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준희 기자]지난해 어려운 대외환경 속에서도 2년 연속 수주액 300억달러를 달성했던 우리나라 해외건설이 올해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에도 ‘막판 스퍼트’를 통해 극적으로 목표를 이룬 만큼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해외건설 연도별 수주 추이./사진=해외건설협회
20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올해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은 275억5586만달러로 전년 동기(270억4180만달러) 대비 2% 증가했다.
수주건수는 지난해 458건에서 올해 552건, 시공건수는 2053건에서 2349건으로 각각 전년 대비 21%, 14% 늘었으나 수주액 상승까지 미치지는 못했다.
지역별 수주액을 살피면 아시아가 115억1700만달러로 지난해 92억5257만달러 대비 24.5%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해 전체 수주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동이 112억1959만달러에서 올해 현재까지 77억668만달러로 31.3% 감소했다.
유럽도 지난해 45억9589만달러에서 올해 29억7295만달러로 35.3% 줄었다. 태평양·북미도 지난해 39억3361만달러에서 36억284만달러로 소폭 내려앉았다.
업체별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삼성물산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올해 누적 계약액은 49억668만달러다. 삼성엔지니어링(27억5644만달러)과 현대엔지니어링(27억1540만달러), 현대건설(26억9505만달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다만 전반적으로는 지난해보다 계약액 규모가 다소 줄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69억6850만달러로 70억달러에 가까운 실적을 냈지만 올해는 50억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35억6101만달러), 현대건설(33억8927만달러) 등도 지난해와 비교해 30억달러선을 아직 돌파하지 못했다.
올해 해외건설시장은 상반기부터 고전 양상을 띄었다. 6월 30일 기준 수주액은 120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손태홍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가 시장 정상화를 지연시켰고 국내 기업이 보수적으로 시장에 접근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고 짚었다.
하반기 유가 회복에 따른 주력 건설시장 발주 확대가 기대되기도 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이 더욱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으로 대형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에 대한 수주 기대감이 커졌지만 실적 반등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사업 수주는 세계 건설시장이 매년 증가하는 것에 반해 크게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 기준 해외사업 수주 규모는 약 35조원으로 지난 2010년(83조원) 대비 42% 수준에 머물렀다. 세계 건설시장의 0.6% 수준이다.
유위성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10년간 국내 건설물량이 증가한 환경도 있었지만 2010년 이후 해외건설시장에서 경쟁력이 다소 감소했다”며 “또 수주 회피로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진단했다.
‘3년 연속 수주액 300억달러 달성’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극적으로 목표에 도달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지난해 12월 14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44억달러로 300억달러 달성이 요원해 보였지만 막판 스퍼트에 성공하며 2년 연속 300억달러 돌파에 성공한 바 있다.
[미디어펜=김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