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된 경기 침체로 올해에도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가운데 기업들은 위기를 기회로 삼고 예년과 다름없이 분투 중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 비전을 살펴보고 경영 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조우현 기자]대표적인 화학섬유 기업으로 꼽히는 효성은 섬유를 포함해 산업자재, 화학, 중공업, 건설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B2B 기업이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분투 중인 효성의 경영 전략은 ‘고객 몰입’과 ‘친환경’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조현준 효성 회장은 창립기념일이나 신년사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때 이 같은 내용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다. 올해에도 새해를 맞이하며 새해 필승 전략으로 ‘고객 몰입 경영’을 선포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 효성 사옥 /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고객 몰입 경영으로 나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
고객 몰입(Customer Obsession) 경영은 고객 최우선 주의를 실천하는 것으로, 경영전략‧관리시스템‧조직문화‧리더십 등 경영활동의 처음부터 끝까지 고객이 가장 중심이 되는 경영을 뜻한다.
조 회장은 2일 2023년 효성그룹 신년사를 통해 “VOC(고객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 활동을 진화시켜 고객 몰입 경영으로 나아가야 생존할 수 있다”고 밝혔다.
VOC는 관리 시스템 콜센터에 접수되는 고객 불만 사항을 접수부터 처리가 완료될 때까지 처리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처리결과를 관서별로 지표화해 고객의 체감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고객관리시스템이다.
글로벌 일류 기업에서 고객 몰입을 제시한 적은 있었지만, 국내 산업계에서 고객 몰입 경영을 선포한 것은 조 회장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고객이 요구하는 납기, 품질 등을 만족시키는 수준을 벗어나서 고객이 예상하지 못한 미래의 니즈까지 찾아내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기업과 고객이 일체화되는 혁신이 이루어져야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친환경 경영, 사회적 책임 넘어 생존 위한 필수 요소”
효성은 계열사별로 친환경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효성화학㈜는 지난해 10월 청주동물원과 함께 국가보호종 동물의 ‘행동풍부화’ 활동을 통한 생물 다양성 보전 활동을 실시했고, 효성첨단소재㈜는 전주시와 함께 ‘전주물꼬리풀’ 보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지주사인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는 거제시와 함께 해양보호생물 잘피숲 보전 활동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친환경 경영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는 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이에 더해 조 회장은 친환경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텀블러 사용 및 페트병 수거 캠페인 등 전사적 친환경 활동을 펼치는 데 이어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은 물론 해양 생태계까지 챙기며 친환경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제품 개발로도 이어졌다. 앞서 효성은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우주항공, 방산 등에 사용하는 초고강도 탄소섬유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이 같은 성과를 자랑하면서도 “갈 길이 멀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련 산업의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 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며 적극 지원해 주기 바란다”고 정부에 제언하기도 했다.
◇ESS, DC(직류송전), 친환경GIS 등 신사업 육성도 열심
효성은 ESS, DC(직류송전), 친환경GIS 등 전력사업에서도 미래 신사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신재생에너지용 송배전시스템인 MVDC의 국산화에 성공한 데에 이어 사업 본격화에 나선 것이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해 전라남도 에너지신산업 규제자유특구 일환으로 국내기업 최초로 녹색에너지연구원과 중압 직류송배전시스템인 30MW급 MVDC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30MW급 MVDC는 6만7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효성은 지난 2017년 제주도 행원 실증단지에서 해상풍력 연계용 초고압 직류송전시스템(HVDC)에 대한 실증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친데 이어, 저압과 중압 송전시스템 개발 및 수주에 성공하면서 저압부터 초고압까지 모든 범위의 직류송전시스템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최초이자 세계 3번째 기업이 된 것이다.
또한 효성은 지난해 영국 최대 전력 투자개발사인 다우닝사와 영국 사우샘프턴 지역에 50MW급 규모의 대용량 ESS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유럽 ESS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더불어 남아공 전력회사 Eskom 대규모 ESS 프로젝트도 수주하는 등 글로벌 전력망의 혁신을 선도하고 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평소 “신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글로벌 전력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친환경 에너지 기반의 전력 사업을 통해 고객의 가치를 높여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미디어펜=조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