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인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소될 것이 명백하다’고 소환 조사 소회를 밝히는 등 검찰이 성남FC 후원금 사건으로 이 대표를 기소할 것이란 전망이 강해지자,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헌 80조 적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당으로 전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안전장치로 비명계의 사법 리스크 분리 대응론과 궤를 같이한다. 이에 검찰이 성남FC 사건으로 기소에 나설 경우 비명계의 ‘선당후사’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제1야당 대표가 포토라인에서는 헌정사 초유의 사건이었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 당시 네이버, 두산건설 등으로부터 사업상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성남FC 후원금을 강요했다고 보고 있다.
'성남FC 불법후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에 출석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이에 이 대표는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검찰에 출석해 검찰의 수사를 ‘정치 탄압’, ‘함정·조작 수사’라고 규탄했다. 더불어 소환 조사가 끝난 직후에도 연이어 “사법 리스크가 아닌 검찰 리스크”라며 본인을 향한 수사는 ‘야당 파괴’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기정사실화 된 검찰의 기소로부터 지지층을 결집하고 당헌 80조 적용을 피하기 위한 사전 포석이란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당헌 80조는 뇌물수수 등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될 경우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이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검찰로부터 기소 당한 바 있다.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부정부패와 연관성이 없어 당헌 80조로부터 피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성남FC 사건은 제3자뇌물수수 혐의로 부정부패와 직결된다. 원칙대로라면 이 대표가 검찰의 기소 직후 당직이 정지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정무조정실장, 김용 민주연구원부원장 등이 부정부패 사건인 대장동 게이트로 구속 기소되자 사의를 표명하고 당직을 상실했다. 당헌 80조를 피해갈 명분을 찾지 못하자 리스크가 확산되기 전 사전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신년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자료사진)/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에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가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될 경우 원칙대로 동일선상에서 당헌 80조 적용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당 대표직을 포기하라는 요구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 당헌 80조가 적용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을 것으로 보인다. 지도부 출범 직후부터 방어 조항을 마련해 둔 덕이다. 당헌 80조가 적용되기 위해선 당 사무총장이 윤리심판원에 조사를 요청해야 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직접 임명한 사무총장이 이 대표를 향해 칼을 빼 들지 못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주요 의견이다.
더불어 윤리심판원의 조사가 시작된다고 가정해도 당헌 80조는 무효화될 가능성이 높다. 검찰의 기소가 ‘정치탄압 등 부당한 사유’로 인정되는 경우 무효화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재명 지도부는 지난해 8월 출범 직후 정치탄압으로부터 직무정지를 무효화하는 판단 주체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개정했다. 당무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맡는다. 셀프 구제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당헌 80조 적용 여부를 두고 형평성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방탄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해 지탄받고 있는 가운데, 이 대표에게만 예외가 적용될 경우 총선 필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박용진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대안을 세워야 할 야당이 방탄 논란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적 수사다. 정치 공세다 하는 것은 백약이 무효하다”면서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커질수록 총선 승리는 어려워진다”며 총선 승리를 위해 선당후사 원칙을 준수할 것을 압박했다. 이에 검찰의 기소가 현실화될 경우 당헌 80조 적용 여부로부터 단일대오에 분열이 초래될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최인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