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경제원은 지난 19일 도로 점거 등 불법이 일상화된 현행 집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독일의 사례를 통해 개선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집회의 자유도 공짜가 아니다 : 독일집시법이 주는 교훈’이란 주제로 열린 이 토론회에는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가 발표를 맡았으며, 김영호 성신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창연 푸른도서관운동본부 부대표, 홍진표 시대정신 상임이사가 토론자로 나섰다. 김상겸 교수는 발표를 통해 “현행 헌법은 어떤 기본권도 다른 사람의 기본권과 국가의 법질서를 넘어서 보호하지 않는다고 명문화하고 있음에도 상당수의 집회와 시위는 헌법의 보호를 넘어서 행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집회의 자유에 관해 규정하는 독일 기본법(Grundgesetz) 제8조의 경우 1항에서는 “모든 독일인은 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고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는 한편 2항에서는 ”이 권리는 옥외집회의 경우 법률에 의하거나 법률에 근거하여 제한될 수 있다“고 못 박아 옥외집회를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으로 제한하고 있다. 아래는 김상겸 교수의 발표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 김상겸 동국대 법과대학장 |
집회는 2인 이상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한 장소에 모여서 의사를 표현한다. 시위는 참가한 자가 이동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표현하는 것이다. 집회나 시위는 집단에 의한 의사표시라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다.
현대국가에서 집회와 시위는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직접 정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때문에 국민과 정부의 의사소통의 통로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에는 현대 대의제 민주주의가 환경의 변화와 대의기관의 문제점으로 인하여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에도 원인이 있다. 그래서 집회와 시위가 현대에 오면서 더욱 의미가 있는 기본권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일제의 식민지를 경험하면서 우리 스스로 시민사회를 구축하지 못하였다. 1948년 건국이후 우리나라는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전쟁의 참혹함과 혼란을 경험하였고, 법제를 구축하고 선거를 통하여 민주주의도 경험하였다.
오랜 기간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 열망은 컸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를 직접 표방할 방법으로 집회와 시위가 활용되었다. 1987년 현행 헌법체제가 출범하기 전, 집회와 시위는 민주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표출하는 방법이었고, 헌법이 국민의 집회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당시 공권력은 오직 반정부 집회나 시위라는 이유로 이를 탄압하였다. 이런 과거의 경험과 기억이 오늘날까지 남아 공권력의 합법적 행사를 방해하곤 한다.
집회는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자유권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사회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제한받지 않는다. 그리고 집회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법률로만 가능하다. 또한 법률로 제한하는 경우에도 집회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여 기본권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집회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금지된다.
이렇게 집회는 법률이 아니라 헌법 자체가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이다. 그렇지만 국가공동체에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는 국민 개개인의 권리이기도 하지만 공동체의 객관적 가치질서를 형성하는 규범적인 질서이기도 하다. 그래서 집회를 통하여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되고, 국가질서와 공공의 이익을 훼손해서도 안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여전히 공권력에 대한 불신 속에서 집회와 시위를 최대한 보장의 범위를 넘어서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남아있다. 현행 헌법은 어떤 기본권도 다른 사람의 기본권과 국가의 법질서를 넘어서 보호하지 않는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의 집회와 시위는 헌법의 보장범위를 넘어서 행사되고 있다.
이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정으로 촉발된 촛불시위나 최근 세월호 추모행사 후 시위에서 볼 수 있다. 사회적 이슈를 앞세운 집회나 시위가 행사과정에서 폭력화되어 불법집회나 시위가 되는 것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국민의 기본권도 절대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과 다른 사람의 기본권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의식의 부재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인류의 역사는 국민의 기본권도 집단이 행사하는 경우 다른 사람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수없이 보여주었다. 그런 역사적 경험 속에서 독일은 기본법 제8조에서 우리 헌법 제21조와 달리 집회의 자유에 대하여 전제를 달고 있다.
즉 독일 헌법은 무기소지금지와 평화성을 집회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또한 옥외집회의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명문화하고 있다. 이렇게 독일은 우리와 달리 헌법에서 평화로운 집회만 보장한다고 선언하여 폭력집회나 시위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한 독일은 무기소지금지를 요구함으로써 폭력집회나 시위의 위험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 나아가 독일은 집회나 시위에 있어서 위법으로 인한 형벌과 과태료 이외에 아주 예외적으로 행정적 비용을 부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독일은 집회와 시위가 국민의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하여도 무제한으로 보호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집회의 개념
집회의 자유는 현대국가에서 국민의 중요한 표현의 자유의 하나이며, 국가의 최고규범인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헌법은 시위에 관하여 언급하고 있지 않고 집회만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집회란 공동의 목적을 가진 다수인이 자발적으로 일시에 모이는 것을 말한다.
현행 실정법에서는 집회에 관한 개념규정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보면 제2조 제2호에 시위에 관하여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시위란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거나 위력 또는 기세를 보여,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거나 제압을 가하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 표현에서 따라 집회의 개념을 정의하자면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특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집회의 개념에는 다수인의 모임이란 양적 요소와 공동의 목적이란 질적 요소 등의 기준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집회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다수인이 공동의 목적을 가져야 하는데, 이는 집회에 참석하는 사람들 간에 내부적 연대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문제인데, 이에는 세 가지 견해가 있다. 우선 첫 번째 견해로는 공동의 의사형성과 의사표현이 정치적 목적을 가진 공적인 의사(öffentliche Angelegenheit)이어야만 인정된다는 것이다.
그 다음 두 번째는 공동의 의사형성과 표현이 공적인 사항뿐만 아니라 사적인 경우라도 가능하다고 본다.
세 번째는 어떤 의사형성이나 표현을 위한 공동의 목적이 없다하더라도 함께 하려는 공동의 목적만 있다면 집회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견해들을 정리해서 보자면 집회란 단순히 모인 자들이 각 자의 의견을 표명하는 것만으로 볼 수는 없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내적 연대감과 이를 표명하는 정도까지 도달해야 한다.
왜냐하면 헌법은 언론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구분하고 있는데, 각 자의 의사표현은 언론의 자유에서 보장받기 때문이다.
집회의 자유의 기능
현행 헌법은 독일의 기본법과 달리 집회의 자유를 제21조 제1항에서 언론·출판·결사의 자유와 함께 규정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집단적 표현의 자유로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넘어 다수인에 의한 단체나 집단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기능을 한다. 이런 관점에서 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가 언론의 자유를 보완하는 기능을 갖는다고 보기도 한다.
그런데 집회의 자유는 집단적 표현의 자유이기는 하지만,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일차적으로는 개인의 의사형성과 인격발현에 기여한다.
집회의 자유는 사회공동체에서 개인에게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통하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위를 확인하고 공동으로 인격을 발현하고자 하는 기본권이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의사를 표현한다는 점에서 집회의 자유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능을 갖는다. 집단의 의사표현은 민주국가에서 중요한 요소로 정치적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현대 대의제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집회의 자유는 집단에 의한 의사표현을 보장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의견수렴과정에서 소수의 의사까지 보장함으로써 다수로부터 소외된 소수를 보호하는 기능을 행사한다.
그런데 집회의 자유는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인격발현이나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긍정적 기능만 행사하는 것은 아니다. 집회는 다수가 모이는 것이기 때문에, 집회로 인하여 원하지 않은 사회문제를 발생하기도 한다.
많은 국민이 모이는 대형집회의 경우 집회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행동의 자유나 주거의 평온을 방해하며 주변상가의 영업권을 침해하기도 하고 교통문제를 유발하기도 한다. 이런 집회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기본권이 침해되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여 사회적 손실이 발생한다. 이러한 손실은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고 집회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의 이익을 침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집회의 자유의 제한 법률로서 집시법과 집시현황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헌법상 기본권인 자유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기 때문에 법률과 같은 규범에 의한 보장이 필요 없다. 그런데 헌법은 집회에 대하여 구체적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헌법은 시위에 대하여 명문의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그렇지만 헌법은 제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를 법률로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집회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특히 집회는 옥외의 장소에서 개최되고 시위는 움직이는 집회로써 공공의 장소나 도로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로 인하여 야기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1960년부터 집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였다.
우리의 헌정사처럼 집시법도 시대에 따라 변천을 거듭하였고, 1987년 헌법개정이 이루어지면서, 이와 함께 1989년 집시법도 전면 개정되었다. 그 후 집시법은 집회금지사유, 집회금지에 대한 이의신청제도, 소음규제, 각급경찰관서에 집회·시위 자문위원회의 설치 등 그 내용이 변화하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현행 집시법에는 여러 문제가 있고, 이로 인하여 불법·폭력집회나 시위가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
집회와 시위의 현황
우리나라는 집시법에 따라 집회를 개최하기 위해서는 요건을 충족하여 경찰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집회신고 건수는 2010년대에 들어와서도 해마다 백만 건 이상이나 실제로 집회가 개최된 것은 전체 신고 건수 대비 5%가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불법·폭력시위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헌법이 개정된 후 1988년 전체시위 건수 대비 65%에 달했지만, 199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급격하게 줄어들어 10% 미만이다가, 1998년을 기점으로 1%대로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특히 2000년대 들어오면서 다음의 표에서 보는 것처럼 해마다 집회와 시위의 전체 건수도 감소하였고 불법·폭력시위도 감소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상 집회의 자유
독일은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Grundgesetz) 제8조에 집회의 자유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독일 기본법 제8조 제1항은 “모든 독일인은 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고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평화롭게 집회할 권리를 가진다.” 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이 권리는 옥외집회의 경우 법률에 의하거나 법률에 근거하여 제한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의 헌법은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려면 무기소지가 금지되고 평화로워야 한다는 것과 옥외집회는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 기본법상 집회의 자유는 다른 한편에서 무기를 소지하지 않고 평화적으로 집회를 하는 경우 신고나 허가를 받지 않고 집회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 기본법은 집회에 관하여 정의하고 있지 않다.
또한 독일 연방집시법도 제1조 제1항에서 집회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고 공적 집회와 시위를 개최하거나 참가할 수 있는 권리로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이와 함께 집회가 성립하려면 최소한 2명 이상이 공동의 목적을 공표하거나 고지해야 한다.
집회와 관련하여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의 법적 성격에 대하여 판례를 통하여 확인하고 있는데, 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하면 “집회의 목표는 여론형성의 참여이기 때문에 집회의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공공의 문제에 대한 자유로운 의사형성과 의견의 표명 및 주장을 보장받는 정치적 기본권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일 연방헌법재판소의 집회의 개념정의를 참조하면, 독일법에서 집회는 최소한 2명 이상이 공적 사안에 대한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이를 표방하거나 고지하기 위한 모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옥외집회의 제한 법률로서 연방집시법
독일은 기본법 제8조 제2항에서 옥외집회(Versammlungen unter freiem Himmel)의 경우 법률로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계나 판례에서는 옥외집회에 행진(Aufzüge)까지 포함하고 있다. 헌법 제8조 제2항을 근거로 하여 연방차원에서 집시법이 규정되어 있다.
이 집시법은 정식 명칭이 ‘집회와 행진에 관한 법률(Gesetz über Versammlungen und Aufzüge)’로 법명에는 시위(Demonstration)가 아니라 행진(Aufzug)이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일반적으로 시위라 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도 시위라 한다.
독일은 우리나라와 달리 연방국가이기 때문에 국정에 있어서 연방과 주의 관할이 구분되어 있다. 연방은 주로 외교, 국방 및 연방재정 등에 권한을 행사하고, 주의 경우는 경찰, 교육 및 지방재정 등에서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에 관한 입법권도 구 독일 기본법 제74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경합적 입법권(konkurrierender Gesetzgebung)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연방이 집시법에 관한 입법권을 포괄적으로 행사하여 주의 입법권은 독일 기본법 제72조 제1항에 의하여 부정되었다.
연방이 집시법을 제정하여 시행함으로써 각 주가 연방법을 적용하던 독일은 2006년 연방주의를 강화하기 위하여 기본법을 개정하면서 경합적 입법권의 대상이었던 집시법을 제외하여 집시법의 제정권한이 각 주로 이전되었다. 독일 기본법 제70조 제1항은 연방에게 입법권을 부여하지 않는 사항에 대해서는 주가 입법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각 주는 이를 근거로 집시법의 입법권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독일 기본법 제125a조 제1항 제1문은 경과규정(Übergangscorschrift)을 규정하여 제74조 제1항의 개정으로 더 이상 연방법으로 제정할 수 없는 사항에 관하여 이미 연방법으로 제정되었던 법은 연방법으로 계속하여 효력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어서, 연방집시법이 더 이상 개정될 수 없다고 하여도 현행 연방집시법의 효력은 그대로 인정된다.
독일 기본법상 연방과 주의 입법권에 관한 상대적으로 복잡한 규정에 의하여 연방집시법은 더 이상 개정될 수 없음에도 각 주가 주 집시법을 제정하지 않는 한 계속하여 효력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008년 독일연방의 주로서는 처음으로 바이에른(Bayern)주가 집회법을 제정하였다.
이로 인하여 연방집시법은 여전히 다른 주에서 효력을 발생시키고 있음에도 바이에른 주에서는 더 이상 적용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연방집시법은 연방 소속의 모든 주가 각자의 집시법을 제정하면 폐기하게 될 것이다.
▲ 현행 헌법은 어떤 기본권도 다른 사람의 기본권과 국가의 법질서를 넘어서 보호하지 않는다고 명문화하고 있음에도 상당수의 집회와 시위는 헌법의 보호를 넘어서 행사되고 있다. /사진=자유경제원 |
집시법의 입법권이 각 주에 넘어갔음에도 아직까지 모든 주가 집시법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것은 각 주의 시민단체 들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집회와 시위도 종래의 모습과 다른 형태가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주의 행정력과 경찰권의 대응이 어려워지면서 각 주는 이런 현실을 반영하여 집시법을 제정하였거나 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에서 연방헌법재판소는 집회의 자유의 보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였기 때문에, 집시법의 변천과 발전은 판례를 통하여 이루어졌다.
바이에른 주의 집회법
바이에른 주의 집회법(Bayerisches Versammlungsgesetz)은 집시법에 관한 입법권이 연방에서 주로 이전된 후 최초의 입법이기 때문에 집시법과 관련하여 각 주의 모델이 되었다.
2008년 제정된 바이에른 주 집회법의 구조와 체계를 보면 총칙규정, 옥내집회와 옥외집회, 집회구역과 형벌 및 과태료 등으로 구축되어 있다. 바이에른 주 집회법 역시 연방 기본법과 연방집시법과 동일하게 평화적이고 비무장의 공개집회를 원칙으로 하고 연방헌법에 따라 집회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한 자에 대해서는 보장하지 않는다.
또한 집시법 제6조는 무기나 물건의 성질에 따라 사람을 상해하거나 물건을 손괴할 수 있는 물건을 관할기관의 허가 없이 집회에서 휴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집시법 제7조는 정치적 표현의 방법으로 유니폼을 착용하거나 유사 군복의 착용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질서위반범으로 범칙금을 부과하여 규제하고 있다.
바이에른 주 집회법은 옥내집회와 옥외집회를 구분하여 규율하고 있으며, 총칙편 제4조에서 주최자의 의무와 제5조에서 참가자의 의무를 규정하여 평화롭게 집회를 진행할 의무를 주최자에게 부과하고, 참가자에게는 주관자 또는 질서유지인의 집회진행이나 질서유지를 위한 지시에 따를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옥외집회에 대해서는 집시법 제13조에 늦어도 48시간 전에 전화나 문서로 전자적으로 또는 기록으로 관할기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물론 계획된 집회를 갑자기 해야 할 사유가 발생한 경우 집회공지와 함께 위의 방법으로 관할기관이나 경찰에 신고하는 긴급집회(Eilversammlung)이나, 집회가 사전에 계획되지 않아서 주최자 없이 개최된 우발집회에 해당하는 즉석집회(Spontanversammlung)의 경우 신고의무가 면제된다. 나아가 집회법은 옥내집회나 옥외집회에 따른 특수성을 감안하여 집회의 제한이나 금지 또는 해산을 규정하여 통제하고 있다. 그 외에도 옥외집회에서 무기휴대나 복면착용은 금지된다.
바이에른 집회법에서 특이한 사항 중에 하나는 제26조의 행정비용에 관한 규정이다. 물론 집회와 관련된 비용의 문제는 2007년 연방헌법재판소의 판례를 통하여 집회와 관련된 직무행위는 원칙적으로 무료라고 결정하면서 논란을 종식시켰다.
연방헌법재판소는 집회법에서 부담(Auflage)을 규정하여 주최자에게 비용부담의무를 과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집회의 주최자가 스스로 공공의 안녕이나 질서에 대한 구체적 위험에 대하여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에는 비용부담이 제한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집회법 제26조는 집회법에 따른 직무행위는 무료라고 규정하면서 제6조의 무기소지 등의 금지에 대한 예외로서 무기소지 등의 허가에 관한 결정에는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방헌법재판소가 2007년 집회의 자유가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그 행사에 있어서 비용을 부과하는 것은 간접적으로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집회와 관련된 비용의 부과는 무기금지의 예외를 허용하는 경우 등 극히 한정된 경우에 한하여 부과하는 것으로 되었다.
이에 따라 2009년 독일 바덴 뷔르템베르그 행정법원은 한 극우파집회에서 공공의 안전과 질서에 직접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연방집시법 제15조 제1항에 의하여 집시법상 부담인 행정비용의 부과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정리하며
앞에서 우리나라와 독일의 집회의 자유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집회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의 한 형태로 양국 헌법에서는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 헌법상 차이점은 독일의 경우 무기소지를 금지하면서 평화로운 집회만 보장한다는 점을 명문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독일 헌법은 우리와 달리 옥외집회에 대해서만 법률로 제한이 가능하다고 하고 있다.
집회가 다수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여론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민주주의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기본권이라고 하는데 있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독일은 집회에 관한 법률의 입법권을 주에 이전하면서 각 주의 현실에 따라 연방 기본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여 입법하도록 변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의 집회법은 집회 주최자의 의무와 집회참가자의 의무를 강화하고 있으며, 원칙적인 무기소지의 금지, 복면착용의 금지 등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을 지속적으로 신설함으로써 헌법이 요구하는 평화로운 집회를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또한 집회의 내용에 따라 공공의 안전과 질서를 위한 직접적인 위험이 있는 경우 상징적인지만 소액의 행정비용을 부담하게 함으로써 집회의 주최로 인한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 나아가 집회주최자와 관할기관의 협력을 통하여 합헌적 집회가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독일의 법질서에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최대한 보장은 폭력과 불법이 배제된 집회를 전제로 해서 가능하다. 이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의 집회와 시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종종 공권력과 충돌하고 불법과 폭력화하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불법·폭력집회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결국 전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간다.
현행 우리 집시법도 독일의 집회법에서 보듯이 집회주최자와 참가자에 대하여 준수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의 차이점은 주최 측과 행정청의 협조 관계에 관한 규정이다. 독일의 집회법은 집회주관자에게 권한 있는 행정청과 연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이와 함게 집회에 경찰관이 출입하는 경우 집회주관자에게 이를 알려야 하고, 이 경우 주최 측은 적당한 자리를 경찰관에게 제공해야 한다.
이런 규정이 없는 우리에게는 폭력집회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폭력시위에서 빈번히 보는 흉기의 소지에 대한 적절한 제재나 처벌이 미약하다. 아무튼 독일의 집회법에서 집회주최자와 참가자의 의무를 강조하고 집회금지구역의 범위, 무기소지금지, 유사군복금지와 복면착용금지 및 집회현장의 영상 및 음성기록의 생성 등은 향 후 우리 집시법이 어떤 방향으로 개정되어야 할지 시사하는 바가 많다고 본다.
독일의 예를 보면서 우리는 그동안 수많은 집회를 통하여 얻은 경험 속에서 평화로운 집회문화를 구축하기 위하여 집회의 자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되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라 생각한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