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온실가스 감축목표, 지속가능성 의문
배출전망치 재산정 필요, 경제현실 더해야
▲ 산업부 김세헌기자 |
[미디어펜=김세헌기자] 정부가 이달 안으로 UN에 제출할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당초보다 하향 조정할 것이란 소식이 알려지자, 산업계는 다소 안도의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국제사회에 2020년 이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제출할 예정이었던 정부는 그동안 관계부처 간 협의와 다양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9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20년 배출전망치 대비 30% 감축으로 정한 바 있다. 지난 1월 전국 단위의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됐지만 지속가능성장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란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이에 산업계는 기존 배출전망치 수정과 과소 할당된 배출권에 대한 재할당을 촉구해왔다. 여기에 2020년 이후 국제사회에 제시할 감축목표의 경우 감축기술의 상용화 가능성 등을 충분히 검토해, 산업계가 감축 노력이 현실화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것으로 거듭 당부해왔다.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이행 첫 해인 2012년 산업계는 당초 목표보다 높은 성과를 냈다. 그동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에너지 효율화 노력을 경주해왔으며, 앞으로도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더욱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수출 주력산업은 다른 선진국보다 앞서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기, 두산중공업, 포스코 등으로 대표되는 이들 기업은 그동안 ‘탈탄소 경영’을 위해 부단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 추이(2020년은 추정치) / LG경제연구원 제공 |
삼성전기는 올해까지 ‘온실가스 배출원단위 30% 감축’이라는 목표 아래 해외사업장과 협력사를 포함한 23개 사업장에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도를 운영해왔다. 또 경영 전 과정에 온실가스 산정, 저탄소제품 인증, 사업연속성 관리(ISO22301)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장기 전략로드맵을 수립해 에너지소비구조 개선과 절약을 실천하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전담팀을 마련해 기후변화 대응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효율 개선활동과 저탄소 혁신기술개발, 에너지 고효율 철강재 생산확대 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견기업인 대한시멘트도 2012년부터 폐열회수설비 설치, 인버터 효율 개선, 공기압축기의 냉각방식 변경 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온실가스감축 목표를 130%이상 달성하는 성과를 보여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이러한 국내 제조업의 에너지 효율화 수준과 감축기술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당초 발표했던 2020년까지의 감축목표 달성은 어렵다는 지적이다. 불가능할 정도로 과도해 산업경쟁력을 훼손할 수밖에 없다는 게 산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산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명분 아래 몹시 지친 모습이다. 석유화학, 비철, 폐기물, 시멘트 등 대부분 업계가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이 지나치게 작아 공장 가동을 줄여야 할 형국이다.
해외에 생산기지를 마련한 대다수 기업은 부족한 탄소 배출권 구매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해외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일자리 감소를 초래해 국가경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는 비단 국내 기업의 문제에만 국한된 현실이 아니라는 산업계의 진단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해외에 본사를 둔 외국계 투자기업 가운데 상당수도 배출권거래제로 인한 생산단가 상승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생산물량 배정이 줄고, 신규 설비투자 확대에도 난항을 겪고 있다.
▲ 미디어펜 자료사진 |
지금까지 미국·중국·러시아·등 주요국은 자국 경제여건 등을 충분히 감안해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2020년 이후의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일본은 다른 나라의 감축 수준을 관망하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2013년 대비 26% 감축한다’는 목표를 조율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주목할 점은 산업 부문 감축목표의 경우 6.5% 수준으로 가정 부문 39.3%, 에너지 전환 부문 27.7% 등과 비교해 낮은 수준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져 산업경쟁력을 제고한 결정이란 평가다.
온실가스 최다 배출국인 중국은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2030년을 전후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는 늘리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한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주요국들은 자국의 이익과 달성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산업경쟁력을 고려한 감축목표 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조정 움직을 두고 국제사회화의 약속을 저버리는 행위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이 국제사회가 합의한 ‘감축목표 후퇴금지 원칙’마저 무시하는 것으로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로 전락시키는 것인 만큼, 국제사회에 수긍할 수 있는 목표를 제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명분을 이유로 현실을 떠나 국제사회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내건다는 것은 국가신뢰도를 추락시키는 행위와 다름이 없다. 국제사회가 원하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적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 제시만이 국가 신뢰도를 높이는 것임을 다시한번 숙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