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발목잡기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 반도체 특위에서 제안한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세법 개정안을 국무총리 주재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것과 관련해 언급한 발언이다.
이 한마디에서 올 한해동안 대한민국을 좌우한게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거대야당이 장악한 국회다. 정확히는 169석을 자랑하는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87헌법 체제에서 입법부로서의 권력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법안 처리와 비토를 통해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10일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정부발의 법률안 107건 중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지난 23일 본회의에서 예산과 함께 처리한 세법개정안 15건과 대안 반영으로 폐기된 5건이 전부다.
이러한 정부발의 법안의 실정을 보면, 30일 세법 개정안 의결과 관련해 "안타깝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서 무기력함까지 엿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월 25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두번째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 시정연설은 2023년도 정부 예산안을 위한 것이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정부는 예산 집행을 통해 조직을 구성하고 정책을 시행한다. 예산이야말로 행정부를 좌지우지하는 단 하나의 변수라고 할 수 있지만, 이를 민주당이 틀어쥐고 있는 셈이다.
정부발의 나머지 법률안 87건은 계류 중이기도 하다.
실제 국회 문턱을 넘은 정부발의 법안 중 종합부동산세 세율 인하, 반도체 지원 등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고등평생교육 지원을 담은 법안 3건이 있지만 이 모두 민주당과 협상하면서 취지가 상당부분 퇴색했다. 정부가 당초 기대했던 예상 효과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월 25일 국회시정연설에서 대외신인도 유지, 재정지속가능성, 미래세대 부담 경감을 목표로 걸면서 전면적인 '건전재정' 기조를 내세웠다.
하지만 해당 법안(예산편성 때 국내총생산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0%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박대출 국민의힘 의원 9월 발의)은 지난 1일에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됐고, 현재까지 소위원회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나라 살림의 건전성을 규율할 재정준칙 도입부터 무산된 것이다.
30인 미만 업체의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를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도 끝내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올해 말로 종료된다. 근로기준법상 유연노동제 연장은 물 건너갔다.
건강보험 재정 국고 지원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 또한 끝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올해 말 일몰된다.
반대로 민주당은 지난 2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농민들이 과잉 생산한 쌀을 정부가 의무 매입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본회의에 직회부되어, 이는 통과가 확실시된다.
민주당이 169석 의석으로 밀어붙이면 못하는게 없다는 '권능'을 드러낸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야당이 포퓰리즘의 극한으로 치달아도 여당 입장에선 할 수 있는게 없다.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일어났고 시대는 바뀌었지만 의석 수는 여전히 '야당'이 '여당'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오는 2024년 4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 내내 어떠한 국정과제도 수행하기 힘들 전망이다. 가히 민주당의 '제왕적 국회제'다. 아직 1년 이상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