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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결산-금융⑥]"당국 기준치만 맞추자"…포용금융·예대금리 달성 분주한 인터넷은행

2022-12-27 14:41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올 한 해는 세계적으로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통화긴축이 심화됐던 한 해였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통화긴축 여파와 국내 높은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 인상 대열에 동참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여신과 수신상품 금리가 오르면서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이 커졌고, 은행으로 자금이 쏠리는 '역머니무브' 현상이 심화됐다. 주요 금융지주는 은행 부문 이익이 크게 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한편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던 주요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들이 줄줄이 물러나면서 '세대교체'속 '관치금융' 부활 우려도 감지됐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마무리하며 한 해 금융권에서 일어난 주요 이슈를 되돌아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인터넷은행은 올해 금융당국의 규제에 발맞춰 영업하는 데 집중했다. 당국이 가계부채 누증을 막기 위해 금융권에 추진했던 고신용자 대출중단을 장기간 펼치면서도,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포용금융을 대폭 확대해 여신(대출)규모를 키웠다. 

이와 더불어 예대금리차(예금과 대출금리 간 격차) 공시가 본격화되면서, 대출금리를 자발적으로 인하하는 한편, 예·적금 금리를 인상하는 정책을 펼쳤다.

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사진=각사 제공



◇고신용자 대출 찔끔 늘 때…포용금융은 폭증=지난해 하반기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누증을 막기 위해 '고신용자 대출 중단'이라는 초유의 지시를 내린 이후, 인터넷은행들은 고신용자 대출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했다. 

케이뱅크와 토스뱅크가 1월부터 고신용자 대출을 재개했지만, 이마저도 여신가능한도에 가로막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업계 1위 카카오뱅크는 고신용자 대출 중단을 선언한 지 8개월 여만인 올해 6월부터 제한적으로 고신용자 대출을 재개했다. 

이들 3사는 고신용자 대출 제한에 따른 대출공백을 중·저신용자(신용등급 4등급 이하, 신용평점 하위 50%) 포용금융으로 메웠다. 실제 3사의 총여신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각사가 내세운 목표치에 근접해지고 있다. 잔액 기준으로 놓고 보면 9월 말 현재 카뱅 23.2%, 케뱅 24.7%, 토뱅 40.1%(10월 19일 기준)를 각각 달성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카뱅과 케뱅이 올해 목표치로 각각 25%, 토뱅이 42%를 목표치로 내걸었다.

3사는 지난해 약 2조 6000억원의 자금을 중·저신용자 대출로 내줬지만 목표치 달성에 실패하면서, 포용금융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카뱅은 목표치 20.8% 중 17.0%, 케뱅은 21.5% 중 16.6%, 토뱅은 34.9% 중 23.9%를 각각 달성하는 데 그쳤다. 3사의 새해 포용금융 목표치는 카뱅 30%, 케뱅 32%, 토뱅 44%다.

◇고금리쇼크에 도입한 예대금리차 공시…포용금융 늘린 3사 발목=포용금융 확대가 3사에 무조건 이로운 것은 아니었다. 한국은행의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변동금리형 대출금리가 단기간에 폭등하자, 당국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대금리차 공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금리 인상으로 국민들의 이자부담이 폭증한 반면, 은행들은 금리인상으로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한 까닭이다. 사실상 은행들이 정책효과에 편승해 '이자장사'를 벌였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이자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선의(善意)의 정책은 부작용을 낳았다. 당국 요구로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많이 내어줬던 인터넷은행은 고신용자 신용대출과 주택담보·전세대출 등이 대부분인 시중은행보다 절대적으로 금리격차가 클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로 기획된 공시가 본의 아니게 '은행 줄세우기'로 변모한 셈이다. 

실제 은행연합회 공시를 살펴보면, 포용금융을 집중했던 인터넷은행을 중심으로 가계예대금리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준 토뱅의 가계예대금리차는 5.61%포인트(p)로 공시 대상 중 가장 컸고, 케뱅 2.28%p, 카뱅 1.59%p 순이었다. 한 달 전보다 각각 0.24%p, 0.71%p, 0.39%p 늘었다. 

이 기간 5대 시중은행의 가계예대금리차 평균은 전달 1.07%p보다 0.19%p 줄어든 0.88%p에 불과했다. 은행별로 NH농협은행 1.33%p, 우리은행 1.08%p, 신한은행 0.84%p, 하나은행 0.71%p, KB국민은행 0.44%p 순이었다. 

아울러 인터넷은행들의 수신 규모가 적은 것도 부정적이다. 오랫동안 다양한 수신상품을 만들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해 온 시중은행들에 견줘 인터넷은행들은 상품 규모 면에서 열위에 있어 공시에서 불리하다. 대표적으로 출범 당시 '파킹통장(수시입출금통장)' 흥행을 이끈 토뱅은 파킹통장이 '요구불예금'이라는 이유로 예금금리에 반영되지 않으면서, '예대금리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요구불예금의 특성상 입출금이 잦아 주요 은행들은 금리를 매우 낮게 책정하고 있다. 이를 예금금리에 함께 반영하면 저축성예금(예적금)만 반영될 때보다 평균금리가 크게 낮아지는 착시를 빚는다. 영업전략의 일환으로 파킹통장을 주력하는 토뱅으로선 공시에 여러모로 취약한 셈이다. 

이에 당국도 평균 예대금리차 외 신용점수 구간별 예대금리차, 평균 신용점수 등을 함께 공시하도록 했다. 하지만 인터넷은행들은 '평균의 함정'을 초래해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여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금융당국 수장이 중도 교체되면서, 감독방향도 일부 수정됐는데 당국이 하라는 대로 했다가 '이자장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며 "경제위기 속 금융기관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는 요즘, 당국이 국민 정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포용금융 목표치 달성, 예대금리차 최소화 등에 집착하는 게 적절한 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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