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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의 선택과 북한의 미래는

2023-01-04 11:40 | 문상진 기자 | mediapen@mediapen.com
[미디어펜=문상진 기자]김여정은 2018년 2월 방한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과 같은 해 6월 미·북 정상회담에서 '예절 바르고 얌전한 여성'이란 이미지를 보여줬다. 평창올림픽 개막실에서 경호 담당자와 도우미들에게도 상냥했다. 당시 명목상 단장이었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게도 상석을 권하는 모습도 보였다. 

2020년 6월 16일 남북 군사분계선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개성시에 자리잡은 산뜻한 4층 건물이 폭파로 인해 가루가 됐다. 2018년 9월 문을 연 이래 한국이 건축·운영에 약 170억원을 투입한 남북연락사무소였다. 열이틀전 폭파를 예고한 것은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었다. 이후 보여준 언어폭력은 귀를 의심케 할 만큼 거셌다.

어느 모습이 김여정의 진정한 모습일까? 김정은의 후계자설까지 나돌게끔 한 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건강이상설이 끊이지 않는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백두혈통을 이어 받은 독재자의 딸은 북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여 내부 권력과 대외적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궁금증을 풀어줄 책이 나왔다. 현재 아사히 신문 기자이며 히로시마대학 객원교수인 마키노 요시히로의 '김정은과 김여정' 한국판이 출간됐다. 책은 한마디로 '1990년대 이후 북한의 현대사'라고 할 만 하다. ​책은 2020년 여름 무렵 언론이 북한과 관련해 가장 관심을 가졌던 주제인 김여정은 김정은의 후계자인가 아닌가에서 출발한다.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김여정은 누구인가?'는 북한 권력의 전면에 등장한 김여정 당 부부장이 김정은 통치 이후 어떻게 북한 권력을 이끌게 되었는지와 그녀의 정치 스타일 등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등 건강 상태가 불안한 김정은에게 있어 여동생 김여정은 매우 특별한 존재이다. 

김여정은 김정은의 지근거리에서 늘 보좌하며, 북한 통치의 방향과 계획 수립 등 중요한 결정에 관여하고, 붉은 귀족(3층 서기실, 당 조직지도부)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등 주요국 외교와 국제정세 관련 문제도 주도적으로 관장하고 있으며, 다수의 대남·대미 비난 발언을 이끄는 북한의 실질적 2인자 김여정의 여러 모습을 소개한다.

2장 '권력투쟁의 내막'은 북한의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발생한 2017년 2월 쿠알라룸푸르 공항의 김정남 암살을 주도한 북한군 정찰총국 19과 요원들의 활동과 2001년 5월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몰래 입국하려던 김정남이 체포된 내막 등을 소개한다. 

또한 장성택과 군·국가안전보위부·당 조직지도부와의 암투와 숙청 작업, 박근혜 정부의 '김정은 암살 작전' 결정과 추진, 한국·미국 등 주요국 정보기관의 김정남 접촉과 관리 그리고 망명정부 수립 등에 관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3장 '김정은 정치의 실태'는 북한 사회의 다양한 실태를 분석함으로써 김정은 정치의 실체적 본질을 파악한다. 즉 김정은 체제는 대외적으로 '애민정치'를 주장하지만, 실은 인민 억압적 체제에 불과하다는 본질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김여정이 기획한 애민정치의 실상과 서방 지도자 흉내내기의 여러 모습을 소개한다. 

또한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와 삼지연지구의 개발·평양종합병원 건설의 실패 양상과 이런 국책사업 개발 예산 집행과정에서 최고지도자와 '붉은 귀족'의 노골적인 이권 챙기기의 사례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뇌물 할당량 챙기기에 지쳐 자살한 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의 사례를 추적하며, 버스·전기·수도·학교비품·공장·군대빼기 등 사회 곳곳에서 보이는 뇌물 거래의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4장 '독재체제의 정체'는 조선노동당 중앙당사 3층 서기실의 엘리트들과 김정은의 공생 관계, 미·북 정상회담 당시 실무협상을 주도했던 최선희의 이상한 행적과 그 막후에서 이뤄진 비화 등을 소개한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실패로 이용호 외무상과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이 대미협상 일선에서 물러났는데, 당시 실무협상 책임자였던 최선희는 경질되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또한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가 북한 교화소 강제 구금 당시 겪었던 인권 유린 현황과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의 방북 이후 석방된 일화, 북한의 인질 외교의 본질, 개인주의가 확산되는 현실 속에 북한 당국의 사상통제와 감시·강압을 통한 통치 방식 등을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장 '핵과 미사일의 행방'은 북한 핵과 미사일 개발의 역사와 현황을 서술하고, 미·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게 된 계기와 즉흥적으로 결정된 비화를 소개한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은 포괄적인 빅딜 방안, 스몰딜 방안, 노딜 방안 등을 검토했는데, 김정은이 영변 핵시설의 포기에만 매달리자 정상회담은 결렬 상황에 이르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사건으로 미 하원 임시위원회에서 트럼프의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의 증언이 진행되고 있었기에, 이 증언을 중단할 정도의 강력한 뉴스를 발신하고 싶다는 속셈에 북한과의 스몰딜에 미련이 있었다. 이것을 막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적극적인 행동도 소개된다. 

이외에도 클린턴, 부시, 오바마, 트럼프 정부에 이르는 미·북 협상의 내용 및 결과를 종합하고, 일본과 북한의 수교 및 납치자 문제를 둘러싼 대화와 협상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다.

저자의 신작은 이중적 모습에 혼란을 느끼던 이들에게 매우 유익한 논의를 제공하고 있다. 광범위한 취재에 힘입어 오늘의 북한 이야기가 대단히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게다가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밀한 이야기도 담고 있어서 북한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연일 도발을 멈추지 않는 그들을 이기는 방법은 그들을 아는데서부터 출발한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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