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박희영 용산구청장을 비롯한 간부 여러 명이 이태원 압사 사고 참사 이후 휴대 전화를 바꾸거나 분실했다고 주장하는 등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일부 참고인도 같은 방식으로 증거를 숨기려 한 단서를 잡고 조만간 용산구청 간부들 신병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15일 연합뉴스는 경찰 관계자 등을 인용해 박 구청장이 참사 일주일 뒤인 지난달 5일 기존 사용하던 삼성전자 갤럭시 기종의 휴대전화 대신 애플 아이폰을 새로 구매했다고 보도했다. 특수본은 사흘 뒤인 지난달 8일 박 구청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해당 아이폰을 압수했다. 당시 박 구청장은 수사관들에게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았다.
특수본은 같은 달 22일 포렌식을 앞두고 비밀번호를 요구했고, 박 구청장은 그로부터 사흘 뒤인 25일에야 수사팀에 비밀번호를 알려줬다. 재난 안전 실무 책임자인 문인환 안전건설교통국장도 참사 이후 휴대 전화를 화장실 변기에 빠뜨렸다며 새 휴대전화를 구해 써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이들이 참사 전후 자신의 행적과 각종 연락 흔적을 숨기기 위해 새 휴대전화를 장만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거 인멸 우려를 사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무정차 통과 논란의 중심에 있는 송은영 이태원역장의 신병 확보를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 송 역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역에서 하차하는 승객이 크게 늘어나는 데도 무정차 통과 조치를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입건된 상태다. 송 역장은 지금까지 피의자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하는가 하면 참사 발생 40여 분 전 경찰로부터 무정차 통과 조치를 요청받은 사실도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전 서울청 인사교육과장 등 총경급 경찰 간부들 보강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수본은 이 전 서장이 참사 직후 허위 사실이 기재된 상황 보고서를 검토·승인했다고 보고 기존 업무상과실치사상에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를 추가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기로 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11시5분께 사고 장소 인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용산서 상황보고서에는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 17분에 현장 도착한 것으로 기재됐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 전 과장의 경우 직무유기에서 업무상과실치사상으로 죄명을 바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특수본은 류 전 과장이 근무지를 이탈하면서 상황 전파가 늦어졌고, 이 때문에 인명피해 규모가 커졌다고 판단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하기로 했다. 상황관리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려는 고의로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볼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직무유기 혐의는 일단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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