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중국 반도체 수출 제재 동참하기로 하면서 한국의 결정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다만 한국은 아직 미국 정부로부터 동참 요청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은 WTO에 미국의 규제를 제소하며 반격 나서면서 또 한번의 갈등을 예고했다.
14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현재 일본과 네덜란드가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재에 원칙적으로 동참하기로 하고 몇 주 내 관련 내용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시 소재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미국의 중국 반도체에 대한 제재는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해에 중국 D램 제조사 푸젠진화와 미국 기업 간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이후 2019년에는 중국 화웨이를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들과 거래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기도 했다.
또 네덜란드 ASML이 최첨단 반도체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SMIC에 팔지 못하게 한 이후 아직까지 중국 현지에 EUV 노광 장비는 단 한 대도 설치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올해 10월에도 미국 정부는 △18㎚(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 △14㎚ 이하 시스템반도체 생산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다 반도체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가 미국의 중국 제재에 협력하는 것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데 필요한 장비를 구매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루트를 차단하는 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이 미국의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세계 5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램리서치·KLM과 일본의 도쿄 일렉트론, 세계 1위의 반도체 노광장비 생산업체인 네덜란드의 ASML이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과 네덜란드의 동참이 확실시 되면서 한국의 결정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한국은 지난 3월 미국 정부로부터 일본·대만과 함께 ‘칩4 동맹’을 만들자는 제안을 받은 바 있다. 다만 한국은 현재까지 이에 대해 미국 정부로부터 동참 요청을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장비를 수출하는 나라가 아닌 만큼 이번에 거론된 수출통제와는 연관성이 멀다고 정부는 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외교부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관련국들과 긴밀하게 소통하며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반격을 가하는 모습이다. 앞서 중국은 지난 11일 미국의 제재에 대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을 위협할 뿐 아니라 미국의 국가안보 주장의 타당성도 의심스럽다면서 세계무역기구(WTO) 분쟁해결절차에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상무부는 성명서를 통해 “WTO 제소는 합법적인 방식으로 중국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며 중국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수단”이라고 밝혔다.
또 최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수년간 1430억 달러(약 186조 원)의 예산을 반도체 산업에 지원하기로 했다.
예산 대부분은 자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장비를 구매하는 반도체 제조 공장 등에 지원될 예정이며, 해당 장비 구매 회사들은 비용의 2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소식통은 이를 통해 중국 당국은 자국 반도체 회사들이 반도체 생산, 조립, 패키징, 연구·개발을 위한 시설을 짓고 확장하거나 현대화하는 것을 지원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