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5대(우리·KB국민·신한·NH농협·하나) 시중은행이 지난해 1~10월 취약계층에 공급한 신규 신용대출이 25% 줄어든 1192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포용금융을 목표로 설립된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의 대출 공백을 대거 메웠지만 하반기들어 신규 대출을 급격히 줄이며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급격한 금리상승에 대출규제가 더해지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내몰리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5대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가 저신용자(나이스신용평가 664점 이하)에게 공급한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은 225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852억원 대비 21.7% 증가했다.
5대(우리·KB국민·신한·NH농협·하나) 시중은행이 지난해 1~10월 저신용자에게 공급한 신규 신용대출이 25% 줄어든 1192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포용금융을 목표로 설립된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의 대출 공백을 대거 메웠지만 하반기들어 신규 대출을 급격히 줄이며 속도조절에 나서는 모습이다. 급격한 금리상승에 대출규제가 더해지면서 저신용자들이 제도권 금융에서 내몰리고 있다는 평가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대출 취급액수만 놓고 보면 자영업자·소상공인을 비롯한 저신용자들이 포용금융의 수혜를 누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5대 은행과 인터넷은행으로 구분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우선 5대 시중은행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은 총 1192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1592억원 대비 25.1% 감소했다. 이 기간 대출 계좌 수는 1만 2931좌에서 9189좌로 28.9%나 급감했다.
반면 인터넷은행 3사의 신규 신용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1~10월 1062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260억원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이 기간 대출 계좌 수는 2606좌에서 191.5% 폭증한 7596좌를 기록했다.
앞서 당국은 인터넷은행 설립 인가 조건으로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활성화'를 내걸었다. 여기에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 달성 여부를 신사업 인허가 기준으로 삼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포용금융 확대를 장려했다.
지난 2021년까지 3사의 공급액수는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고신용자 대출 중단 규제가 '암초'로 작용하면서 3사는 포용금융으로 외연을 확장하는데 주력했다. 업계에 따르면 카뱅과 케뱅은 지난해 말 목표치 25%를 모두 달성했고, 토뱅은 42% 달성에는 실패했지만 40%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이 포용금융을 외면할 때 인터넷은행이 공백을 메운 셈이다. 하지만 이들도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사실상 몸을 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리스크를 짊어지고 지난해보다 포용금융을 대폭 확대한 점은 고무적이지만, 월별 통계를 놓고 보면 7월을 제외한 6~10월 신규취급액과 계좌수가 매월 급속도로 줄어든 까닭이다.
3사의 월별 신규 대출취급액 증감률은 8월 -27.9% 9월 -31.1% 10월 -25.3%를 각각 기록했다. 계좌수도 7월 921좌를 정점으로, 8월 706좌 9월 494좌 10월 416좌로 매월 감소세를 보였다.
'금리인상'이라는 리스크가 일차적으로 대출심리를 위축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지 못해 불법사금융을 기웃거리는 저신용자들도 많다는 점에서 3사가 대출심사단계부터 이들을 퇴짜 놓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사실상 당국의 포용금융 권고치 기준 정량만 맞추기 위해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는 것. 그나마 상환능력을 갖춘 중신용자에 국한해 대출을 집중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데다 대출규제까지 더해지면서 신용등급에 무관하게 은행권 대출 취급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인터넷은행의 경우) 차주(대출자)가 금리인상을 두려워 대출신청을 안 한 것인지 은행이 (저신용자라는 이유로) 대출심사부터 퇴짜를 놓은 것인지 알 수 없다"고 평가했다.
자료를 분석한 최 의원도 저신용자들이 부득이 불법사금융에 내몰리게 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도 미국발 금리인상으로 우리나라의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가운데, 저신용자들이 애용하는 햇살론도 취급이 중단되고 있는 만큼, 이들로선 고리사채의 덫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최 의원은 "코로나19로 가계부채 폭탄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 상황에서 저신용자가 뇌관이 되지 않도록 대출을 관리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대출이 절실한 중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에게는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책금융의 취지가 소외되고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 촘촘하고 두터운 그물망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불법사금융 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는 만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행보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