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규빈 기자]"집주인이 동의해야 세금 체납한 걸 알 수 있고, 전세가율 90%까지만 보증이요? 빌라 세입자들에게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빌라촌./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지난 2일 국토교통부는 '전세 사기 예방 및 피해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부터 깡통 주택을 대량으로 보유한 '빌라왕'들 탓에 많은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현장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3일 '원조 빌라왕'의 주무대로 꼽히는 화곡동의 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았다. 이곳에서 만난 공인중개사 B씨는 국토부의 전세 사기 피해 예방 대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B씨는 "안심전세앱으로 시세 정보나 악성 임대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는 정부가 잘한 점으로 볼 수 있다"며 "전세 사기에 가담한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는 철퇴를 맞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임차인이 위험 공인중개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오는 4월 중 안심전세앱과 연계해 상세 영업 이력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B씨는 "HUG의 보증사고 계약을 중개한 공인중개사 정보를 데이터 베이스로 관리하고, 사고 중개사 전수조사를 해 경찰청에 수사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건 효과를 거둘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돕고자 원하는 곳에 신속하게 입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지난달 기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제 관리 주택 28가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긴급지원주택 200가구 등을 확보했으나 피해자 수에 비해 턱없이 물량이 부족하고 입주가 지연되고 관리가 소홀해 충분한 지원이 따르지 않았다는 평이다.
이에 정부는 상반기 중 수도권에 500가구를 추가로 확보해 전세 사기 피해자들을 적극 구제하겠다고도 했다.
B씨는 "이 역시 한참 부족하지만 일단 당장 들어가 살 집이 생긴다는 게 어디냐"며 "수도권에서만 수천 명이 전세 사기를 당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판에 이 같은 구제책은 이들에게 절실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서울 지하철 5호선 화곡역 인근 빌라촌./사진=미디어펜 박규빈 기자
한편 여전히 현행법상 세금 체납 정보는 집주인이 동의해야 열람할 수 있다. 이에 대해 B씨는 "세상에 어느 누가 자기 세금이 밀렸다고 동네방네 소문내겠느냐"며 앱 기능의 한계를 지적했다.
중개보조원 C씨도 전세가율 보증 범위를 축소하겠다는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C씨는 "정부는 주택 매매 가격 대비 90%까지만 보증 가입이 가능하겠다고 공언하는데 빌라는 구조도, 연식도 모두 달라 측정된 가액 자체가 없다"며 "사실상 KB 시세 기준으로 가격을 알기 쉬운 아파트에 맞춰진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C씨는 또한 안심전세앱 자체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의 경우 스마트폰을 보고 민원 접수를 하기도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HUG에 보증금을 반환받으려고 전화를 걸면 워낙 대기자가 많아 수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직원들도 불친절하다"며 "통화 전담 인력을 늘려 서비스 접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