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한진 기자] 검은 토끼해인 2023년 계묘년에 기업들은 거북이 걸음으로 새해를 시작할 전망이다.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위기’와 ‘극복’을 키워드로 방어 경영에 집중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은 2023년에 경기불황 장기화 등 리스크 확대를 경계하고 있다.
기업들은 신년사에서도 이 같은 메시지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 효율 극대화, 사업 방식의 변화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무게를 두면서 미래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두꺼운 옷차림을 한 채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새해가 시작하는 1월에도 전망은 밝지 않다. ‘장기불황’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매서운 경제한파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우리 기업은 세계 경제 둔화가 본격화되며 수출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내수 경기마저 얼어붙는 복합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비해아 한다며 위기의식을 숨기지 않았다.
최 회장은 “헤어질 결심이 끝나 있는 지금, 시장의 변화가 가장 큰 위기다. 이제 작은 시장도 개척해 우리 것으로 확보해야 한다”며 “하나였던 글로벌 시장이 쪼개지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고 시장 변화가 좇아온다. 모든 것이 한꺼번에 일어나다 보니 변화의 파고가 크고 형태도 달라 무역과 수출 위주인 우리가 소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월 BSI 전망치는 88.5를 기록했다. BSI는 2022년 4월(99.1)부터 9개월 연속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BSI가 100보다 높으면 전월대비 긍정적 경기 전망, 100보다 낮으면 전월대비 부정적 경기 전망을 의미 한다.
2023년 1월 업종별 BSI는 제조업(86.9)과 비제조업(90.3) 모두 2022년 6월부터 8개월 연속 기준선을 하회하고 있다. 특히 국내 수출의 핵심인 전자통신(반도체 포함)은 10월부터 4개월 연속 하락하며 2020년 10월(71.4) 이후 2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77.8)를 기록했다.
내년 수출 증가율이 0%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등 기업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지는 모습이다. 전경련이 매출액 1000대 기업 중 12대 수출 주력 업종을 대상으로(150개사 응답) 진행한 ‘2023년 수출 전망 조사’ 살펴보면 응답 기업들은 평균적으로 내년 수출이 올해 대비 0.5%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업종별 수출 증가율 전망치는 △전기전자(주3)(-1.9%), △석유화학·석유제품(-0.5%), △철강(+0.2%), △자동차·자동차부품(+0.9%), △일반기계△선박(+1.7%), △바이오헬스(+3.5%) 등이다.
수출 채산성에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3.3%는 내년 수출 채산성이 올해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것으로 응답한 기업(28.0%)이 개선될 것으로 응답한 기업(18.7%) 보다 많았다.
특히 주력 수출업종에서 채산성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채산성 악화 전망이 많은 업종은 △전기전자(40.7%), △철강(31.3%), △석유화학·석유제품(28.6%), △자동차·부품(26.5%) 순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시장의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기업들의 자금 사정도 좋지 않다. 당분간은 반등의 모멘텀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시장 환경에 맞춰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기업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조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