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전국 미분양 가구가 6만채를 넘어선 것으로 보여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이 가운데 국내 대형 건설사들은 모듈러 주택·소형 모듈식 원자로·도심 항공 교통(UAM)과 같은 신사업으로 난국을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25일 국토교통부 미분양 주택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미분양 물량은 5만8027가구로 집계됐다. 악성 재고로 통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7110가구다. 미분양 폭탄에 국내 건설사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사우디아라비아 레드씨인터내셔널과 공동 조성한 모듈러 주택 단지./사진=레드씨인터내셔널 제공
◇삼성물산 건설부문, 모듈러주택 사업에 집중
이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야시르 빈 오스만 알-루마이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 펀드(PIF) 총재와 면담했다. 이후 페이스북에는 "PIF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모듈러 협력 관련 상세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건축 공정의 대부분을 사전에 마쳐 공사 현장에서는 설치와 내·외장 마감 작업만 진행하는 만큼 건설 폐기물과 탄소 배출량이 적어 친환경 신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부연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번 MOU를 계기로 네옴 시티 등 초대형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모듈러 주택 제작 시설을 현지에 설립해 운영한다. 특히 포스코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네옴 시티 내 철강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1만 가구를 조성한다는 입장이다.
세계 각국 탄소 중립 정책에 따라 친환경 공법으로 주목받는 모듈러 건설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구조체를 포함, 건축 부재의 70% 이상을 공장에서 제작해 공기를 50% 이상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25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1088억 달러(한화 약 139조 원)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12월 21일 라트비아 모듈러 전문 건설사 포르타 프로와 관련 시장 진출 차원에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라트비아를 포함, 해외 각지에서 모듈러 건설 기술을 적용한 개발 계획에 뛰어든다.
◇현대건설 "'믿을맨'은 SMR·UAM"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는 기존 원자력 발전소의 용량과 크기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이는 발전소를 건립하기에는 전력 수요가 부족하거나 전력망을 끌어오기에는 비용이 많이 드는 도서·산간 지역을 목표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영국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로 한 미국 SMR 사업 제휴사 홀텍 인터내셔널은 현대건설을 시공 파트너로 영입했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홀텍 인터내셔널과 160MW급 경수로형 SMR인 'SMR 160' 상용화를 위해 표준 모형 상세 설계와 사업화에 착수했다. 현대건설은 작년 11월 홀텍 인터내셔널과 SMR 공동 개발·사업 동반 진출에 대한 협약을 맺었다.
홀텍 인터내셔널은 2050년까지 영국 내 SMR 160 32기를 짓는다는 계획으로, 이에 따라 현대건설의 수주량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SMR 시장은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NNL)에 따르면 2035년 2500억~4000억 파운드(한화 약 379조9500억~607조92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경제포럼(WEF)는 2040년까지 SMR 시장의 성장률이 연 평균 22% 가량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사장)는 "당사는 에너지 시장 게임 체인저로서 세계 최고 기술력·사업 역량을 결합해 입지를 다지겠다"며 "해체를 포함한 차세대 원전 사업 분야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해 탄소 중립 실현과 원자력 생태계 발전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형 버티포트 4종 개념도./사진=현대건설 제공
현대자동차·인천국제공항공사·KT·대한항공과 K-UAM 원 팀 컨소시엄을 이룬 현대건설은 수직 이·착륙 비행장(버티포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형 버티포트' 콘셉트 디자인 4종을 최초로 공개했다.
운용 효율성·입지 특성 등을 고려해 도심 버티포트 유형을 △공항 연계형 △빌딩 상부형 △복합 환승 센터형 △개활지 모듈러형 등 총 4가지로 나눴고, 기존 공항 터미널 인프라와 도심 건축물 옥상부, 버스터미널 상부, 강변과 막힘없이 트인 넓은 지형을 활용한 각 유형별 개념 설계안을 제시했다는 게 회사 측 공식 설명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버티포트는 기체·교통 관리와 더불어 UAM 생태계 조성을 위한 필수 영역"이라며 "관련 인프라 사업 확대를 위해 국내에서 적용 가능한 다양한 버티포트 사업 모델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UAM 버티포트 사업 개념도./사진=롯데건설 제공
◇롯데건설 "그룹 유통 역량과 UAM 결합"
롯데건설도 UAM 버티포트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롯데그룹의 강점인 유통·관광 분야와 연계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 아래서다.
롯데건설은 그룹 계열사들과 머리를 맞대 롯데몰·롯데마트·롯데백화점 등 도심 내 주요 거점 상부에 버티포트 설치 가능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또한 고속도로 휴게소·복합 환승 센터 등에도 버티포트 설치 기술 개발을 타 기관들과 협력해 나간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해 5월 롯데정보통신·롯데렌탈·민트에어·모비우스에너지와 UAM 통합 운용을 위해 컨소시엄을 결성했다. 아울러 파리공항공단(ADP)이 초청한 '유럽 첨단 항공 모빌리티 실증 행사'에 참석하기도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국내외 전문 기관들과의 협업을 통해 버티포트 설계·시공 기술 역량을 확보해 해당 분야를 선점하겠다"고 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