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오는 12일 1차 최고경영자(CEO) 후보군 6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3명의 숏리스트(short-list)를 마련할 예정이다. BNK 노조를 비롯한 내부 직원들이 외부후보 인선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입김이 숏리스트 구성에 변수로 작용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BNK금융 임추위는 1차 후보군을 대상으로 PT 및 면접 평가와 외부 평판조회 결과를 반영해 오는 12일 저녁께 숏리스트를 발표한다. 2차 CEO 후보군은 3명 이내로 추려질 전망이며, 이후 19일 심층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자를 가려낸다. 최종 후보는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 회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BNK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오는 12일 1차 최고경영자(CEO) 후보군 6명에 대한 면접을 진행하고 3명의 숏리스트(short-list)를 마련할 예정이다./사진=BNK금융그룹 제공
현재 후보군에는 안감찬 현(現) BNK부산은행장,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 빈대인 전(前) 부산은행장, 손교덕 전 경남은행장, 김윤모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 위성호 전 신한은행장 등 6명이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이들 중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는 안 행장, 빈 전 행장, 김 부회장 등이다.
그룹 내부에서는 안 행장과 빈 전 행장을 차기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BNK금융의 핵심이자 최대 계열사인 부산은행의 '행장' 경력이 크게 작용하는 모습이다. 또 두 인물이 내부출신이라는 점에서 당초 우려된 외부 낙하산 인사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안 행장은 1963년생으로 1차 후보군 중 가장 젊다. 그는 홍천고를 거쳐 부산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부산은행에 입행한 뒤 금정·광안동·감전동 지점장, 북부영업본부장, 경영기획본부 부행장보, 여신운영그룹 부행장 등을 두루 역임했으며, 2021년 4월부터 부산은행장을 맡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변수에 맞물려 경영실적도 경신했다. 부산은행은 지난 2021년 4026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1년 전 대비 30.5% 급성장했고, 지난해 1~9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한 3904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3분기만에 2021년 실적을 거의 따라잡았다.
빈 전 행장은 1960년생으로, 원예고와 경성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부산은행에 입행해 영업본부장, 미래채널본부장 등을 거쳤고, 2017~2021년 부산은행장을 맡았다. 재임 당시 무탈히 조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지난 2021년 이후 금융권에서의 경력공백이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손 전 행장도 불리한 상황이다.
내부출신 인사로 안 행장과 함께 유력 거론되던 이두호 BNK캐피탈 대표는 최근 경쟁에서 밀려난 모습이다. 지난해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사모펀드 부당거래 의혹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이 그룹 내부를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BNK캐피탈이 연루된 까닭이다.
당시 국감에서는 김지완 전 BNK금융 회장이 자녀가 재직 중인 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별도 펀드를 만드는 한편, 계열사를 동원해 대출을 해줬다는 부당거래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금감원이 현장검사를 가졌고, 지난달 관련 의견서를 캐피탈 측에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당국이 모든 검사를 마치고 문제 소지가 있을 경우 피감기관에 의견서를 전달하는 점을 들어 '검사의견서 수령'이 사실상 징계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부당거래 의혹과 관련해 금감원 현장감사가 이뤄졌고, 의견서가 지난달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의견서에는 이 대표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보통 금감원에서 검사를 마치고 가기 때문에 징계수위는 추후 논의해야 할 문제이고, 금감원이 유죄로 본 문제가 무죄로 바뀌지 않는 편이다"고 말했다.
외부 후보군은 노조와 내부 임직원들이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노조는 "예측 가능한 위험은 신속히 제거하고 예측 불가능한 위험에도 대비하는 것이 금융산업의 기본"이라며 외부인사 선임 반대의 뜻을 고수하고 있다.
우선 위성호 후보는 신한카드 대표 당시 '채용비리 리스크'로 기소돼 여전히 재판 중에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이 언급한 '도덕성 기준'에도 부적합하다는 평가다. 특히 BNK금융은 지난 2018년 채용비리 수사로 많은 부산은행 임직원들이 처벌받은 전례가 있는 만큼, 노조는 원천적으로 위 전 행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희원 금융노조 부산은행지부 노조위원장은 "위 전 행장은 채용비리 재판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감독원장이 검사 출신인데 검찰이 죄가 있다고 기소한 인물을 지주 회장 후보로 선임하는 건 '검찰이 헛다리 짚었다'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며 "유·무죄 확률이 50%씩 있고, (회장으로) 선임되고 나서 실형을 선고받게 되면 또 경영공백이 생긴다. (이사회가) 위험천만한 결정을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능력이나 경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채용비리 피의자로 재판이 진행 중인 후보에게 그룹을 맡길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윤모 후보는 자본시장 전문가로 불리지만, 그가 맡았던 회사들의 규모가 영세하다는 점에서 쉽사리 BNK그룹을 맡길 수 없다는 평가다.
권 위원장은 "과거 당사자들의 경영성과를 확인하고, 과연 160조 자산과 9개 계열사, 약 8000명의 임직원을 이끌기에 적합한지 제대로 심사해야 한다"며 "은행처럼 큰 조직을 이끌어 본 경험이나 지주회장으로 누구나 인정할 만한 가시적인 성과를 찾기 힘든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오히려 불확실성만 더 키우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1983년부터 2000년까지 조흥·한미·하나은행에서 근무한 이후 솔로몬투자증권 사장, KTB프라이빗에쿼티 부회장, AJ캐피탈파트너스 대표 등 자본시장가의 길을 걸었다. 현재 SK에코플랜트 사외이사, 노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으로 활약 중이다.
6인 후보들의 대내외 평가와 성과 등을 여러모로 고려할 때, 현재로선 행장 출신인 안 후보와 빈 후보가 유력 회장 후보 입김에 오르내리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안 후보는 '현직 프리미엄'에 '실적경신'이 더해져 최적의 후보로 평가받는다. 지난 2년간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실적도 준수했던 점에서 공백기를 가진 전직 행장보다 상대적으로 눈길이 더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앞서 부산은행 노조도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회장이 은행장 출신인 데다, 그룹 내에서 업무 공백이 없었던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두 후보가 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의 행장 출신이라 차기 후보로 유력한 상황"이라면서도 "4대 지주를 놓고 볼 때 행장-지주 부회장-회장이나 행장-비은행 대표-회장 등의 사례는 있어도 퇴직 후 회장으로 돌아온 인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직 프리미엄이 작용하는 셈인데 요즘처럼 격변하는 시기에 휴직기간이 도움될 지는 미지수"라며 "최대 실적 경신, 은행권 최고 건전성 등을 고려하면 안 후보의 흠을 잡을 게 없어 퇴직 인사를 굳이 선임할 유인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