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전대) 시계가 조금 더 빨리 돌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른바 '친윤 4인방(권성동·윤한홍·이철규·장제원)' 비공개 회동 이후 '9대 1' 전대룰 변경·2말 3초(2월말 3월초) 전대설이 급물살을 타면서다. 빠르게 돌아가는 전대 시계에 당권 주자들은 '윤심'이 어디로 향하는 지에 촉각을 세우면서 전략 수정을 꾀하는 모습이다.
지난 22일 윤 대통령은 '친윤 4인방'을 관저로 불러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예정됐던 만찬(25일) 3일 전이다. 이후 국민의힘 친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2말3초 전대설이 기정사실화 되는 분위기다. 아울러 현재 7대(당원투표) 3(국민여론조사)이던 전당대회 규칙을 당원투표 9, 국민여론조사 1까지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받고 있다.
‘4말 5초’ 등 다양하게 거론되던 차기 전당대회 시기가 '2말 3초'로 앞당겨진 것에 '윤심'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합리적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3월 개최 가능성' 자체는 열어 두면서도 윤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것에 대해서는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이다. 그동안 윤 대통령은 '당무에 개입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공언해 왔던 터라 직간접적 개입설에 선을 긋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12월 1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 임명장 수여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박대성 디지털정당위원장, 한기호 국가안보위원장, 정 비대위원장, 최재형 인권위원장, 김정재 중앙여성위원장.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를 의식한 듯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원장)은 지난 29일 "대통령이 그런 일(전대시기)까지 지침을 주고 그러지는 않는다"라며 "그러니 제가 생각하고 있는 시점, 누가 생각하는 시점 같은 것은 딱히 의미가 없다. 전당대회 시기나 룰 결정은 비대위가 아니고 전준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1일에도 "(전당대회 시기는) 지금 논의할 시점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예산 국회를 마무리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런 맥락에서 다른 당무 현안은 후순위로 논의가 밀릴 수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날 비대위 비공개 회의에서 김석기 사무총장은 전대 시기를 포함해 전대 룰 변경 절차를 지도부와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우선 전대 룰 변경과 관련해서는 전당대회 준비위원회가 아닌 비대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라고 전했다.
또한 "전당대회 룰 변경과 관련해서는 당원과 여론조사를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것들을 한번 당원들에게 직접 물어보는 방법도 생각해 보자. 여의도 연구소를 통해 당원들의 의견이 뭔지 좀 알아보자는 얘기까지도 나왔다"라며 "다만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도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대위 임기가 3월 12일이다. 원칙적으로 보면 비대위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전당대회를 하는 게 맞다"라며 "2월 말은 좀 어려울 것 같고 3월 12일 전에는 가능할 것 같다. 정기국회 이후 선거관리위원회를 띄우면 실무적으로 준비하는 기간이 45일에서 50일 정도다. 3월 전대가 가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그동안 '설'로만 난무했던 전대 시기가 2말 3초로 가닥이 잡히면서 윤 대통령이 전대 준비를 위한 본격 교통정리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제 남은 과제는 자신이 '친윤' 후보임을 내세우면서 난립하고 있는 당권 주자들에 대한 정리가 남아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7월 20일 국회 본회의에 참석한 가운데 장제원 의원이 그 뒤를 지나가고 있다./사진=공동취재사진
현재까지 후보군에는 김기현·권성동·나경원·안철수·윤상현 의원(가나다순) 등이 있다. 권 의원과 나 의원의 경우 아직 출마를 공식화 한 것은 아니다. 당권 주자들은 '윤심'의 향방이 어디로 향하는 지 예의 주시하면서 당권 경쟁을 위한 전략 수정을 꾀하는 모양새다.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기현 의원의 경우 자신의 단점인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 국정조사 등 당 내 각종 현안을 두고 대통령실과 박자를 맞추면서 당심 공략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반면 안철수 의원은 높은 인지도와 함께 수도권과 중도층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 점을 부각하면서 차기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당 대표임을 내세우고 있다.
안 의원은 1일 윤 대통령이 최근 전당대회 시기 등을 측근들과 논의했다는 의혹에 대해 "전당대회 의논을 하려면 그렇게 부부 동반 만찬 자리가 적합하겠나"라며 "확대 해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번 당대표 선거는 총선 승리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정치적 유불리에 따른 친윤·비윤 구도가 아니라 당이 한목소리로 화합 해 승리를 누가 이끌 적임자인지만 생각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