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앞세워 3.8전당대회 당 대표 후보인 김기현 의원에게 힘을 싣고 있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이 경쟁자인 안철수 의원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섰다. 자신들의 전폭적 지지에도 김 의원의 지지율이 안 의원에 밀려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자 지원 사격에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이 '윤심'을 넘어 '윤픽'이라며 세몰이에 나섰던 윤핵관들은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자, 당혹감과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급기야 친윤 핵심으로 불리는 이철규 의원 등 윤핵관들은 안 의원을 "반윤"이라고 규정하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이철규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의원은)스스로 친윤이니 진윤이니 가짜 윤심팔이를 하는 모습이 볼썽사납다"라며 "누구든 당직이나 공직을 맡을 수 있지만, 그 직을 맡기 위해 거짓을 말하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 출마한 (왼쪽부터)김기현 의원과 안철수 의원./사진=미디어펜 김상문기자
이 의원은 "김기현 후보는 경쟁자들이 그토록 비난하는 윤핵관도, 원조 친윤도 아니다"라며 "그를 응원하는 것은 그가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후보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윤심이 김 의원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안 의원쪽으로 흐르는 당심의 물줄기의 방향을 바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다른 윤핵관인 박수영 의원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대통령은 안 의원과 밥은 물론 차도 마신 적이 없다. 윤심이 김 의원에게 있다는 걸 100% 확신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거의 대부분 의원들이 김기현 의원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인선 갈등을 언급하며 "개각할 때 안철수 의원한테 ‘아주 높은 장관 하나 또는 총리를 맡아달라’ 부탁을 했는데 그것을 거절했다"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서운해 하셨다, 아주 서운해 하셨다"라고 안 의원 견제에 동참했다.
윤핵관들이 '안철수 때리기'에 나선 이유는 자신들이 밀고 있는 당 대표 후보인 김 의원의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김기현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김 의원은 김연경·남진 사진 논란,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 연대) 균열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2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김기현을 밀고 있는 윤핵관들이 지지율을 보면 얼마나 불안하겠나. 윤심은 김기현이라고 자기들이 그렇게 윤심팔이를 했는데, 김 의원 지지율을 보면 한숨만 나올 것"이라며 "오죽하면 안철수는 '반윤'이라고 공개적으로 저격하겠나"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 당의 책임당원이 80만 명에 육박한다. 당협위원장이나 일부 의원들이 움직일 수 있는 표심은 한계가 있다"라며 "지금은 체육관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하는 선거가 아니기 때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핵관들은 조용히 있는 게 김 의원을 도와주는 거다. 공개적으로 안 의원을 비판하면 할수록 당심은 오히려 더 많이 떨어져 나갈 것"이라며 "윤심팔이 역풍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졌다.
한편, 2일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 1005명(국민의힘 지지층 428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안 의원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3.3%로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직전 조사 대비 9.4%포인트 오른 수치다. 김 의원은 직전 조사(40.0%, 1위)보다 4.0%포인트 떨어진 36.0%로 2위다.
가상 양자 대결에서도 안 의원이 김 의원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안 의원은 직전 조사 대비 8.1%포인트 증가한 48.9%를, 김 의원은 3.6%포인트 감소한 44.4%를 기록했다. 당대표 당선 가능성을 묻는 항목에서는 김 의원 44.4%, 안 의원 41.0%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는 무선 90%·유선 10% 자동응답 전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2.9%,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국민의힘 지지층 ±4.7%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