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백지현 기자]임기 만료를 앞둔 주요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교체를 앞두고 '관치 논란'이 일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차기 회장으로 윤석열 대통령 라인의 관료 출신 인사가 급부상하면 연임이 점쳐져 왔던 손병환 회장의 교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최근 '라임펀드 사태'로 중징계를 받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역시 거취를 둘러싼 당국의 경고성 발언 이후 연임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0일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주 중 차기 농협금융 회장 단독 후보를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손 회장의 교체 가능성이 유력하다. 임추위가 검토하고 있는 회장 후보로는 윤 대통령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거론된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26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 전 실장은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2차관, 미래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정통 경제관료다.
당초 업계에선 최대 실적을 이끌어 온 손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점쳐왔다. 손 회장은 취임한 뒤 지난해 사상 첫 2조원의 순이익을 달성했고, 올해 3분기까지 사상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여기다 기본임기 2년에 1년을 더 연임했던 전 회장들의 전례를 고려했을 때 손 회장도 1년 더 연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에서다.
그러나 농협금융 지분 100%를 소유한 농협중앙회가 최근 관료 출신을 낙점하면서 손 회장의 연임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정치권과 중앙회의 영향을 크게 받는 농협금융지주 특성상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인사를 차기 회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손 회장의 경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사실상 손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외풍’ 논란에 불을 더욱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원장은 손 회장이 라임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중징계를 받은 이튿날인 지난달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금융 측이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당사자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손 회장의 연임에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 원장은 지난달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회장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금융사 CEO 선임과 관련해 "투명하고 공정한 경영 승계 절차"를 재차 주문하고 나서면서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손 회장의 거취를 두고 재차 압박성 구두 경고를 내놓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했다.
금융사 CEO 선임과 관련한 관치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금융사를 관리·감독하는 입장으로 CEO 선임에 대한 "이사회의 책임"을 강조했을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적극 부인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손 회장 후임으로 관료 출신 인사를 앉히기 위한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