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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과 새해 첫 회동 가지는 이복현 금감원장, 어떤 얘기 오갈까

2023-01-16 14:40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계묘년(癸卯年) 새해를 맞이해 주요 은행장과 첫 회동을 가진다. 그동안 이 원장이 금감원 임원회의와 언론 등을 통해 은행권의 예대금리차(예금·대출금리 간 격차) 확대, 성과보수체계 개선, 점포 영업시간 정상화 등을 요청했던 만큼, 관련 내용이 간담회의 주요 안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오는 18일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간담회를 가진다. 간담회에는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17개 은행장들이 참석할 것으로 보이며, 새 행장으로 선임된 한용구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김성태 IBK기업은행장 등이 이 원장과 첫 상견례를 가질 예정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6월 20일 은행연합회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주요 은행장들과의 첫 상견례를 가졌다./사진=미디어펜 류준현 기자



업계의 관심은 간담회에서 다뤄질 의제다. 현재로선 '대출금리'가 가장 유력한 안건이 될 전망이다. 이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은행권의 '예대금리차 확대'를 언급하는 한편, 예·적금(수신)금리 인상경쟁 및 대출금리 인상 자제 등을 요청하는 발언을 수시로 쏟아냈다. 

이달 들어 대출금리 인상 자제 요청은 더욱 빗발치고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 본원 임원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으로 역할을 해온 은행권과 함께 감독당국이 서민경제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금리상승기에 은행이 시장금리 수준, 차주 신용도 등에 비춰 대출금리를 과도하게 올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금감원이) 은행의 금리 산정·운영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모니터링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토록 하는 등 금리산정체계의 합리성·투명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13일에는 기자들과 만나 "시장이 잘 작동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개입하는 것은 극히 부적절하고 가능하지도 않다"면서도 "시장에 과도한 쏠림이 있는 경우 (개입이) 충분히 필요하고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은행은 가산금리 부문에서 어느 정도 재량이 있다"며 "은행의 지난해 순이자이익 등 규모를 보면 (가산금리를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고 했다. 또 "과도한 대출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와 기업 부담이 큰 점을 개별 은행이 살펴봐달라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한 연 3.50%로 조정하면서 여·수신 금리 조정이 불가피한 가운데, 은행권은 선제적으로 대출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농협은행은 고정금리 주담대 및 전세자금대출의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오는 20일부터 변동형 주담대를 0.8%p 내리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우대금리를 최대 0.4%p로 확대하고, 가산금리를 낮추는 방식으로 변동형 주담대 금리를 최대 0.9%p 인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12일 주담대 최고 금리를 연 5.85%로 조정한 데 이어, 오는 18일부터 가계대출 중도상환해약금을 최대 1년간 면제키로 했다. 하나은행은 새해 첫날 전세대출과 주담대, 신용대출 일부 상품의 금리를 최대 0.5%p 인하했고,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7일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최대 0.75%p 내린 바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간담회) 일정은 잡혀있지만, 아직 정확한 주제는 나오지 않았다. 신년이라서 인사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언론 등에서 예대금리 문제를 비롯해 은행원 성과급 등을 문제삼고 있어 관련 내용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경기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아닌 데다, 당국이 금리는 올라도 대출금리를 인상하지 말라고 개입하지 않느냐"며 "은행 이익을 줄이더라도 (인상 자제를)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뉘앙스를 비칠 것 같다"고 전했다. 

업계는 감독기관장의 연이은 구두개입에 경계심을 내비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준금리는 미국에 의해 불가피하게 따라 올리는 것인데, 은행들이 (금리인상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한은이) 7회 연속 올리고 있다"며 "이를 역행해서 은행이 금리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 은행채 발행을 하지 말라고 했을 때부터 개입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때의 여파가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며 "차환목적의 은행채 발행은 정상화됐지만, 오랜 (발행) 중단에 따른 금리 피해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은행채 발행중단에 대응해 수신금리를 경쟁적으로 인상하면서, 지난해 11, 12월 자금조달비용지수(코픽스·COFIX)금리가 급등했고, 이로 인해 대출금리에 악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간담회 이후 은행권이 수신금리를 소폭 인상하고, 코픽스 등 대출금리는 크게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분은 오는 2월 코픽스에 반영될 것으로 내다봤다. 

금리 문제와 더불어 은행원들의 고액 성과금과 점포 영업시간 정상화도 간담회에서 다뤄질 지 주목된다. 앞서 이 원장은 임원회의에서 "은행의 성과보수체계가 단기 성과에 너무 치우쳐 중장기적으로 내부통제 및 리스크관리 소홀, 금융사고 발생 등의 문제점이 초래되지 않도록, 은행권과 함께 성과보수체계의 개선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전했다. 

점포 영업시간에 대해서는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국민들의 경제활동이 정상화되고 있음에도 은행의 영업시간 단축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커지고 있다"며 "은행 노사간 원만한 협의를 통해 영업시간이 하루속히 정상화 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요청했다.

한 관계자는 "개별 은행이 공기업도 아니고 사기업인데 은행 성과금까지 개입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영업시간은)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가 얘기 중이니 조만간 정상화될 것이다. 다만 대면업무가 일찍 끝날 뿐, 행원들의 근무시간은 그대로"라고 전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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