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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반대, 엘리엇 실체 알고 보니...

2015-06-07 14:12 | 김지호 기자 | better502@mediapen.com

[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4.95%를 가지고 있다가 지난 3일 2.17%를 추가로 확보하며 3대 주주로 올라섰다. 4일에는 다음달 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정관을 변경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 등을 현물로 배당하라는 주주제안서도 제출했다.

헤지펀드 업계의 거물 폴 싱어 회장이 1977년 세운 엘리엇은 엘리엇어소시에이츠와 엘리엇인터내셔널 두 펀드를 운용하고 있으며 전체 운용 자산은 260억 달러(약 29조원)에 달한다. 그간 연평균 14.6%의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내온 것으로 전해진다. 엘리엇은 싱어 회장의 가운데 이름(Elliott)에서 따왔다. 싱어 회장의 개인 재산도 19억 달러(약 2조1000억원)가 넘는다.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계획에 제동을 걸고 나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물산 /사진=연합뉴스
지난 2003년에는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주가가 부당하다면서 저지에 나서 수년간 법적 분쟁을 거쳐 주가를 올리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엘리엇의 삼성물산 지분 참여가 지난 2003년 SK그룹의 '소버린 사태'와 같은 장기간의 고강도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엘리엇이 요구한 현물배당은 기업이 현금 대신 주식 등 보유하고 있는 실물자산을 주주에게 나눠주는 배당방식이다. 삼성물산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제일기획, 삼성SDS 등의 지분을 배당으로 나눠달라는 요구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비롯해 제일기획 12.6%, 삼성SDS 17.1%, 제일모직 1.4% 등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분 가치는 약 14조원에 달한다. 결국 삼성 측의 경영권 승계를 저지하면서 압박의 강도를 높여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엘리엇은 작년 아르헨티나 채무 불이행 사태를 일으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아르헨티나는 지난 2001년 1000억 달러 규모의 디폴트를 선언한 이후 국제 채권단과 채무 구조조정 합의를 이뤘다.

채무의 약 71∼75%를 탕감해주는 합의안에 채권단 대다수가 참여했으나, 엘리엇은 합의에 불응해 다른 헤지펀드 한 곳과 함께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다. 이들은 액면가 13억3000만 달러의 아르헨티나 국채를 4800만 달러가량의 헐값에 사들인 뒤 소송에서는 액면가 전액을 상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미국 법원이 엘리엇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르헨티나는 이미 채무조정에 합의한 채권단에도 전액을 상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기술적 디폴트로 내몰렸고 미국 법원 판결을 회피하기 위해 자국 은행을 통한 채무 우회 상환을 시도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법원의 원금 상환 판결에도 불구하고 싱어에 원금 상환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싱어 회장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아서다. 아르헨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그를 ‘탐욕스런 투기꾼’이라고 비난하자 싱어 회장은 “아르헨티나 지도자들은 예측할 수 없는 존재”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이번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처럼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에서 소액주주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고 문제를 제기해 더 높은 주가를 받아내는 것도 엘리엇이 자주 쓰는 투자 기법이다.

엘리엇은 지난 2003년에는 미국 P&G가 독일 웰라를 인수하면서 제시한 주가가 부당하다고 저지에 나섰고 수년간의 법적 분쟁을 거쳐 주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2005년에도 미국 유통업체 샵코를 한 사모투자펀드(PEF)에 매각하는 거래에 반대해 자신들의 샵코 지분 가격을 주당 24달러에서 29달러로 올려서 받아냈다.

2006년에는 인력 컨설팅업체 아데코가 독일기업 DIS를 인수해 비상장사로 만들려는 계획에 맞선 끝에 지분 가격을 주당 54.5유로에서 113유로로 끌어올린 바 있다.

싱어 회장은 정치·사회적 이슈에도 적극 목소리를 높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동성애자를 아들로 둔 싱어는 작년 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동성애자 권리를 옹호하는 공화당 후보에게 기부하는 등 총 930만 달러의 자금을 공화당 측에 지원했다.

또 동성애자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차별금지법'의 의회 통과를 위해 공화당에 압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그가 탐욕스러운 투기꾼인 것만은 아니다. 싱어 회장은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하는 기부운동인 ′더 기빙 플레지′에도 서명했다. 더 기빙 플레지는 최소한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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