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우리 아들이 여기서 죽다니...매일 엄마가 밥상 차려 놓고 기다리는데..."
158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10. 29 참사' 현장. 퉁퉁 부은 눈으로 비탈진 골목길을 바라보던 유가족은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참사 발생 54일만인 21일,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첫 현장 조사에 나섰다.
녹사평역 부근에 조촐하게 마련된 분향소와 이태원 해밀톤호텔 근처의 비탈진 골목길. 참사 현장은 자식들을 잃은 유가족들의 통곡소리로 가득했다. 유가족들은 "국정조사, 진실규명"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제발 제대로 하라"라고 소리쳤다.
국조특위 소속 여야 위원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 녹사평역 인근에 마련된 시민 분향소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우상호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이 12월 21일 서울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위한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우상호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이 12월 21일 서울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를 조문한 뒤 유가족과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조문을 마친 여야 위원들은 참사 현장인 이태원의 해밀톤호텔 옆 골목길로 자리를 옮겼다. 골목길 초입에서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부터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라 이태원 참사 현장에 대한 조사를 개시하겠다"라고 선언했다.
우 위원장은 "얼마나 고통스럽게, 얼마나 아프게 유명을 달리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하다"며 "진상을 제대로 규명해서 왜 이런 사고를 미연에 막지 못했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따지겠다"라고 약속했다.
이후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좁은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소방 관계자로부터 당시 현장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3~4m 폭의 좁은 골목길을 올라가는 와중에 유가족들은 국조특위 위원들을 향해 "지금까지 뭐하다가 이제야 왔냐", "국정조사, 제대로 해. 제발"라고 외치면서 항의하기도 했다.
한 유족은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경찰을 향해 "우리 아이들이 죽어가던 10월 29일엔 뭐하고 있다가 국회의원들이 왔다고 하니 이제서야 현장을 통제한다고 하나"라며 "왜 이 정부는 일하는 사람이 없나, 우리 아이들이 살려 달라고 아우성칠 때 왜 아무도 없었나!"라고 울먹였다.
참사 현장 조사 후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은 참사 현장 대응을 했던 이태원 파출소에 들어가 상황 보고를 받았다. 특위 위원들과 전문가들만 파출소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 대기하던 한 유족은 "유족이 없는 조사가 어디 있나"라며 들여보내 달라고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응급차가 출동하기도 했다.
우상호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이 12월 21일 서울 녹사평역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희생자를 위한 헌화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우상호 위원장을 비롯한 여야 국조특위 위원들이 12월 21일 이태원 참사 첫 현장 조사에 나선 가운데, 유가족들이 '국정조사 진실규명'을 외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태원 파출소 방문 조사를 마치고 나온 국조위원들에게 유족들은 "진실만 밝혀 달라", "미안한 행동을 해놓고 왜 미안하단 말들을 안 하는 건지, 여당도 야당도 다 싫다"라고 항의했다.
배우 이지한 씨의 아버지 이종철 '10. 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장조사할 때 저희(유족)도 현장에 같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뭐가 부족하고 앞으로 해야할 것이 무엇인지, 그런 것들을 감시하면서 참관하고 싶다"라고 요구했다.
한편, 국조특위는 이날 오후엔 서울경찰청, 서울시에 대한 방문 조사도 진행한다. 오는 23일엔 서울 용산구청과 행정안전부를 상대로 한 2차 현장 조사에 나선다.
국조특위 조사는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대치하면서 출범 27일 만에야 첫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전날(20일) 유가족들과의 간담회 후 국조특위 복귀를 전격 선언하면서 여야 합체 국조 특위가 정상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