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우현 기자]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배터리), 바이오 관련 공급망 위기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관련 기업의 63%가 투자를 줄일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부가 투자세액공제 확대를 위한 국회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정부에 따르면 전날 기획재정부는 반도체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율이 대기업(중견기업 포함)은 최대 25%, 중소기업은 35%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반도체 산업 외에 2차전지·백신·디스플레이 등 4개 국가전략기술 부문에 모두 적용된다.
반도체를 비롯해 이차전지(배터리), 바이오 관련 공급망 위기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관련 기업의 63%가 투자를 줄일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재계에서는 정부가 투자세액공제 확대를 위한 국회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 본회의장 전경 /사진=공동취재사진
기본 공제율을 대기업은 8%에서 15%로, 중소기업은 16%에서 25%로 높인다. 여기에 올해 한시적으로 신규 투자에 적용되는 추가 공제(4%)를 10%로 늘리기 때문에 최대 25~35% 공제가 적용된다.
이 같은 방침은 장기화된 경기 침체로 공급망 위기를 겪고 있는 산업계에 활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산업군에 속한 기업 10곳 중 7곳은 새해 공급망 상황이 작년과 비슷하거나 악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지난해 대비 새해 공급망 상황에 대한 예상을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작년과 비슷할 것’(51.7%)으로 답했다. ‘호전될 것’으로 전망한 기업은 27.3%, ‘악화될 것’이란 답변은 21%를 차지했다.
‘지난해 공급망 위기 및 애로로 피해를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10곳 중 6곳에 해당하는 기업들이 “그렇다”(62.3%)고 답했다.
해당 기업들이 새해 가장 우려하는 공급망 위협요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5점 만점에 3.9점, 점수가 높을수록 위협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미‧중 패권경쟁 등 자국우선주의 심화’(3.8점), ‘중국의 제로코로나 정책’(3.7점)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네온가스 등 천연가스의 가격이 최대 20배 이상 치솟으며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은 바 있다. 일상화된 공급망 불안에 해당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같은 위기가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에 기업들은 공급망 불안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정책과제로 ‘거래처 발굴 지원’(35.3%), ‘대-중소기업간 공급망 협력 생태계 구축’(16.3%), ‘보조금 및 세액공제 확대’(14.7%)를 차례로 꼽았다.
이 중 세액공제 확대는 전날 정부가 발표한 방안과 궤를 같이하지만 국회의 입법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때문에 재계는 해당 정책의 국회 통과를 위해 여야가 합심해줄 것을 당부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정부의 투자세액공제 확대 조치가 국회에서 순조롭게 입법될 수 있도록 여야 정치권의 협력을 당부하며, 이번 조치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신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를 해소하는데도 힘을 모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본부장은 “치열한 글로벌 산업 전쟁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여야가 합심하여 이번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조속히 통과시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역시 “이번 정부안이 실행돼 위기에 처한 우리 경제의 활력을 제고하고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국회가 정부안을 조속히 입법해 주시길 요청드린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이달 중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다시 마련해 2월 임시국회에서 해당 정부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법 통과 시 올해 1월 1일 투자분부터 소급 적용된다.
다만 야당의 협조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정책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점을 지적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한정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 한 마디에 여야 합의를 손바닥 뒤집듯 바꿔버리느냐”며 야당의 협조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