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이 부시장이 됐다. 그것도 기초자치단체 제2부시장이다. 검찰 못지않게 고시합격 기수와 직급에 민감한 행정조직상 파격이다.
주인공은 황준기 용인특례시 제2부시장(67)이다.
"꿈에도 상상하지 않은 결심입니다. 행정고시 합격(23회)후 20대 나이에 군수를 시작으로 차관까지 지냈는데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황준기 용인특례시 제2부시장은 용인시의 최대 현안인 시민 안전, 도시계획, 교통·주택·건설, 환경 등의 업무는 물론 용인시 미래를 담보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플랫폼시티 등 용인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사진=김동현 기자
재야에 머물던 황 전 차관의 출사는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의 강권에서 비롯됐다. 용인시장직 인수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이상일 시장의 삼고초려에 우선 행정조직의 중심을 잡는 역할에 방점을 두고 응했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용인시가 시장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시장의 당적까지 교체되는 급변하는 환경에 처했는데 저의 오랜 공직 경험이 불안정한 권력 이야기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평소 이상일 시장의 능력과 덕성을 평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기 위한 봉사 기회로 받아들였습니다."
인수위원회가 종료되는 시점이 되자 이 시장이 변심했다. 갑자기 제2부시장을 맡아 2년간 함께 일을 하자는 제안이다. 함께 일하면서 그의 일솜씨와 인품에 반했다는 전언이다. 이 시장의 파격 제안은 황 전 차관(당시)에게는 충격적 제안이었다.
고사했다. 당연한 대답이었다. 어찌 보면 행정고시 합격 후 경기도 기획관리실장, 행정자치부 지방재정세제본부장, 청와대 행정자치비서관, 여성가족부 차관까지 역임한 중량감이 선 듯 고개를 끄덕이지 못하게 했다.
"이상일 시장의 진정성이 저를 넘어서게 했습니다. 그가 가진 비전과 용인시에 대한 애정에 제가 가진 경험이 보태지면 정말 무엇인가 이룰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이 시장은 정무직인 제2부시장에게 용인시의 최대 현안인 시민 안전, 도시계획, 교통·주택·건설, 환경 등의 업무를 일임했다. 물론 여기에는 용인시 미래를 담보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플랫폼시티 등이 포함돼 있다.
"용인시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정부가 미래 먹거리로 올인하는 반도체는 물론 서울과 인접한 지정학적 위치로 인프라 유치를 통한 비전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100만 명이 넘는 인구는 충분한 동력원이 되고 있습니다."
황준기 용인특례시 제2부시장은 용인시의 최대 현안인 시민 안전, 도시계획, 교통·주택·건설, 환경 등의 업무는 물론 용인시 미래를 담보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플랫폼시티 등 용인시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사진=김동현 기자.
사실 용인시가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 반도체 집적시설 유치에 따른 상·하수도 확보문제는 시급하지만 인근 지자체와 이해관계를 정리해야 하고 기업유치를 위한 세제 혜택 등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중앙정부에서 재정세제본부장을 역임한 경력과 경기도 기획관리실장을 역임하며 시군간 이해조정 경험이 풍부한 황 부시장의 능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또 경기관광공사 사장과 인천관광공사 사장을 지낸 경험은 용인시의 다채로운 발전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추진력과 조직 운영 능력은 후배 공무원들이 높게 평가한다. 경기도에서 근무당시 그의 별칭은 '황포(황준기 + 여포)'였다. 치밀한 계산과 공부를 거쳐 된다고 판단하면 결재권자를 설득하고 후배들을 다독여 밀어붙이는 힘은 대단했기에 붙여진 별호다. 특히 당적과 상관없이 도의원들을 우군으로 만드는데 보여준 탁월한 능력은 지금까지 회자된다.
그래서인지 용인시 정가에는 황준기 부시장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마침 국민의힘 처인구의 당협위원장이 공석이어서 소문에는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또 2010년 성남시장 자리를 놓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치열한 선거전을 치른 정치경험도 부각된다. 당시 낙선했지만 같은 당적의 현직 시장이 공천에 불만을 품고 무소속 출마했음에도 40%가 넘는 득표력을 보였다. 본인은 극구 부인한다.
"정치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가진 경험과 비전을 용인시 발전이라는 이상일 시장의 꿈을 성취하는데 조력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2년의 임기가 끝나면 아내와 설계한 은퇴 생활을 즐길 계획입니다."
중앙정부와 청와대 등지의 다양한 공직 경험에도 자신을 '경기도 사람'으로 소개하는 황 부시장이다. 그래서 2년의 임기가 짧을 수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실과 중앙정부, 기업을 꿰뚫는 인적 자산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보유하기 힘든 역량이어서 표면에 드러나지 않는 역학도 기대된다. KB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한 황영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이 친형이다. /글=김진호 부사장, 사진=권동현 기자
[미디어펜=김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