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 여파로 전국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천시는 조금 다른 모양새다. 오히려 최근 1년간 10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올해 전국 아파트 상승률 1위를 차지했다. SK하이닉스 등 양질의 일자리와 비규제지역 풍선효과가 이천 부동산 시장을 안정적으로 부양했다.<편집자주>
[이천 집값 역주행-③탐방]안흥동·부발역 아파트 실거래가 1억원 '껑충'
[미디어펜=이다빈 기자] '전국 집값 상승률 1위' 이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여전히 뜨겁다. SK하이닉스 등 산업단지와 가까운 주거지 일대는 일자리 증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았고, 기존 구축 아파트들과 생활인프라가 밀집돼 있는 구도심은 비교적 안정적인 가격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천 롯데캐슬 골드스카이 전경./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지난 20일 방문한 경기 이천 안흥동 일대는 46층 주상복합아파트인 '이천 롯데캐슬골드스카이'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았다. 주변으로 '이천 빌리브 어바인시티', '롯데캐슬 페라리즈 스카이' 등 신축 아파트들의 공사도 진행되고 있었다. 이 일대는 경기 이천 내에서도 신흥 주거지에 속해 현재 이천 롯데캐슬골드스카이 상가 내 입주한 롯데마트와 단지 내 상권 외에는 아직 인프라가 형성되기 전 단계를 밟고 있다.
이 일대에서 매맷값이 가장 높은 이천 롯데캐슬골드스카이는 지난 4월 실거래가 7억4000만원(120㎡, 40층)을 경신했다. 입주가 시작된 지난 2018년 12월 3억8200만원(120㎡, 14층)을 기록한 후 입주 5년차에 2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지난해 동월 기록한 실거래가 6억5300만원(120㎡, 46층)과 올해 1월 나타낸 실거래가 5억3500만원(120㎡, 48층)보다 1억원 가까이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신축 호재와 함께 지난달 정부가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발표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비규제지역 수혜를 누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천 안흥동 일대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며 기존 구축 아파들도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천 안흥동에 위치한 L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SK하이닉스 공장이 생기며 일자리가 늘어난 영향도 있었지만 주변과 다르게 비규제지역이던 이천이 풍선효과를 받으며 그 중에서도 이천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주거지인 안흥동이 주목을 받았다"며 "새롭게 분양하는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면서 기존에 있던 단지들도 가격이 함께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말부터 시작해 올해 7월까지 가격 상승세가 가파랐고 실수요자들을 중심으로 거래 문의도 이어졌다"라며 "현재는 보합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달 수원, 용인, 동탄 등이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고 나서 학군이나 생활 인프라가 더 나은 인근지역으로 나가려는 수요가 생기면서 보합세가 짙어졌다"고 말했다.
안흥동과 맞붙어 있는 중리동에는 '이천중리 택지개발사업'이 진행 중이다. 이곳 61만㎡ 부지를 대상으로 약 4000가구가 들어서게 되면 안흥동에 예정된 신축 아파트와 연계해 이촌에 새로운 신흥 주거지역이 될 전망이다.
이천중리 택지개발사업지 전경./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SK하이닉스 공장 등 산업단지가 위치한 부발역 인근이나 구도심인 갈산동‧증포동은 새롭게 주거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안흥동에 비해서는 상업지구, 학교 등 생활 인프라가 밀집돼 있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인근으로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 직주근접 수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이 위치한 부발역 인근에서 매맷값이 가장 높은 '현대성우오스타 4단지'도 올해 가파른 실거래가 상승세를 보였다. 현대성우오스타 4단지는 SK하이닉스 이천 공장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있다.
올해 1월 113㎡, 19층이 3억4000만원에 거래된 현대성우오스타 4단지는 3개월 후인 지난 4월 같은 타입(15층)이 1억원 이상 오른 4억9500만원에 팔렸다. 부발역 인근 산업단지 일자리를 기반으로 한 실거주 수요가 가격 상승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천 부발읍에 위치한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현대성우오스타 4단지가 부발역에서는 대장아파트로 꼽히고 있지만 입주 12년차로 신축아파트는 아니다"라며 "신축이 드문 상황에서 SK하이닉스 공장 등으로 인한 실거주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며 올해 중반까지 실거래가가 높게 올랐다"고 말했다.
최근 금리인상의 여파와 전국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가 지속되면서 이천에서 아파트 매맷값 상승세가 뚜렷했던 지역도 현재는 다소 조정기를 지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A 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수도권의 전반적인 주택 경기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당분간은 가격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근처 산업단지의 고정된 실수요가 유지되기 떄문에 경기 타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일정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사진=미디어펜 이다빈 기자
SK하이닉스, 현대엘리베이터,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등이 위치한 부발역 인근과 신시가지로 불리는 안흥동 일대 외 이천 구도심은 상대적으로 올해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높게 치솟은 아파트들이 최근 조정기에 들어선데 비해 갈산동·증포동에 해당하는 이곳 기존 아파트들은 가격 흐름이 원만한 상황이다.
이천 구도심으로 불리는 갈산동·증포동은 초·중·고등학교 및 학원가가 아파트 단지 가까이 있고 이천교육지원청, 경인지방 통계청 이천분소 등 공공기관도 인근에 위치했다. 증포동 '이천 센트럴푸르지오'의 올해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4억4300만원(80㎡, 19층)을 기록한 후 올해 △3월 4억3500만원(81㎡, 15층) △4월 4억5000만원(80㎡, 14층) △5월 4억4800만원(81㎡, 6층) △6월 4억2500만원(81㎡, 1층) △7월 4억5500만원(80㎡, 18층) 등 가격 변동폭이 미미했다.
이천 갈산동에 위치한 B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센트럴푸르지오 아파트 등 비교적 신축 물량도 있지만 갈산동, 증포동 일대 아파트들은 이천 부동산이 주목 받기 전부터 들어서 있었고 학교와 학원가 등이 형성된 주거지역이라 부동산 가격 변동폭이 다소 안정적"이라며 "특히 임대차 문의가 꾸준하고 인근 도시 규제 해제 발표 이후에도 큰 변동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