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위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경제에 금융위기급 충격이 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경제 전문가 60%가 1년내 금융위기 충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높은 가계부채에 기업 돈맥경화 심화에 따른 금융시스템 부실에 주목한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위기요인과 이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짚어본다.[편집자주]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지속된 고금리 기조와 자금시장 경색에 따른 유동성 위축, 부동산시장 침체로 인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화 등이 한국 금융시장이 안고 있는 잠재적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자금조달난과 연체율 상승 등 어려움을 겪고 있어 2금융권발 금융위기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5%대까지 치솟으면서 저축은행의 수신경쟁력은 떨어지고 있다.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수신상품 간 변별력이 사라지자 자금이 시중은행으로 몰리면서 저축은행의 자금조달난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기존 저축은행 예금금리는 시중은행보다 연 0.5~1.0%포인트 높았지만 시중은행에서 공격적으로 예금금리를 인상하면서 지난 9월에는 금리차가 역전돼 오히려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0.06%포인트 더 낮기도 했다.
예적금 이탈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된 저축은행들은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조달에 나서는 상황이다.
지난달 23일 엠에스상호저축은 모회사 SK증권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목적은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제고 등 재무구조 개선으로, 지분율(93.57%)을 감안하면 SK증권의 출자금액은 총 180억원이 될 전망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달 15일 이사회를 열고 신주 10만주를 발행해 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유상증자에 나섰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출자금 전액을 부담했다.
OK저축은행도 지난 9월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2016년 650억원 규모로 단행한 이후 6년 만이다.
대출의 질이 악화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79개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규모는 9411억원으로 2017년 상반기(9812억원)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소액신용대출은 담보 없이 300만~500만원 한도로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소액신용대출 규모가 많은 경우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소액신용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이 급전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리가 높아 저축은행은 연체율 관리에 신경을 써야한다. 올해 상반기 저축은행 소액신용대출 연체율은 6.94%로 7%에 근접했다.
과거 부실화의 주요 원인이던 부동산 PF 대출 자산이 급증하면서 이 또한 건전성 위협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금리 인상과 원자재 가격 상승, 주택가격 하방 등으로 PF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PF 대출은 건설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대출해 주는 것을 말한다. 건설사가 금융권 대출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물을 올린 뒤 분양 수익을 내는 구조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수익을 내기 쉽지만 지금처럼 기준금리가 높아지고 자산가격 하락이 동반돼 미분양이 확대될 경우 금융사까지 대규모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
올해 6월 말 저축은행의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2018년 말과 비교해 5조6000억원 증가한 10조8000억원에 이른다. 지난 2016년 말 3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년 만에 약 7조원 이상이 불어난 것이다.
전체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 112조2000억원에 비해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평균 연체율이 1.8%로 보험사(0.3%) 등에 비해 높아 부실 염려가 지속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의 PF 연체율은 10∼20%대로 올라섰다.
저축은행 PF 사업을 담당하는 건설사 중 87.5%가 신용등급이 투기 등급이거나 아예 등급이 없을 정도로 신용도가 낮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은행은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를 통해 “저축은행은 시공사의 신용등급이 낮아 시공사 신용보강 기능이 약한 편”이라며 “PF부실이 발생하면 영세사업장이 많고 담보가치의 안정성도 떨어지는 일부 비은행기관의 복원력이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