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로 부동의 1위를 달리며 '친윤' 주자들을 초긴장시키고 있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0일, 결국 직을 던졌다. 대통령실은 물론 '윤핵관(윤설열 핵심 관계자)'들의 당권 불출마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라 나 부위원장의 출마가 임박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대통령실 김대기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님께 심려를 끼쳐드렸으므로 사의를 표명합니다"라며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스스로 내려놨다.
나 부위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내놓은 '출산 시 대출 탕감' 대책을 두고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었다.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는 직접 브리핑을 통해 "(대출 탕감 정책은)오히려 윤석열정부의 관련 정책 기조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겠다"리며 관련 주장을 정면 부인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중인 나경원 전 의원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2023 국민의힘 신년인사회에서 유흥수 전당대회 선관위원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3.1.1./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통령실이 사실상 나 부위원장의 당권 불출마를 압박하고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더해 친윤계 의원들까지 가세해 나 부위원장의 불출마를 공개적으로 압박했다.
당내 최대 친윤 모임인 '국민공감' 간사를 맡은 김정재 의원은 지난 9일 오후 SBS '주영진의 뉴스 브리핑'에 출연해 “(나 부위원장이)만약 이런 식으로 정부와 반해서 본인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예전의 '유승민의 길' 아니냐”라며 "정부 정책에 엇박자를 내면서 자기주장을 한다는 건 이준석 전 대표 사례 때도 봤었다"라고 직격했다.
또 다른 친윤계 의원인 박수영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 자리는 용산 대통령실이 제안한 자리가 아니라, 나 부위원장이 희망한 자리로 알려져 있다"라며 “자리를 받아 놓고 석 달도 채 안 돼 던지고 당대표 선거에 나오겠다는 것은 스스로 공직의 무게를 감당하기엔 아직 멀었다는 자백”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의 거센 압박에도 나 부위원장은 각종 외부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나 부위원장이 당권 출마에 나선다면 국민의힘 전당대회 판도는 완전히 뒤발뀔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힘을 싣고 있는 김기현 의원의 경우 여전히 지지율은 3위권에 머무르면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는 나 부위원장의 등장은 친윤 주자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 부위원장의 출마에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압박을 가하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10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대통령실과 윤핵관들이 나경원 부위원장의 당권 불출마를 공개 압박하고 있다는 건 반대로 나 부위원장이 그정도로 위협적인 존재라는 의미 아니겠나"라며 "'친윤 주자'에게 윤핵관들이 저정도로 힘을 모아주고 있는데도 지지율을 보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