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업력이 오래된 외식업체들이 최근 버거 사업을 시작했다가 맥을 못 추고 물러났다. 엔데믹으로 외식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란 전망과 동시에 경쟁도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21일 외식업계에 따르면 이삭토스트를 운영하는 ‘이삭’, 샤브샤브로 잘 알려진 ‘채선당’은 지난해 버거 사업을 시작했다가 1년 만인 올해 사업을 접었다. 두 회사 모두 본업은 안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버거시장 신규 진입이 그만큼 녹록치 않다는 방증이다.
이삭은 지난 11월23일 이삭버거 사업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사진=공식 홈페이지
이삭은 마지막 남은 이삭버거 매장 신사역점을 이달 9일자로 폐점했다. 해당 매장은 이삭버거 1호점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신사역을 시작으로 용인동백점, 한티점, 서울대입구역점 등 4개 지점을 열었지만 올해 초 가맹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히고 매장도 순차적으로 문을 닫았다. 인천송도점은 기존 이삭 토스트 랩으로 전환했다.
채선당도 지난해 말 버거 가맹가업 진출을 야심차게 발표했으나 한 해를 넘기지 못했다. 채선당은 버거 전문 브랜드 ‘메이크 버거 앤드(&)샌드위치’ 1호점을 서울 노원에 직영점으로 열었지만 현재는 운영하고 있지 않다.
코로나19와 전쟁 등 대외적 요인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변동 등으로 가맹사업을 확대하기엔 무리가 있었다는 게 이들 본사 측의 설명이다.
외식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애매한 가격책정이 실패 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신규 진입 브랜드들이 극단적인 가성비, 또는 최고급이 아닌 ‘중저가’로는 소비자 지갑을 열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삭 시그니쳐 버거는 세트 8300원, 채선당 메이크 버거 앤드&샌드위치는 치즈버거 단품이 5500원으로 기존 롯데리아나 맥도날드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좀 더 비쌌다.
실제로 한국맥도날드를 비롯해 맘스터치, KFC 등 기존 버거 업체들은 줄줄이 인수합병 시장에 매물로 나온 만큼 가성비 좋은 메뉴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새벽부터 아침에는 5000원 미만 조식메뉴, 점심에는 런치할인 등 시간대별 혜택도 강화하고 있다.
쉐이크쉑 부천점 입구 전경(왼쪽), 슈퍼두퍼 강남점 앞에 줄을 선 소비자들(오른쪽)/사진=SPC, bhc 제공
여기에 해외 브랜드까지 국내 진출하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내년에는 미국 버거브랜드만 세 곳이 우리나라에서 각축전을 벌인다. SPC그룹이 들여온 ‘쉐이크쉑’, bhc그룹이 운영하는 ‘수퍼두퍼’,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이 오픈 예정인 ‘파이브가이즈’ 등이다.
지난 2020년 한국 사업을 접고 철수했던 ‘파파이스’도 2년 만에 돌아왔다. 이달 16일 서울 강남에 1호점을 열고, 무료 치킨 행사 등을 했는데 오픈런 현상이 벌어질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
영국 출신 스타 셰프가 이끄는 고든램지그룹은 앞서 10만 원대 버거로 화제를 모은 ‘고든램지 버거’보다 좀 더 대중적인 ‘고든램지 스트리트 버거’를 낼 예정이다. 내년 초 강남에 매장을 열고, 1만~2만 원대 버거 메뉴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외식 인구가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회복했다고 볼 수 없고 원자재 가격이나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외식업계 수익 개선이 쉽지가 않다”며 “누가 진출을 해도 이 같은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