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금리상한을 상향조정하고 나섰으나 저축은행들은 중금리대출 취급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조달금리가 대폭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25일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저축은행들의 민간 중금리대출 공급액은 총 1조508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2분기(3조3733억원), 3분기 실적(3조1516억원)과 비교하면 각각 50% 넘게 급감했다. 취급 금액뿐 아니라 건수도 지난해 3분기 19만5548건에서 4분기 91605건으로 크게 줄었다.
정부는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2016년부터 중금리대출 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대출상품명과 관계없이 정부가 제시한 업권별 ‘민간 중금리 대출’ 요건에 부합하기만 하면 해당 대출에 규제상 인센티브를 부여, 대출 금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유도하는 구조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취급금액은 지난해 2분기 6552억원에서 3761억원으로 42.6% 감소했으며, 취급건수도 4만7101건에서 2만1459건으로 반 이상 줄었다.
OK저축은행 역시 지난해 4분기 중금리대출 취급금액이 1424억원으로 2분기 1722억원보다 17.3% 감소했다. 취급건수는 1만110건으로 2분기 7740건보다 30.6% 늘었다.
웰컴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취급액은 지난해 2분기 2807억원에서 4분기 286억원으로 10분의 1 가까이 줄었으며 취급건수도 1만4229건에서 1935건으로 급감했다.
페퍼저축은행도 중금리대출 취급금액이 지난해 2분기 1903억원에서 4분기 934억원으로 50.9%, 취급건수는 9953건에서 4314건으로 56.7% 줄었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민간중금리 대출이 축소되지 않도록 금리상한 기준을 합리화해 민간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한다는 취지에서 금리상한을 상향조정했다.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금리상한은 지난해 상반기 16%에서 하반기 16.3%, 올해 상반기 17.5%까지 올랐다.
그러나 저축은행들은 조달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중금리대출을 포함한 대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 중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계 신용대출을 3억원 이상 신규 취급한 곳은 31개사에 불과했다.
이는 저축은행업계 조달비용인 정기예금 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정기예금 1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1월 1일 연 2.37%에서 연말 5.37%로 올랐다. 25일 기준 4.93%로 5% 이하로 내려가긴 했지만 1년 전 2.42%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제도권 금융의 대출 중단으로 인한 대출 한파에 금융당국에서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세훈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6일 열린 ‘서민금융 현황 점검회의’에서 “리스크관리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신규대출을 중단하는 등 시장여건 변화에 따른 위험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모두 전가하는 행태는 지양돼야 한다”며 “은행·저축은행 등 전 금융권에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및 중금리대출의 올해 공급 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해달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