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앞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90%를 넘는 주택은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증보험) 가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공인중개사가 임대차 계약 시 유의 사항을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물게 된다.
2일 정부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전세 사기 방지·피해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연도별 보증사고액·보증가입 현황./자료=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제공
보증보험은 전세 사기의 미끼 상품으로 변질돼 악용되는 사례가 빈번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전세가율이 90%를 하회하는 주택에 한해서만 보증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종전까지는 전세가가 매매가의 100%인 주택까지 보증 가입이 허용됐다. 때문에 무자본 갭투자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보험 가입자는 총 24만여 명이다. 이 중 약 25%의 전세가율이 90%를 넘는다. 제도 개선 이후에는 4명 중 1명은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전세가율 100%까지 보증보험 가입을 허용할 당시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다르지 않은 고위험 주택의 임대차 계약이 많이 이뤄졌다”며 “보증보험 가입이 거절되면 임차인도 해당 주택의 위험성을 인지하게 될 것이고, 이에 따라 전세 사기를 방지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 검거·주요 피의자 현황./자료=경찰청 제공
경찰청 특별단속 결과, 전세 사기 범죄는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임대인은 물론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도 전세 사기에 연루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이들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도 대책에 담았다.
구체적으로 공인중개사가 임대인의 세금·이자의 체납 여부를 임대인 동의 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의 납세증명서·반환보증 가입 등 유의사항을 확인, 설명하지 않을 시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임차인이 중개사를 선별할 수 있게 '안심전세앱'을 통해 공인중개사의 영업 정지·휴업 기간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한다.
감정평가사가 고의로 주택 시세를 부풀려 전세 사기 행각에 가담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보증보험 심사 과정에서 실거래가와 공시가가 없는 경우에 한해 감정가를 주택 가격 산정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복수의 '빌라왕 사태'에서는 등록임대사업제도의 문제점도 발견됐다. 현행 제도상 등록임대사업자는 임대인이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 돼있지만 실제로는 미가입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이에 정부는 임차인이 입주해있는 집에 대해서는 우선 보증가입을 하고 임대주택 등록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공실인 주택은 임대주택 등록을 마치고 가입을 허용하되, 이후 보증에 가입하지 않으면 임차인에게 이를 통보하고 계약 해지·위약금 지급을 하도록 제도를 손질한다.
한편 정부는 '안심전세앱'을 통해 △시세 △임대인의 보증사고 이력 △세금 체납 정보 등을 제공하겠다고도 했다.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해 임차인이 일방적으로 피해를 봤던 점을 감안하면 이로써 위험한 전세 계약 건수가 감소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앞으로 임차인은 임대인의 매매 계약 체결에 관한 사실을 고지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주택을 새로이 매입한 신규 임대인의 보증사고 이력 탓에 보증가입을 할 수 없게 되면 정부는 계약 해지와 보증금 반환이 가능하도록 특약에 반영한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에 전문가들은 대체로 호평을 내렸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세 사기에 대한 단속과 처벌 등 사후적 조치 외에도 예방과 사전적 모니터링, 피해자 구제 등과 관련된 제도 개선이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특히 HUG 전세금 반환보증을 매매가의 100%에서 90%로 전세가율을 낮춰 보증제도 악용 등 모럴 헤저드를 낮추거나 감정평가사의 시세 부풀리기 방지 등으로 조직적 전세 사기나 임대인의 악의적 무자본 갭투자, 깡통 전세 리스크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일부 제도 개선은 다가올 봄 이사철 이후에 법이 개선될 예정이거나, 수도권-지방 또는 주택 상품 유형 간 시행 시기 차이가 있고, '나쁜 임대인 명단 공개' 등은 국회 입법 개정이 불투명한 여지가 있다는 점이 아쉬운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로 좋게 볼 수 있는 정책이나, 개인 간 사적 계약을 관계 당국들이 일일이 통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 관건"이라며 "대책을 먼저 시행해보고 이후 제도 운영상 생겨날 문제에 대해 추가로 보완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