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최근 유통업계 오너 2~3세들이 잇달아 승진하면서 유통·식품업계 세대교체에 속도가 붙었다. 주요 임원직을 맡고 있는 이들이 향후 5~10년 안에 대표이사직에 오르면 본격적으로 각 기업들의 주력사업이나 조직문화 등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이란 관측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연말 단행된 유통식품 주요 기업 임원인사에서 오너 2~3세들의 승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신유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담서원 오리온 경영관리 담당 상무/사진=각 사 제공
재계순위 5위인 롯데그룹에서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가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상무로 승진했다.
신유열 상무는 아버지인 신동빈 회장과 마찬가지로 컬럼비아대 MBA를 거쳐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일본 롯데 부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다만 앞으로 신 상무의 활동무대는 ‘소재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신 회장은 경영수업을 받던 시절에는 유통 사업 매출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 롯데그룹이 미래 동력으로 새롭게 점찍은 분야는 ‘화학·바이오·헬스케어’ 등이다. 신 상무는 그룹 주력 사업 개편을 위한 준비작업을 과제로 안게 됐다.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에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씨 역할이 커졌다. 김동선씨는 올해 초 한화솔루션 갤러리아 부문 신사업전략실장으로 발령받았다. 지난 달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본부장을 맡아 기획과 인사 등의 업무를 통합 관리하게 됐다.
김동선 전략본부장은 백화점 업계에서 열세인 갤러리아의 영역 확장을 위한 신규 사업 추진을 주력으로 한다. 이를 위해 미국 햄버거 브랜드를 직접 유치해 내년 상반기 1호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프리미엄 콘텐츠 발굴 등의 기존 업무와 더불어 갤러리아 경영전반에도 참여한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씨가 올해 보폭을 넓혔다. CJ는 통상 12월에 하던 인사를 10월로 앞당기면서,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에게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겼다. 이 실장은 CJ의 글로벌 식품사업 전략 전반을 지휘하는 중책을 담당한다. 미주, 유럽, 아태지역을 포괄하는 글로벌 식품사업 성장을 위한 전략기획과 신사업 투자 등을 담당하며 사내벤처·외부 스타트업 협업 등을 담당할 예정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남 담서원씨는 1989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경영관리 담당 상무 자리에 올랐다. 담 상무는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7월 오리온 경영지원팀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빅데이터 활용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담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담 상무도 오리온 시스템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지난 4월 오리온과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인공지능(AI) 물류 시스템 구축 업무 협약을 맺을때도 직접 실무를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의 장남 전병우씨는 지난 6월 이사회를 통해 삼양식품그룹 계열사 삼양애니의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삼양애니는 콘텐츠마케팅 계열사로, 전병우 대표는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불닭’ 등을 다각도로 활용할 계획이다.
베지밀을 생산·판매하는 정식품은 창업주인 정재원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성수 회장의 장남인 정연호(45)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정연호 신임 사장은 연세대 전자공학과 출신으로 미국 미시간대에서 산업공학과 석사,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과학과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7년부터 정식품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해 왔다. 베지밀 외에도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사업을 다각화 하는 것이 정 사장의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대표이사급이 되기 전까지는 오너 2~3세들도 조직의 구성원일 뿐이라는 사실을 스스로들도 잘 알고 있다”며 “아버지와 같은 방식으로 경영 수업을 받았더라도, 최근 대내외적인 상황이 급변하고 개개인마다 받아들이는 점이 다르다. 현재 오너 2~3세들이 최종 결정권을 가진 자리에 오르면 지금과는 다른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