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2022년 12월 25일 새벽 5시 30분경, 경기도 파주의 한 병원. 얼굴이 피투성이인 남자가 응급실로 이송됐다.
무려 5시간 동안 물고문과 쇠파이프 폭행을 견디다 가까스로 탈출했다는 남자. 연신 '살려주세요'를 외치며 겁에 질린 모습에 구급대원조차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는데… 안쓰러운 마음에 남자가 진정할 때까지 눈을 뗄 수 없었다는 제보자. 그런데!
"뉴스 보니까 그 사람이 이기영이었던 거죠."
- 제보자 인터뷰 中 -
▲ 반복된 살인, 우연의 연속?
술김에 다퉈 다친 상처를 잔혹한 고문의 흔적이라고 위장한 남자의 정체는 바로 이기영. 그는 닷새 전인 12월 20일, 택시기사를 살해한 혐의로 병원에서 체포되었다.
이기영은 택시와의 접촉사고로 음주운전 사실이 발각될까 두려워, 택시기사에게 합의금을 주고자 집으로 데려갔다가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택시기사 살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이기영의 아파트를 수색하던 경찰은, 집주인이자 동거녀였던 최서연(가명) 씨의 행방이 묘연한 사실을 발견했다.
수사 결과, 동거녀 역시 지난 8월 이기영에게 살해당했던 것! 생활비 문제로 다투다 홧김에 집어던진 렌치에 동거녀가 맞아 사망했다고 밝힌 이기영.
우발적으로 우연히 연쇄 살인을 저지르게 됐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 가면에 가려진 이기영, 그의 진짜 얼굴은?
"허언증 같으면서도 믿게 되는 거예요."
"열 개 거짓말 하고 하나 맞으니까…"
- 이기영 지인들 인터뷰 中 -
취재 결과 '수많은 건물을 보유한 건물주',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성공한 CEO' 등 거짓된 이력으로 주변인들을 현혹시켜왔던 이기영. 그의 본 모습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이기영과 사실혼 관계였던 동거녀 최 씨 역시 이기영을 굉장한 자산가로 알고 있었다는데…
동거녀 시신 유기 장소에 대한 진술을 번복하던 이기영은 송치 하루 전 '경찰에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며 '대전차 방어시설물 92포인트'를 지목했지만, 지금까지도 동거녀 최 씨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아파트에서 발견된 최 씨의 혈흔 외에 다른 흔적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백만으로 이기영의 동거녀 살해를 입증할 수 있을 것인가.
▲ 시신을 찾아야 한다! 이기영의 '컴포트 존'은 어디인가?
"익숙하고 편안하게 느끼고 안전하리라 하는 느낌, 이것을 Comfort Zone(컴포트 존)이라고 하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포착해내야죠."
-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 인터뷰 中 -
어떻게 이기영은 두 사람을 살해하고도 체포되기까지 평온한 일상을 살 수 있었던 걸까.
범죄 프로파일링 전문가들은, 거짓을 연기하기보다 거짓 자체로 살아온 이기영만의 특이한 거짓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터무니없어 보이면서도 '약간의 진실'이라는 트릭이 있어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
그의 거짓말 속에 유기 장소, 이른바 '컴포트 존'을 추측할 수 있는 단서는 없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그가 유기 장소로 지목한 자연하천인 공릉천의 계절적인 특성과 유속 및 주변 지형지물을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해 시뮬레이션하고, 루프 백 수중 실험을 통해 자백의 진위를 검증한다.
그리고 마침내 아직 수색되지 않은 이기영의 '새로운 컴포트 존'에 다가가게 되는데…
오늘(28일) 밤 11시 10분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자백 속 음모 – 파주 연쇄살인 미스터리' 편으로 연쇄살인범 이기영의 프로파일링을 통해 그 가면과 거짓말을 해부하고, 숨겨진 컴포트 존은 어디인지 추적한다.
[미디어펜=석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