칙 제5조에서 회원으로 정회원과 특별회원으로 구분하고, 변호사뿐만 아니라 특별회원으로 법관, 검사, 변호사 자격이 없는 법학교수, 변호사 자격이 있는 공무원(군법무관, 공익법무관 포함), 외국변호사, 사법연수생 또는 법학전문대학원에 재학 중이거나 수료한 사람까지 회원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변은 모임의 회칙에 인권의 옹호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기여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하였지만, 2000년대 들어오면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였던 많은 문제 앞에서 객관적인 법적 기준을 잃어버리고 실정법을 자기 기준에 맞게 해석하는 문제를 야기하였다.
그동안 민변의 활동을 보면 예를 들어 집회·시위 현장에서 명백하게 위법을 저지른 현행범을 체포하려는 경찰의 공권력 집행에 대하여 인권보호를 중장하면서 방해를 하거나, 직무를 수행하는 경찰관을 현행범으로 몰아 체포하는 행위 등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 1999년 대법원이 판례를 통하여 현행범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으나 행위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과 시간적 접착성, 범인·범죄의 명백성 및 도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로 인한 체포의 필요성 등의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한 것처럼, 시위현장에서 직무 수행중인 경찰관을 현행범으로 모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 바른사회시민회의(이하 바른사회)가 1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의 행보를 비판하고 바른사회가 바라보는 민변의 정치적 편법 행위를 공론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사진은 바른사회가 주최한 19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대한민국 법질서에 도전하는 민변을 말한다’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 /사진=미디어펜 |
그 다음 민변은 대법원이 이적단체라고 판결한 한총련에 대하여 합법화를 주장하였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하여 단식농성도 하였으며, 북한에 의한 천안함 폭침에도 의혹을 제기하면서 왕재산과 일심회 간첩단 사건, 범민련과 같은 이적단체를 비호하는 등 국가안보와 관련된 많은 사건에서 이들을 비호하고 사법부를 비난하였다. 법을 수호하고 양심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여야 할 변호사 단체인 민변이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건에서 객관적 기준을 잃어버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헌법이 제12조 제2항에 형사상 불리한 진술의 강요를 금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을 이용하여 민변은 피의자나 피고인에게 묵비권의 행사를 종용함으로써 사법절차를 무의미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리고 그 외에도 회칙 제5조에는 특별회원으로 판·검사나 공무원들도 가입하도록 하여 법조공무원들에게 사조직에 가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는 전체국민의 봉사자로서 공무원의 의무를 몰각시키는 것이다.
Ⅲ. 마무리
민변의 다양한 활동과 활동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두 발제문에서 공권력의 무력화와 안보 등과 관련하여 잘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민변활동의 구체적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필요성이 없다고 본다. 그렇지만 법과 정의를 실현해야 할 법률전문가 단체가 사회적 이슈마다 현행 법질서의 결과에 대하여 건전한 비판을 넘어서 비난을 일삼고 북한의 인권과 도발에 침묵하거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민변은 인권옹호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법률가 모임이다. 즉 민변은 대한민국 법질서의 보호를 받는 대한민국의 단체이다. 전문법률가 모임으로 민변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사회질서유지 및 공공의 이익을 위한 활동을 해야 한다.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변호사의 활동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결코 배치되지 않는다.
개인의 인권을 옹호한다는 것으로 온갖 현안문제에 개입하여 무용한 법리논쟁을 벌이거나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만 개진하는 것은 결코 정당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 대한민국의 존립과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하고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법질서를 누가 보아도 합리적이고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하는 민변이 되어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