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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주유소, 탄소 중립·에너지 전환 따라 "사업 다각화 필요"

2022-12-13 15:55 | 박규빈 기자 | pkb2162@mediapen.com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탄소 중립·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따라 석유 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계가 주유소 사업 다각화와 정부 당국의 석유 유통 정책 개선안을 제시했다.

대한석유협회·한국석유유통협회·한국주유소협회는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에너지 전환 시대 주유소 혁신과 사업 다각화·석유 유통 정책 개선 방안 토론회'를 13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했다./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13일 대한석유협회·한국석유유통협회·한국주유소협회는 이날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에너지 전환 시대 주유소 혁신과 사업 다각화·석유 유통 정책 개선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조 발제를 담당한 최동원 산업연구원(KIET) 소재산업실 연구위원은 '주유소 실태 조사 및 혁신 지원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최 위원은 2010년 1만3004개소를 정점으로 국내 영업 주유소는 연 평균 1.3%씩 총 10.2%가 줄어들었고, 2020년 기준 1만1589개로 집계됐다. 최근 5년 간 4.2%(508개소)가 감소했고, 서울>광주>대구>대전 순으로 나타났다.

신규 등록과 폐업은 큰 특징을 보이지 않았지만 휴업하는 주유소는 2018년 613개소, 2019년 519개소, 2020년 517개소로 2016년 349개소, 2017년 333개소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17개 광역자치단체 내 연료유 판매량은 10개 지역에서 감소세를 기록했다.

현재 주유소 업종의 영업이익률은 2.52%로, 도·소매업 4.06% 대비 낮은 수준이다. 연 매출액 10억 원 이하인 주유소 수는 총 2002개(14.6%)로, 평균 영업이익은 2600만 원에 불과해 경영 환경이 열악하다는 전언이다.

최 위원은 향후 위험·한계 주유소가 확대돼 폐업하는 경우가 늘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계 주유소는 기존 휴·폐업율을 기반으로 주별 판매량이 하위 10%인 곳을 칭하며, 15%는 위험 주유소로 분류된다. 한계 주유소는 총 1033개(8.9%), 위험 주유소는 885개(7.6%)로 조사됐다.

그는 '한계 주유소 시나리오'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수행했다. 이는 친환경 자동차 보급률과 인구 감소세를 반영해 도출해냈다. 그 결과 2030년 전국 한계 주유소는 2194개로 기존 대비 2배 이상, 16.5%였던 위험·한계 주유소는 27.6%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기준 매출 유지가 가능한 주유소는 1만1509개였지만 2030년에는 9456개, 2040년에는 2980개로 급격히 줄어든다는 게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2030년 주유소 1개소당 평균 매출 손실률은 9.5%, 2040년에는 31.9%로 추정된다.

최 위원은 "수송 에너지 전환에 따른 주유소 경영 악화의 가속화는 주유소 폐업 급증에 따른 막대한 사후적 비용을 야기한다"며 "효율적인 사전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폐업 주유소 지원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원인 제공자가 부담해야 하고, 타 산업군과의 형평성이 어긋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석유사업법에 따라 국가 예산이 이중으로 지원돼서다.

하지만 최 위원은 지원 필요성을 설파한다. 대규모 폐업이 이어짐에 따라 토양 오염이 우려되는데 공익적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해외에서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는 주유소를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 전환 중심의 지원 방안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전국 1만여 주유소에 300킬로 와트(kW)급 연료 전지를 설치하면 4기가 와트(GW) 수준의 화력 발전소 8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현재 1호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은 올해 2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알뜰주유소./사진=미디어펜 DB


김정훈 경기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알뜰 주유소 사업 시행으로 시장 내 경쟁이 심화되고, 고유가·고금리로 주유소의 영업이익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친환경차 확산에 따른 내연기관차 연료의 수요 감소는 주유소의 휴·폐업을 더욱 가속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은 기존 주유소에 태양광·수소 연료 전지 등 분산 전원을 접목한 것"이라며 "기존 주유소가 전환하면 전력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주유소의 사업 전환이 이뤄지면 △수익성 개선 △에너지 신 산업 성장 동력화 △탄소 중립·기후 변화 대응 △에너지 안보 확보 등을 꾀할 수 있다. 그러나 전력 생산 비용과 판매 가격의 경제성과 위험물 안전 관리법 등 규제, 관계 당국의 지원 범위 등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다만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 확충을 위해서는 두 종류 이상 전기 사업 겸업을 금지하는 전기 사업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위험물 안전 관리법상 주유소 내 연료 전지 설치는 금지돼 있어 규제 완화도 따라야 한다는 점도 존재한다.

아울러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에는 급속 D/C 포트가 설치돼야 하는데,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낮을 수 있어 보조금 지급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좌초 자산 보상 제도 시행으로 인한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클 경우에는 폐업 주유소에 대한 국민 수용성 확보가 담보된다"며 "면밀한 분석이 따라야 한다"고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셀프 주유소./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알뜰 주유소 사업 추진 경과·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설파했다.

국내 알뜰 주유소 제도는 2011년 민관 합동 석유 가격 태스크 포스가 생겨나면서 도입됐다. 석유를 대량 구매해 협상력을 제고하고, 과점 정유 시장 견제를 위함이 취지다. 또한 알뜰유 사입가 절감으로 판매가도 낮춰 주변 주유소들과의 경쟁 촉진도 유도한다는 보조 목적도 있었다.

2021년 기준 알뜰 주유소는 1241개소로 전국 주유소 중 11%를 차지한다. 판매 물량은 2020년 67억 리터로, 전국 판매량의 18%를 점한다. 

휘발유·경유 소비가 가격 비탄력적으로 알려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뜰 주유소 사업으로 2012년부터 2020년 사이 소비자 후생 증가는 총 2조1000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가격 탄력성에 따른 소비자 잉여 총계의 강건성이 검증됐다는 의미다. 

김 위원은 알뜰 주유소 사업에 대한 기본 원칙 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장 경쟁 촉진과 투명성 개선을 통해 국내 석유 유통 시장의 발전과 유가 안정을 통한 국민 편익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는 정상적인 시장 수급 요인에 의한 가격 변동을 용인하고, 시장 친화적 정책 수행을 해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석유 유통 산업은 탄소 중립 이행기 속에 점차 축소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닌 업종"이라며 "정부는 수송 부문 탄소 중립 실현에 대비해 알뜰 주유소 사업 참여자 간 중장기적 역할을 재정립하는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지금까지의 알뜰 주유소는 마진 없는 사업을 지향했다. 한편 시장 상황에 맞는 유연한 가격 운용 정책도 실행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외에도 해당 사업의 공공성을 제고하려면 알뜰 주유소 수익금을 활용해 공익적 성격의 기금을 조성하고, 주유소 폐업 지원 등 석유 유통 시장 공익을 증진하고, 국내 석유 수급 위기 대응 차원에서 '비축용 알뜰유'도 계획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 위원은 "시장 내 알뜰 주유소의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을 위해 점진적으로 이격 거리 폐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운영 주체 재구성에 대한 논의도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우형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알뜰 주유소 정책으로 소비자 복리는 증대됐지만 시장 왜곡을 불러왔다"며 "불공정한 경쟁 결과를 초래한 '정부 실패'의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 주유소를 모두 알뜰 주유소로 전환해야 이 사업이 유지될 수 있다"며 "시장 경쟁을 도모한다면 셀프 주유소를 장려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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