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코스피 3000 주변에서 화려하게 개장한 2022년 국내 증시는 결국 단 한 번도 연초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채 1년 내내 흘러내렸다. 윤석열 제20대 대통령이 5월 취임하며 새 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자아냈지만 한 번 형성된 하락추세를 반전시킬 수는 없었다. 주식투자 자체에 대한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실망과 시장 이탈, 연이어 터진 가상자산시장 악재, 신규상장(IPO) 시장 침체, 증권업계 구조조정 등 우울한 소식이 가득 했던 올 한 해 증권시장의 주요 뉴스를 돌아본다. <편집자 주>
[2022결산-증권③]"봄은 짧았다"…증권사 희망퇴직‧조직개편 연이어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역대급 실적‧신기록 경신‧1조 클럽 입성….'
불과 1-2년 전까지 국내 증권사들에 대해 말할 때 따라붙던 화려한 수식어들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서 화려하게 복귀한 증권사들을 기다리고 있던 건 어마어마한 투자열기와 함께 찾아온 상승장이었다. 동학개미는 물론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을 일컫는 ‘서학개미’라는 말이 유행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소위 ‘1조 클럽’을 달성한 증권사들이 5곳에 달했지만, 올해는 잘 해야 한 곳이 나올까 말까한 상황으로 바뀌었다. /사진=김상문 기자
작년에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긴 소위 ‘1조 클럽’을 달성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한국금융지주·삼성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 등 5곳에 달했다. 올해는 잘 해야 한 곳이 나올까 말까한 상황이다. 1조 클럽 신규 입성은커녕 전년 대비 실적이 ‘반토막’ 난 곳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증권사들의 상황이 표변한 데에는 국내외 증시부진이 결정타 역할을 했다. 특히 지난 9월 중순 이후 기준금리 움직임과 주식시장 흐름에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투자자들이 대거 시장을 이탈했다. 증권사들이 지난 2년간 누렸던 ‘봄날’도 그렇게 함께 끝나고 말았다.
봄이 끝난 뒤 찾아온 것은 곧장 ‘겨울’이었다. 최근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면서 증권가에 구조조정 움직임이 포착되기 시작했다. 하나증권도 작년에 신설한 구조화 구조화금융본부를 폐쇄했다. DGB금융그룹 계열 하이투자증권 역시 인력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지난 5~8일간 희망퇴직 접수를 받았고, 다올투자증권도 지난달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 가운데 대형사인 KB증권이 1982년생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 15일까지 실시한 희망퇴직자 대상자 모집에는 7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대증권의 후신이기도 한 대형사 KB증권의 희망퇴직 흐름은 여의도 내 어떤 증권사들도 감원과 조직개편의 예외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인력이 조정되면서 오프라인 점포 숫자 역시 빠르게 통폐합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기준 국내 59개 증권사의 국내 지점 수는 898개로 전년 동기(951개) 대비 53개 감소했다. 4분기에도 영업점 감소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지점 수 감소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인력개편이 이어지면서 포착되는 또 다른 흐름은 80년대 이후에 출생한 이른바 ‘MZ세대’들의 약진이다. 최근 키움증권에서 1980년생 홍완기 이사대우가 승진한 것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은 이미 작년부터 8명의 80년대생을 임원으로 승진시킨 바 있었다.
팀장‧지점장급에서도 80년대생 23명이 재직 중이다. NH투자증권 주식발행시장(ECM) 사업부 내 ECM 1·3부 부서장들도 1980년생으로 바뀌는 등 세대교체 흐름이 한 해 내내 이어진 점도 올해 증권가의 특징적인 흐름이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