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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르포③-인천공항]손 세정제 '가뭄에 콩' 마스크 못쓴 직원 '벌벌'

2015-06-05 15:06 | 한기호 기자 | rlghdlfqjs@mediapen.com

방역 강화' 외치던 인천공항, 손 세정제 드물어…입점 업체 마스크 미착용 "무섭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여행객들의 설레이는 표정이 사라졌다. 들뜬 모습으로 웃고 떠들고 껴안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반가움에 함박웃음을 짓고 오랜만에 만나는 기쁨도, 떠나는 아쉬움도 찾기 힘들어 졌다. 왁자하니 떠들고 꼬리가 끊이지 않던 발길의 북적임도 확 줄어들었다.

5일 찾은 대한민국 관문 인천공항의 모습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여파를 확연히 느끼게 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활기차던 모습은 사라지고 긴장감이 대신하고 있었다.

   
▲ 5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은 승객들이 메르스 사태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한기호 기자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공항철도에서 한 승객이 기침을 하자 인근에 있던 사람들은 슬슬 자리를 피해 옮겨 앉았다. 공항의 모습을 보지 않고도 분위기를 짐작케 하는 장면이었다.

여객터미널 1층 입국장을 둘러보니 예상대로 한산하다. 그나마 웃음기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건조한 만남이 간혹 이루어지고 있었다.

출국을 위해 탑승수속을 밟는 여객터미널 3층 체크카운터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고 보안검색을 받기 위해 줄선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입국한 대만인 이모씨(30·여)는 “(한국의) 메르스 확산에 불안감을 느낀다”며 짧게 답한 후 마스크를 매만졌다.

인도네시아 출국을 기다리던 길모씨(33)는 “병원에서조차 메르스 확진에 하루 정도가 소요된다고 들었다. 공항에서 실시하는 검역이 과연 얼마나 도움을 줄지 의문”이라며 불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인천공항 입점 편의점 대부분 마스크는 동이 났다.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에게 편의점 관계자는 “품절됐다”며 설명하기에 바빴고 간혹 재고가 제때 들어오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적을 불문하고 입국자들 상당수는 미리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한 남성은 “(메르스) 예방차원에서 마스크를 썼다”며 긴 말을 나누기도 불안한 듯 짧게 말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메르스 위생과 관련 공항 관계자는 “메르스 확산 이후 손 세정을 비치했다”고 말했지만 기자가 곳곳을 둘러본 결과 안내데스크에만 간간히 있을 뿐 화장실에는 아예 비치 흔적조차 없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해외 여행객을 직접 대면하는 직원들간의 마스크 착용 여부도 달랐다. 지난 1일 인천공항 측은 협력사 등 공항 근무자에게 마스크를 지급하고 위생소독을 월 1회에서 매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환전소와 보안검색 요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근무하고 있지만 서비스 직종인 항공사 직원과 면세점 직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있다.

공항 측은 이에 대해 “인천공항과 협력업체, 입주업체 등은 마스크 지급여부나 착용권고가 각각 다르다”고 말했다.

공항내 입점 업체 관계자는 “근무 중 마스크 미착용 지시를 받았다. 메르스 감염이 걱정된다”며 두려움을 호소했다.

메르스 괴담과 유언비어가 난무하는 속에 가장 중요한 예방수칙중 하나인 손씻기를 위한 세정제가 비치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과 마스크 착용권고 조차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돌아서는 기자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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