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협의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본정부가 민감한 과거사 문제를 현안으로 떠올리면서 진통을 겪고 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23일 정기국회 외교연설에서 독도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비춰봐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라며 “이러한 기본 입장에 근거해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시다 후미오 현재 총리가 외무상이던 2014년 외교연설에서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말한 이후 일본 외무상이 10년째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망언을 되풀이한 것이다.
또한 이날 하야시 외무상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대해서도 “확실히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앞서 19일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정식 추천서를 제출했으며, 이는 지난해 9월 잠정 추천서 제출 이후 4개월만의 공식 행보이다. 앞서 일본은 지난해 2월 유네스코에 정식 추천서를 한 번 냈지만, 유적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려됐다.
1601년 발견된 일본 최대 규모의 금광인 사도광산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한국인들이 노역했다. 하지만 일본은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시기를 16세기~19세기 중반으로 한정해 한국인 강제노동을 의도적으로 제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도 즉각 사흘 간격으로 잇달아 항의 조치를 실행하며 대응했다. 23일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주한일본대사관의 구마가이 나오키 총괄공사를 초치했다. 이날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일본 외무상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정부는 독도에 대한 어떠한 도발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5일 캄보디아 프놈펜 소카호텔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 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2.8.5./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20일에는 이도훈 외교부 2차관이 주한일본대사관 대사대리인 나미오카 다이스케 경제공사를 외교부 청사로 초치했다. 이날 외교부는 대변인 논평을 내고 “2015년 등재된 일본 근대산업시설 관련 후속조치부터 충실히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일본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우리정부의 징용배상 문제 해결책 마련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12일 외교부가 개최한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정부는 일본기업 대신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마련한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를 공식화했다.
하지만 일본기업의 기금 참여 및 사과가 담보되지 않아 피해자들이 극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측 일각에서는 설연휴 이후 정부안 반대 공론화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공개토론회 이후 서민정 아태국장이 일본을 방문해 한일 외교국장협의를 진행했으며, 외교부 당국자는 처음으로 선명하게 “일본측의 사과 및 호응조치에 대한 답변을 받은 이후에야 정부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언론은 오히려 우리정부가 제시한 중첩적(병존적) 채무인수 방안에 역행하는 재단의 ‘구상권 포기’를 주장해 일본기업의 면책 요구부터 내놓은 바 있다. 따라서 최근 일본 외무상의 ‘독도 망언’과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공식화는 여전히 일본측의 호응조치에 대해 입장차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더구나 앞으로 2월 22일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예정돼 있으며, 올 봄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내 방사능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진행될 예정이어서 한일 양국간 갈등은 더욱 불거질 수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4일 외교부 주최로 징용 해법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출범시킨 이후 7개월여간 징용배상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해법 마련에서 일본측은 빠져 있어 이달 말 서울에서 개최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일 외교국장협의 결과가 주목된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