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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 없는 화물연대 파업, 울상 짓는 자동차·철강

2022-12-07 13:23 | 김태우 차장 | ghost0149@mediapen.com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전국민주노동총연맹(민노총)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동차 업계와 철강 업계의 피해가 막심하다. 

반도체 수급문제가 해갈되는 분위기였던 자동차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출고지연 문제가 가중되는 모습이고, 철강 업계 전반에도 출고 차질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서 열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포항지부 총파업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14일째 이어지고 있는 민노총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산업계 출하차질 피해액이 수조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정부는 산업계 피해가 더 늘어나는 걸 막기 위해 이번 주 중에라도 업종별 업무개시명령 추가 발동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산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이번 파업여파로 물류길이 막히며 자동차업계와 철강업계에 공급차질에 따른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철강업계 전체의 출하 차질 규모는 지난 5일 기준으로 92만 톤, 피해액은 1조2000억 원으로 파악됐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피해규모인 1조1500억 원을 웃도는 수치다. 포스코의 출하 지연은 하루 2만7000톤(포항제철소 1만 톤, 광양제철소 1만7000톤), 현대제철은 하루 5만 톤에 달한다.

철강업계는 이미 피해 최소화 '마지노선'을 넘었다고 보고 있다. 출하 지연 철강재를 야적장과 보관창고에 적재하고 있지만 한계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는 도로에 철강재를 쌓으면서 버텨야 한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당시에도 제철소 내부 도로나 공터에 철강재를 쌓아뒀고, 결국 포스코 포항제철소 선재(코일 형태의 철강 제품) 1∼4공장, 냉연 2공장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만 두 번째 겪는 화물연대 파업이라 선출하 물량을 늘려 그나마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화물연대)비노조원을 통한 육로 운송 물량이 있긴 해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에 하루빨리 파업이 끝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일각에선 철강재 생산량 조절까지 검토하고 있다. 지금처럼 평소 대비 50% 미만의 출하 상황이 계속되는 상황에선 생산량 조절 외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또 철강재는 자동차, 조선, 건설 등 연관된 산업이 다양한 만큼 출고 지연이 길어지면 산업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지난 6일 철강협회도 입장문을 내고 화물연대 총파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철강협회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국내외 철강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상황에서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최근 운송거부는 모든 노력을 헛되게 만드는 수준"이라며 "화물연대는 집단운송거부를 즉각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을 수용하면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파업이) 일어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것"이라며 "업무개시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통해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업계 역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앞서 반도체 수급난 문제로 고장의 가동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에 이어 이번에는 출고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고객 인도 기간이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기아 광명 소하리 공장에서 출고된 수출용 차량이 로드 탁송 방식으로 도로를 달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조우현 기자



앞서 지난 5월에도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을 겪은 완성차 업계인 만큼 피해가 재현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행이 이번에는 미리 부품 매입해 제조과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장에서 고객에게 인도되는 탁송 과정이 마비되며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것은 문제다. 

기아의 경우 하루 2000대에 달하는 생산차를 쌓아 놓을 공간이 없어 제 3의 장소에 물량을 옮기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아르바이트생 800명을 모집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와 기아는 임직원들을 동원해 완성차를 직접 이동하는 방법도 적용하고 있다. 출고 지연에 따른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현대차와 기아 주요 공장이 울산과 아산, 광주에 있다는 것이다. 공장에서 고객에게 차량이 우송되려면 직접 운전한 차량이 고객들에게 이동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주행거리가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반면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은 고객들은 별도의 순번을 다시 기다려야 되는 불편을 추가로 겪게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피해도 무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화물연대의 파업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기존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양측의 입장조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정부도 업무복귀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엄중히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시멘트 업종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이 속속 복귀하는 가운데, 정부는 정유·철강 등에도 추가적인 업무개시명령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경찰과 협조해 수사와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노정 간 대치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생산의 경우 필요한 부품을 즉시 수급해 생산하는 적시생산방식(JIT)이 일반적이어서 일부 부품만 납품되지 않아도 전체 생산의 차질이 발생한다"며 "화물연대 파업 단순 완성차 회사를 넘어 협력업체들까지 큰 파급력이 지닌 만큼 이를 볼모로 벌이는 집단이기주의는 정당화 될 수 없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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