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BNK금융지주가 차기 회장 선출에 별도의 나이 제한을 두지 않으면서 총 18명의 1차 후보군이 회장 리스트에 올랐다. BNK금융 계열사 대표 9명과 친(親) 정부, 관료 출신 인사 등 외부 9명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별도의 '나이제한'을 두지 않은 탓에 외부에서 70대 관료 출신 후보자가 대거 지원했다는 후문이다. 계열사 노조와 지역사회는 "정부 낙하산 인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BNK금융은 전날 지주 계열사 대표 9명과 외부 인사 9명 등 차기 회장 후보군 18명을 확정했다./사진=BNK금융그룹 제공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은 전날 지주 계열사 대표 9명과 외부 인사 9명 등 차기 회장 후보군 18명을 확정했다. 외부 인사 9명엔 관료 출신과 퇴직 임원,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포함됐다.
관료 출신으로는 BNK금융에서 사외이사로 활약한 바 있는 김창록 전 산업은행 총재와 19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박대동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또 지난 2017년 BNK금융 회장에 도전했던 이정환 전 주택금융공사 사장과 이현철 전 한국자금중개 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 4대 천왕'으로 불렸던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은 후보군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고, 조준희 전 기업은행장도 우리금융 회장을 도전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후문이다.
이들 인사 중에서도 '70대'인 김 전 산은 총재와 박 전 예보 사장은 '관료 출신'이라는 무기까지 내세워 유력한 외부 후보군으로 불린다. 두 인사는 각각 73세, 71세다.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도 78세인 탓에 후보군 언급시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처럼 70대 인사가 후보로 대거 거론된 건 BNK금융이 별도의 나이 규정을 두지 않아서다. 4대(KB국민·신한·하나·우리) 은행 금융지주사는 감독당국의 CEO 셀프연임 지적에 못 이겨 지난 2011~2012년 '70세룰'을 도입·적용하고 있다.
BNK금융은 2011년 지주사 출범 이후, 이장호 초대 회장과 성세환 2대 회장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이 전 회장은 감독당국의 압박에 못이겨 자진 사퇴했고, 은행장과 지주 회장을 겸직했던 성 전 회장은 BNK 주가조작, 채용비리 등으로 구속되면서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 BNK는 지주 회장들이 연이어 임기를 못 채운 탓에 '연임' 사례가 없었던 것이다.
이에 취임 당시 만 71세였던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이 2018년 BNK금융 CEO 승계 후보자 기준을 △지주 사내이사(상임감사위원 제외) △지주 업무 집행책임자 △자회사 CEO로 제한하도록 개정했다. 또 연임을 1회로 제한했다.
취임 당시 '낙하산' 이슈가 많이 제기된 탓에 인사외풍을 막으면서도, 연임제한 카드를 내걸어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70세룰'을 방지한 것이다. 이를 통해 BNK만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든 것이다.
김 전 회장의 CEO 승계 기준은 현 여당의 부침이 있었지만, 지난 4년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별도의 제지를 받지 않았다. 금융지주사가 지배구조를 변경할 경우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 최근 국민의힘 의원을 중심으로 CEO 승계 구조가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금감원이 압박에 나서면서 지난달 외부추천도 허용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이사회에서 인사외풍을 막기 위해 만든 후계자 제도를 정작 '외풍' 때문에 적용조차 해보지 못한 것이다.
권희원 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임기 1~2년차인 계열사 대표들은 후계자 양성프로그램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외국어공부, 각종 세미나, 학술행사 등에 참여하고 외부행사에 참여하는 등 5년간 치열하게 경쟁하고 검증을 거쳐서 올라온 분들"이라며 "이사회가 외부인사에 문을 열었다는 것은 감독당국의 압박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인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이사회에서 사전에 고쳤어야 하는 게 맞는다"고 꼬집었다.
노조 측은 무조건적인 '순혈주의' 내부인사를 주장하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재 거론되는 70대 관료 인사들이 현업을 떠난지 오래인 만큼, 민감한 트렌드에 대응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
권 위원장은 "70대 외부인사는 10년 이상 업무 공백이 있는 사람들이다. 대선에 기여를 했다던가, 누구를 지지했다고 (내부 인사와) 같이 경쟁을 벌이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라며 "금융산업은 규제산업이기도 하지만, 트렌드에 민감한 산업이기도 하다. (이들이) 후보군 추천이야 받을 수 있지만, 내부 후보를 압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BNK는 시중 금융지주와 달리 지역에 기반을 둔 지역금융그룹이라 지역에 여러 현안이 있다. 40~50년 전 부산을 떠난 분들이 부산의 현안을 이해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지역사회도 외부인사의 CEO 도전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지방분권균형발전부산시민연대,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부산 시민단체 7곳은 전날 "BNK 금융지주 회장은 수도권 초집중으로 인한 격차 확대, 지역 소멸 등 지역의 구조적 위기 상황에서 지역경제, 사회를 잘 하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기회장 후보군을 정하는 외부 전문기관이 장관, 은행장 출신자 등으로 지원 조건을 제한했다는 주장도 있다"며 "결국 이런 과정과 일련의 흐름들이 결국 BNK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에 의한 낙하산 인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금융 총체적 위기에 올드보이 낙하산, 관치금융 가동하는 윤석열 정권'이라는 제하의 글을 포스팅해 BNK 등에 정부가 인사를 개입하는 조처를 비판했다.
박 의원은 "금감원을 앞세워 금융 올드보이 낙하산 귀환시키는 노골적 관치로는 채권시장 위기 등으로 임박해오는 경제위기와 파국에 대처할 수 없다"며 "내부에서는 '조직 비전보다 정치권 동향만 바라보고, 보은인사가 뒤따를 것'이란 우려가 파다하다"고 우려했다.
BNK금융 내부 직원들은 계열사 CEO 중 한 명이 차기 회장으로 선임되기를 바라는 모양새다. 현재 내부인사 후보군에는 안감찬 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를 비롯해 최홍영 경남은행장, 명형국 BNK저축은행 대표, 김영문 BNK시스템 대표, 김성주 BNK신용정보 대표, 김병영 BNK투자증권 대표, 이윤학 BNK자산운용 대표, 김상윤 BNK벤처투자 대표 등 9개 계열사 대표들이 모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들 중 실제 도전장을 던질 인사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최후의 1인이 선정되면, 나머지 경쟁자들이 대표 직에서 내려오는 게 조직 안정을 위한 방책인 까닭이다. 이에 대다수 후보들이 서류제출 조차 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로선 이들 중 안감찬 부산은행장과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가 차기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지주사 비상임이사로 등재돼 있어 이사회에 참석하고 있고, 사외이사들과의 접점이 있는 까닭이다.
다만 4대 지주사의 사례를 놓고 볼 때 상징성 측면에서 안 행장이 우세하다는 평가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근 차기 회장으로 내정된 진옥동 신한은행장까지 모두 '은행장 출신'이라는 공통된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BNK의 경우 부산·경남 등 투뱅크 체제이긴 하지만, 상징성이나 이사회, 지역정서 등을 고려할 때 부산은행이 핵심 간판인 만큼, 안감찬 행장이 유력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이복현 금감원장이 도덕성을 겸비한 경영진 선임을 강조했는데 정권에 따라 낙하산 인사들이 민간 금융사에 들어서고 있다. (이 원장이) 결과로 증명해주는 게 시장안정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