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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개시명령' 윤 대통령, 레이건이 떠오르는 이유

2022-11-30 11:51 | 김규태 차장 | suslater53@gmail.com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업무개시명령은 말 그대로 명령입니다. 수용할 수 있고, 수용하지 않을 수 있고 하는 사안이 아닙니다."

29일 열린 브리핑에서 '화물연대가 오늘 발동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을 것'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을 묻자,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답한 내용이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을 놓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지만 사태는 악화일로다. 윤석열 정부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 간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화물연대는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는 슬로건을 내걸었을 정도다.

칼자루를 쥔 것은 정부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된 공권력을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당한 사유 없는 집단 운송 거부로 국가 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

명령의 송달 방법은 우편 송달 방식, 또는 관보나 운송사 게시판 등 공시 송달 방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8일 대통령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화물연대의 총파업 6일만인 지난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부분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즉각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명령 수행에 나섰다.

76개 조사팀을 꾸려 전국 시멘트 운송사 201곳의 현장 조사에 돌입했다. 운송사를 방문해 화물차 기사 주소 등의 자료 확보에 나섰다.

효력 발휘는 2주 이상 걸린다. 공시 송달 효력은 기본 14일 이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화물연대 파업처럼 긴급한 경우, 그 이내도 가능하다.

명령을 송달받은 운송사업자 및 운수종사자는 명령서 발부 다음 날 24시까지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복귀 의무 불이행 시 운행정지 30일이나 자격 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는다. 고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매겨진다.

화물연대는 이날 업무개시명령에 강력 반발하며 총파업 강행 방침을 밝혔다.

이번 사태에서 엿보이는건 미국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의 사례다. 지난 1981년 연방공무원인 항공관제사들의 집단 파업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강력 대응했고, 결국 해결했기 때문이다.

당시 항공관제사노조(PATCO)는 고도의 기술을 갖고 높은 임금을 받는 화이트칼라 노조로서, 전형적인 귀족노조(Aristocracy of Labor)로 치부됐다. 공항에서 꼭 필요한 직군이라 대체 가능성이 거의 없었고, 이에 따라 단체교섭력이 막강했다.

이들은 1981년 8월 3일 연방법이 금지하고 있는 파업을 단행한다. 공항은 마비되었고 미 전국의 항공 운송이 마비됐다. 이에 레이건 대통령은 즉각 미국 경제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간주하여 업무 복귀를 명령했고, 전체 항공관제사 중 10%만이 복귀명령에 응했다.

미국 정부는 당시 대체 근로 등 여러 대책을 동원하여 기존 보다 절반에 해당하는 항공편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장기적으로는 항공관제사 양성에 힘써 충원에 나섰다. 명령대로 48시간 내인 8월 5일까지 복귀하지 않은 1만 1345명에 대해, 레이건 대통령은 전면 해고해 버렸다. 이후 이들은 평생 연방공무원이 되는 것 자체가 금지됐다.

사태를 일으킨 항공관제사노조에게는 벌금이 부과되었고, 노조는 결국 파산했다. 다만 이 사태로 파업 전의 기존 인력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렸다.

불법 파업에 대해 법치주의에 입각해 대응했던 레이건 대통령은 이 사태를 계기로 강력한 지도자로 각인됐다. 정국의 주도권을 잡는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장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큰 보탬이 됐다. 노조의 파업권에 강력 대응해 기업 경영권이 보장되었기 때문이다. 다른 이의 자유를 파괴하는 자유는 허락되어선 안된다. 노조의 방종을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이 유념해야 할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은 하루 손실이 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심각하다. 30일 2차 교섭이 열린다고 하지만 협상 테이블이 또 엎어질 가능성이 높다.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다.

대통령실은 29일 오후 "'집단적 화물 운송 거부행위'는 국가 경제와 민생을 볼모로 잡고 '더 힘 없는 다른 노동자의 일자리까지 빼앗는 것'"이라며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미국 레이건 대통령처럼 끝까지 법과 원칙을 관철시켜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철통같은 의지와 정확한 상황 판단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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