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하며 김승연 회장의 숙원인 한국판 록히드마틴으로의 목표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
한화는 핵심 역량을 대우조선의 설계·생산 능력과 결합해 조기 경영 정상화에 나서는 것은 물론, 방산과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서 '글로벌 메이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구상을 그린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글로벌 10위 종합방산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16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2조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신주인수계약(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한지 약 3개월 만이다.
유상증자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1조 원), 한화시스템(5000억 원), 한화임팩트파트너스(4000억 원), 한화에너지 자회사 3곳(총 1000억 원)이 각각 참여한다.
유상증자 이후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며, 산업은행 지분은 28.2%으로 낮아지며 2대 주주가 된다. 당초 한화가 예상한 본계약 체결 시점은 지난달이었지만, 다소 미뤄졌다.
이번 계약이 완결되기 위해서는 경쟁 당국의 승인 등 국내외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업결합 심사 대상국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싱가포르, 튀르키예, 베트남, 영국 등 8개국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방위사업법에 따른 방산업체의 매매 등에 관한 승인 및 외국인투자 촉진법에 따른 외국인투자허가 등도 선결 조건이다.
◇ 글로벌 10위 방산기업 도약…총자산만 92조 원
재계 순위 7위 규모인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로 덩치를 더욱 키우게 될 전망이다.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2년 자산규모 기준 한화그룹의 공정자산은 총 80조3880억 원으로, 7위다. 6위를 기록한 포스코그룹(96조3000억 원)과는 약 16조 원 적고, 8위인 GS그룹(76조8040억 원)보다는 3조5000억 원 가량 많다.
대우조선의 자산규모는 11조4150억 원이다. 이를 한화와 합치면 총 91조8030억 원이 된다. 여전히 6위 기업보다 5조 원 가량 뒤쳐지지만, 포스코그룹을 위협할 수 있는 규모로 세를 불리게 되는 셈이다.
한화는 이번 인수로 '빅 사이클' 초입에 진입한 조선산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그룹 주력인 방산 분야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무기체계의 위상이 높아지는 만큼, 통합 방산 생산능력과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육·해·공·우주'를 아우르는 글로벌 방산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한화 방산계열사(㈜한화, 한화시스템, 한화디펜스)는 지난 9월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리는 '대한민국방위산업전 2022(DX KOREA 2022)'에 참가한 바 있다. /사진=한화시스템 제공
우선 한화디펜스와 지난달 합병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해양 방산의 강자인 대우조선 인수로 기존의 우주, 지상 방산에서 해양까지 아우르는 '통합 방산시스템'을 갖추고 유지보수(MRO)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
㈜한화에서 분할된 '한화방산' 지분 인수 작업은 이달 중 마무리할 계획이다.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의 주력 방산제품인 3000톤(t)급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는 대우조선에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려 확보한 미래 방산 기술을 민간상선에 적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함정의 두뇌' 역할을 하는 전투체계(CMS)를 대한민국 해군 함정에 사실상 100% 공급하고 있는 한화시스템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이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되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역량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잠수함에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기술도 보유 중인 만큼,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친환경 선박에 적용할 수도 있다.
◇종합 방산·그린에너지 분야 시너지 창출 기대
기후위기와 에너지 안보에 대한 이슈로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는 시점에서 대우조선의 조선, 해양 기술을 활용해 '글로벌 그린에너지 메이저'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다. 특히 에너지 전환의 '브릿지 기술'로 평가 받으면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액화천연가스(LNG) 분야에서도 대우조선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화는 LNG를 미국에서 수입해 통영에코파워가 발전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 대우조선의 LNG해상 생산 기술(FLNG)과 운반(LNG운반선), 연안에서 재기화 설비(FSRU)까지 더해지면 향후 수요가 급증하는 LNG시장에서 전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하게 된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생산 및 발전사업과 한화임팩트의 수소혼소 발전기술, ㈜한화의 에너지 저장수단으로서의 암모니아 사업 등을 대우조선의 에너지 운송사업과 연결하면 '생산-운송-발전'으로 이어지는 그룹사의 친환경 에너지 밸류체인도 새롭게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대우조선이 경쟁력을 갖춘 해상풍력설치선(WTIV)을 활용해 한화솔루션은 미국과 유럽에서, 한화건설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해상풍력 발전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에서 기술 불모지와 같은 우주에 투자해온 한화는 대우조선 인수 역시 '국가 기간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겠다'는 의지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이익 창출 수단을 넘어 투자와 일자리, 수출 확대로 대우조선이 위치한 경남 거제의 지역사회와 상생하고, 조선 기자재와 하청 제작 업체 등 지역 뿌리산업과도 지속 가능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대우조선 인수는 오너 3세의 경영 승계에도 힘을 싣는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 모태사업인 방산업을 이끌게 된다. 대우조선 인수로 방산사업 덩어리가 커지게 되면서, 김 부회장의 그룹 내 영향력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주 랠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화의 막강한 현금 지원까지 더해질 경우, 대우조선은 조기 경영 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대우조선의 수주잔고는 총 30조7320억 원에 달한다. 이는 곧 김 부회장의 경영 성과로 연결된다.
한화 관계자는 "6주 간의 정밀 실사를 통해 대우조선의 기술력과 우수한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관계기관, 채권단, 노조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소통을 통해 남은 인수 절차를 잘 마무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