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BNK금융지주가 지난 22일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최고경영자(CEO) 1차 후보군을 6명으로 압축했다. 거론되는 후보군은 안감찬 현(現) 부산은행장, 이두호 현 BNK캐피탈 대표, 빈대인 전(前) 부산은행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김윤모 현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까지 6명이다.
BNK부산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부산 남구 부산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낙하산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외부인사 반대투쟁에 나섰다./사진=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제공
당초 70세를 넘거나 관료출신 인사가 후보군 자리를 노린다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끝내 민간 금융권에서 활약한 인사들이 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인사 관련 발언, 금감원의 인사지침 개정 요구로 내부 출신 인사들이 모두 부정되면서 사실상 당국이 외부 인사를 밀어주는 듯한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지주 계열 노조에서는 지난 2017년 김지완 전 회장의 선출과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며 '낙하산 인사'에 대한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부산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부산 남구 부산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낙하산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외부인사 반대투쟁에 나섰다. 이날 집회에는 금융노조 간부와 부산은행 노조원 등 4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희원 부산은행 노조위원장은 대회사에서 김지완 전 회장 사례를 언급하며 "올드보이, 대선캠프 보은인사, 모피아들이 탈락하면서 많은 분들이 이제 BNK 낙하산 이슈는 잦아든 게 아니냐는 말씀들을 하시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BNK는 지난 2017년 성세완 전 BNK 회장의 구속으로 회장직이 공석되면서, 내·외부 인사를 공모했다. 당시에도 지원자가 16명에 달했는데, 당시 김 후보는 거론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김지완 후보가 1차 심사에 통과한 8명 중 한 명으로 거론되며 주목받기 시작했고, 뒤이어 진행된 PT면접과 최종면접에서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이와 비슷하게 이번 1차 후보군에서도 70대 관료, 캠프인사, 모피아 관련 인사가 모두 배제됐다. 대신 그동안 언급되지 않았던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과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이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이 금감원장의 지주 계열사 내부 갈등 언급으로, 사실상 내부인사 전·현직 4명이 공개 저격돼, 외부인사 2명이 '투명한 인사'로 분류됐다. 이에 노조는 5년 전과 이번 사례가 모두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고 있다.
권 위원장은 "있지도 않은 내부 갈등을 언급한 것 자체가 외부인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느냐"며 "비난 여론을 의식해 함량미달 후보 몇 명을 걸러내 겉으로는 공정이라는 명분을 쌓고, 없는 갈등을 만들어 내부 후보 전체를 비토하면서 정작 남아 있는 두 명의 외부 후보 중 누군가를 지지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의혹을 키운 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감독당국이 철저히 중립을 지키고 결과로 증명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21일 "외부 인사 영입은 지역에 한정된 게 아니라 비전 있는 분을 모시겠다는 의도로 안다"며 "지금 후보 중에 오래된 인사이거나, 정치적 편향성이 있거나, 과거 다른 금융기관에서 문제를 일으켜 논란이 됐던 인사가 포함돼 있다면 사외이사가 알아서 걸러주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개별 지주사의 사정이 다 다르고, 감독당국은 개입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특정 학교나 특정 계열 간의 다툼이 있어 (조직을) 저해한다면, 적어도 그런 일을 방지할 수 있는 CEO가 됐으면 좋겠다는 소극적인 의미의 기준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해 노조의 반발을 샀다.
BNK부산은행 노조와 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부산 남구 부산은행 본점 1층 로비에서 '낙하산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외부인사 반대투쟁에 나섰다./사진=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제공
2명의 외부 후보에 대해서는 부정적 평가를 쏟아냈다. 우선 위 후보는 '채용비리 리스크'로 기소된 바 있는 만큼, 당국의 도덕성 기준에 부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위 후보는 신한카드 대표 당시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특히 BNK는 지난 2018년 채용비리 수사로 많은 부산은행 임직원들이 처벌받는 등 그룹의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에 위 후보를 절대 선임해선 안 된다는 게 노조 측의 입장이다.
김 후보는 자본시장 전문가로 불리지만, 그가 맡았던 회사들의 규모가 영세하다는 점에서 쉽사리 BNK그룹을 맡길 수 없다는 평가다. 권 위원장은 "BNK금융지주 회장은 160조 자산과 8천명에 가까운 임직원을 책임지는 무거운 자리"라며 "능력과 자질을 검증할 뚜렷한 성과 자체가 부족한 후보에게 도박하듯 모험을 걸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4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은행장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며 "지주 회장 선임은 무명의 신인을 선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룹의 미래와 지역경제를 맡길 막중한 책임 에 걸맞는 최적임자를 선출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는 부산지역 시민단체도 참여해 낙하산 인사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은 "BNK금융그룹은 부산 시민이 키운 순수 민간 회사로, 외부에서 들어와 흔들어서는 안 된다"며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도 부산 경제와 직결된 '낙하산 인사'에 대해 하루속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시도하고 있다"며 "정치권이 BNK금융그룹 인사에 개입해서는 안 되며 함께 연대해 관치금융을 막아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임추위는 다음달 12일 1차 후보군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PT) 및 면접 평가를 진행하고 외부 평판 조회 결과를 반영해 2차 후보군(숏리스트)을 추려낼 예정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