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등 자본시장 당국이 올해 업무계획 초점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며 시장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배당 관련 제도 개선이나 파생상품시장 거래시간 조정 등이 언급된 가운데 일각에서는 ‘공매도 전면 재개’ 역시 언젠가는 의제로 다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달 31일 개최된 '2023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1일 정부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배당절차 개선방안'을 지난달 31일 발표하며 자본시장의 변화를 예고했다. 우선 이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것은 배당액이 확정된 이후에 배당을 받을 주주가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는 내용이었다.
금융위는 주주총회에서 배당 여부와 배당액을 결정하는 주주를 정하는 의결권 기준일과 배당을 받을 자를 정하는 배당기준일을 분리해 주주총회일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도록 상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안내하기로 했다. 또 분기배당 절차도 우선 배당액 확정, 이후 배당 기준일이 가능하도록 자본시장법을 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같은 날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파생상품시장 개장 시간을 기존 9시보다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예고했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현재 현물 시장과 동시에 9시에 개장하는 파생상품시장의 개장 시각을 8시45분으로 15분 앞당기고, 시가단일가 시간을 15분 축소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내용이 포함된 자료의 명칭은 '자본시장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전략'이었다.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고려가 깔려 있음을 암시하는 부분이다. 같은 맥락에서 거래소는 외국인들의 국내시장 접근성 개선, 영문 공시의 단계별 확대 등을 추진한다고 안내했다.
금융위와 거래소가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이 모든 ‘글로벌 스탠다드’ 지향의 끝단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이라는 궁극적 목표가 깔려 있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숙원사업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MSCI 선진지수 편입을 위해선 결코 우회할 수 없는 커다란 산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공매도 전면 재개’다. 현재 제한적으로만 허용되고 있는 공매도를 모든 종목에 대해 허용하는 것은 MSCI 지수 편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반대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아직은 말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거래소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관련 질문이 나왔지만 손병두 이사장은 "공매도를 못하게 하는 건 정상적이지 않다는 개인적인 판단은 여전히 가지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의견 또한 소중하다"면서 "일방통행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소통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업계에서는 결국 올해 안에 공매도 전면 재개 이슈가 제기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 탄력을 받는 양상이다. 국내 대형 증권사 한 관계자는 “현재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유일하게 공매도를 제한하고 있는 나라”라면서 “국내외 증시 상황이 호전되면 분명히 이 문제(공매도)에 정부가 손을 댈 텐데, 단기적으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찬반양론이 매우 격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