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지난 6월에 이어 5개월여만에 또다시 총파업에 들어가며 산업계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커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올해 말 일몰예정인 '안전운임제' 폐지 철회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역시 순순히 이를 받아들일 모습이 아니어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당장의 큰 피해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지난 6월 8일 만에 최소 2조 원의 피해를 입힌 만큼 이번에도 조기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큰 피해가 예상된다. 물류대란이 불가피해 산업계도 이번 파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철강을 비롯해 자동차, 가전 등 육상운송 비중이 큰 업종 순으로 피해가 일파만파 커질 수 있다. <편집자 주>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또다시 총파업을 벌이면서 중소기업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다.
28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3일부터 이날 09시까지 화물연대의 운송 거부로 우리 기업 32곳이 56건의 애로·피해를 신고했다.
특히 시멘트업계의 경우 지난 26일 10만3000톤의 출하를 계획했으나, 실제로는 9000톤만 출하하는 등 91% 급감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시멘트협회는 부산을 비롯한 남부 일부 지역에서는 공권력의 도움을 받아 출하가 이뤄졌으나, 동해와 삼척 등에 위치한 시멘트 생산공장 및 수도권 유통기지가 사실상 중단 상태에 빠졌다고 토로했다.
28일 광주 광산구 진곡화물차고지에 주차된 화물차/사진=연합뉴스 제공
협회는 지난 6월 파업으로 1061억 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을 입은 데 이어 이번에도 나흘 만에 464억 원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0년 이후 안전운임제와 관련해 발생한 물류비 부담이 1200억 원 규모라는 점도 언급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도 이날 간담회에서 "복합적인 위기로 중소기업 수익성이 악화됐다"면서 "매일 컨테이너 3~5개가 나가야 하는 곳들도 밀리는 중으로,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국내 거래선 변화에 대한 우려가 가중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김 회장은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를 인정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도 사업자로서 화주와 개별 계약을 체결하는 특수고용직이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는 앞서 305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집단운송거부 영향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73.4%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실제 물류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82.3%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해 김병유 한국무역협회 회원서비스본부장도 최근 3년간 수출기업의 컨테이너 내륙 운송 운임이 25~42%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벤처기업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를 비롯한 단체들도 잇따라 입장문과 성명서를 통해 화물연대 파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일방적인 운송거부가 수출길을 틀어막는 등 경영난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사진=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이들은 시장 원리에 반하고, 세계적으로도 유래가 없다는 것을 들어 안전운임제 폐지도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로 이전하면 일자리 문제가 심화되고, 인위적 물류비 상승으로 기업 원가가 오르면 결국 소비자에게 인상분이 전가되는 등 국민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커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장기·대형 계약에 대한 유연한 운임제를 도입하고, 객관적인 원가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화물차의 안전 확보에도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들을 감안, 안전 확보 노력은 안전운임제 도입 이외의 과학·실증적 방법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설파했다.
이어 "힘 없는 영세 수출업체를 포함한 많은 화주들이 화물연대와 정치권 눈치를 보면서 윈윈 가능한 제도 마련을 기다리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집단의 힘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말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덕분에 과로·과적·과속이 줄어드는 등 컨테이너와 시멘트 분야 노동조건에 변화가 생기고 있으며, 국토교통부 연구 용역을 통해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고 반론을 펴고 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