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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핵자강론’ 주도 정성장 “미국 설득할 논리 있다”

2022-12-08 16:39 | 김소정 부장 | sojung510@gmail.com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국이 핵무장하면 설령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북한과 핵전쟁을 벌일 이유가 사라지게 되면서 미국은 더욱 안전해진다. 북한도 더는 한국군을 무시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우발적 핵사용을 막기 위해 남북 군비통제와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북한의 지난 9월 핵무력정책 법제화 발표 이후 핵포기 가능성이 없다는 평가가 높아지면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북한은 남한에 대해 핵 선제타격을 선언했다. 또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추가 채택도 안 되고 있는 현실이 남한 내 핵자강론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5일 출범한 한국핵자강전략포럼의 대표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이 앞으로 7차 핵실험을 단행할 때를 기해서 정부의 독자적 핵무장 추진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7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남북 간 핵균형을 실현하지 못한 채 한국이 미국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서 대북 무력시위에만 집중한다면, 북한은 한국에 대해 더욱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 본토를 타격하기 위한 ICBM 개발에 계속 매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18일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포-17형'의 시험발사를 지휘했다고 19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은 이날 김 총비서의 딸이 현장에 동행해 참관한 사실도 공개했다. 2022.11.19./사진=뉴스1


정 센터장은 북한의 핵무기 실태에 대해 “북한은 현재 핵무기 50기(또는 상응하는 핵분열물질) 정도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매년 5기 이상을 추가로 생산해서 2030년에는 100기 이상의 핵무기를 보유할 것”이라며 “영변에서 550㎿급 원자로 건설 재개 정황까지 나타나고 있어 북한이 이 원자로 가동을 시작하면 핵무기용 플루토늄 생산량을 10배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데도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지난 9월 16일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에서 북한의 핵공격에 대해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천명하면서도 미국의 핵보복에 합의하지 못한 것은 미국의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 센터장은 미국 내에서도 김정은정권이 출범한 이후 2013년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이 단행되자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2013년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대가인 존 미어샤이머 미 시카고대 교수는 “미국이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과 일본을 보호할 결단을 내릴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다”고 발언한 바 있고, 2015년 4월 찰스 퍼거슨 미 과학자협회 회장은 비확산전문가그룹에 ‘한국이 어떻게 핵무기를 확보하고 배치할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비공개로 회람한 사실이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7년 3월 18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은 한국 방문을 마친 뒤 중국으로 이동하는 전용기 안에서 언론에 “북핵은 임박한 위협인 만큼 (북핵) 상황 전개에 따라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허용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2021년 3월 16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이자 동아태소위원회 공화당 간사인 스티브 차보트 의원은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나가도록 압박하게 하기 위해서 미국이 한국, 일본과 핵무장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미국 내에 존재하는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열린 입장을 소개한 정 센터장은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북한은 멀리 있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의 핵을 의식할 것이므로 미국은 더욱 안전해지고, 북한이 우발적 핵사용을 막기 위해서라도 남북 군비통제와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다는 논리로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이 전술핵무기로 한국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보복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는 것을 꺼린다면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국민들의 신뢰도는 순식간에 무너지고 말 것이므로 따라서 한국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한미동맹이 시험대에 오르는 것을 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이스라엘처럼 대외적으로 핵보유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정책을 취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 정 센터장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위한 중장기적 4단계의 접근법을 제시했다.

이를 보면, 먼저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하면 한국정부는 즉각적으로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하겠다고 경고하고, 북한에 일정 시한까지 남북 및 미·중 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을 경우 한국도 독자적 핵무장을 추진한다고 경고한다. 그런데도 북한이 불응한다면 한국은 미국을 설득해서 암묵적 동의 하에 핵무장을 추진한다. 이후 남북 간 핵감축 협상을 통해서 ‘준 비핵화’를 달성하고, 남북교류협력을 복원시킨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한국핵자강전략포럼 대표).


정 센터장은 “남북이 핵감축 협상을 통해 남북 모두 핵무기 보유량을 10개 이하로까지 줄이는 ‘준 비핵화’를 현실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대북제재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것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면서 “만약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이 10개 이하로 줄어든다면 북한이 방어용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선제공격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의 핵자강 반대 논리에 대해서는 “한국이 핵무장을 할 경우 경제·안보·외교적으로는 물론 남북관계에서의 이익을 외면하는 편향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과거 북한이 NPT를 탈퇴했을 때 그것 때문에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지 않았고, 인도의 경우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인도의 핵개발을 용인했고, 인도가 1998년 5회에 걸쳐 핵실험을 했다고 발표한 이후 경제제재를 받았으나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센터장은 “북한이 2030년경에 약 100개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어 ‘핵 강국’이 되면 아무리 경제력에서 한국이 앞선다 하더라도 한국 주도의 통일을 실현할 수 없다”고 말하면서 “그러나 한국은 4000개가 넘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북한과의 핵군비 경쟁을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고, 한국이 주도하는 남북통일을 위해서라도 남북 간 핵균형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파리-낭떼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 국가안보실·통일부·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을 맡은 바 있다. 정 센터장이 대표로 이끌고 있는 한국핵자강전략포럼에는 공평원 연세대 항공우주전략연구원 안보전략센터장(전 합참 전략기획차장), 장광일 전 동양대학교 국방기술대학 학장(전 국방부 정책실장),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이 참여하고 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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